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 하람으로 의심되는 괴한들이 14일(현지시각) 172명의 여성과 아동을 납치하고 다른 35명을 살해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18일 나왔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통신 시설이 절대 부족한 나이지리아의 오지는 이 같은 사건이 알려지는 데만도 여러 날이 걸린다. 현재까지는 누가 이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으나 이번 공격은 보코 하람만의 특징이 있다고 ‘힌두스탄타임스’가 19일 전했다. 보코 하람은 지난 4월 이번에 공격한 마을과 불과 24km 떨어져 있는 치보크주(州)의 중학교에서 200명 이상의 여학생들을 납치했다.
이번 공격에서 살아남은 마을 주민인 압바 무사는 공격 이후 마을 사람들의 인원수를 세 보니 172명 정도 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자들은 “신은 위대하다”고 괴성을 지르며 총을 난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내 여동생과 그녀의 자녀 7명이 납치됐다. 우리는 수풀 속으로 도망쳐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운 좋은 사람은 적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33명이 살해당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마이크 오메리 정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분노하고 있으며 이 개탄스러운 행위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코 하람은 계속해서 공포라는 브랜드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비겁하게도 시민들만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망자는 17명으로 어림하나 납치자 수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곳 출신인 마이나 치보크는 공격이 끝난 직후에 무장괴한들이 지붕 없는 트럭에 사람들을 싣고 가버렸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정부 의료 센터, 집과 가게들을 불태웠다”고 덧붙였다. 치안 관계자는 100명 이상이 죽고 마을 지도자를 포함해 35명 이상이 납치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납치는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해왔다. 자신이 보코 하람의 지도자라고 주장하는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지난 달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보코 하람이 치보크 여학생들 석방 문제로 당국과 회담 중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부인했으며 납치된 여학생들은 보코 하람 지휘관들에게 시집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서구의 교육은 죄악이다”는 뜻으로 알려진 보코 하람의 ‘이슬람국가 수립을 위한 무장 투쟁’은 아프리카 최대의 경제권이자 최대 원유 생산국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에 갈수록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군대는 훈련 수준과 군수품, 무기 등에서 보코 하람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열악한 현실에 불만을 품은 나이지리아의 보코 하람 토벌군들이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군사 법정은 이를 반란죄로 보고 54명에게 총살형을 언도하기도 했다.
수천명이 살해당하고 수백명이 납치된 상황에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나이지리아의 치안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쪽으로 카메룬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는 무장단체들이 점령하고 있어 피해가 타 지역에 비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나이지리아의 무력한 모습은 역시 보코 하람의 잦은 공격을 받고 있는 카메룬의 대응과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17일 카메룬 군대는 북부 지역에 있는 보코 하람의 기지를 공격해 대원 116명을 죽였다고 국방부가 18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