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정윤회(59) 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는 연락하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윤회 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연락을 취해왔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7월, 이재만 비서관도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 씨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냐’는 질문에 “한 15년 전쯤”이라고 말했다가 “2003년인가 2004년에 만난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최근엔 연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최근에도 두 사람이 연락을 해왔을 것이란 주장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정윤회 씨 관련 청와대 문건을 만든 핵심 당사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제기됐다.
조응천 전 비서관은 2일 보도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며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그러면서 “당시 ‘정 씨가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로 정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받지 않았다”며 “4월 11일 퇴근길에 이 비서관이 내게 전화를 걸어와 ‘(정윤회 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조 전 비서관은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해보고요’라고 답변했으나, 정 씨와 통화하진 않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그리고 나흘 후인 4월 15일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사표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정 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내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순 없다”며 “다만 정 씨와 절연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 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의 이 같은 인터뷰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통해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만 비서관의 해명이 있었냐’는 질문에 “반응을 듣기 위해 (이재만 비서관에게) 전화해보지 않았다”며 “지금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는 검찰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갖가지 주장들로 한마디 한마디가 수사의 쟁점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과정에서 진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이고 저희는 크게 봐서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관련 질문들이 많이 있고, 궁금한 점들도 있겠지만 저희 쪽에서는 일일이 반응하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