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해양이 고재호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사장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달부터 사장 자리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3일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여부에 대해 “오늘도 현재까지 별도로 방침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하고, 5일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임시 이사회에 대해서조차도 “확정된 것이 아니며 추측에 따른 것이고 오는 9일 전까지만 열리면 공백 사태는 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차기 사장 문제를 다루는 절차 중 첫 단추인 사장추천위원회부터 자꾸 미뤄지면서, 이달 말 고재호 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사장 선임이 이뤄지 않고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될 우려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사추위 당장 급한데…구성 여부 조차도 미정

현재 일정상 이달 9일까지 임시 이사회가 열리지 않으면 이번달 내로 주주총회를 열기는 힘들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규정상 이사회는 주주총회 3주전까지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주주총회는 이달 20일에서 27일로 일주일간 미뤄진 바 있다.
일정상 사장추천위원회가 열려 후임 사장을 추천하고 이 안건이 이사회에서 통과되면 주주총회 2주전까지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을 주주들에게 알린 후 이사회로부터 3주 후에 주주총회가 열리게 된다.
따라서 이사회가 9일까지만 열리면 되는 것이라고 해도 사장추천위원회가 하루 빨리 구성돼 후임 사장을 신규로 추천할지 현 고재호 사장의 연임 방침을 확정할지를 정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현재로써는 아예 이번 이사회 및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장 선임 건이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정기주총은 상법상 회계연도가 끝난 후 3개월 내에 반드시 열려야 하기 때문에, 비록 한 번 연기되기는 했지만 이번 달 내로 정기 주총은 반드시 열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사회를 열지 않으면 주총을 소집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미루더라도 임시 이사회라도 이번 주 내로 열어 2014년 재무제표 승인 등 기본적인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가능케 하고, 내달 이후 임시 주주총회를 별도로 열어 사장 선임건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시 주총도 마찬가지로 3주 전에 이사회가 다시 열려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정기 주총은 이달까지는 열려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열릴 것”이라며 “하지만 이사회에 사장 선임 안건이 올라갈 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확정된 바 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눈치설에 무게…朴대통령 귀국 기다리나
이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은 현재 제기되고 있는 ‘정치권 외풍설’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산업은행 등 정부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이 50%를 넘는 만큼 그간 관행적으로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사장추천위원회 인사를 정해왔는데, 현재 재가를 받아야 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부터 오는 9일까지 중동지역 4개국 순방에 나서 명확한 지침이 내려오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9일까지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달 29일 고재호 사장의 임기 만료부터 내달 이후 열릴 임시 주총까지 사장 공백 사태가 불가피해진다. 이렇게 되면 조선업계 특성상 CEO의 대표성이 중요한 만큼 공백 사태가 길어질수록 대우조선해양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고재호 사장이 사장 역할은 계속 할 수는 있겠지만 대형 계약이나 구조조정 등 회사 안팎의 주요 사항을 결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업계에서는 고재호 사장 체제에서 양호한 수주 실적을 기록했고 노조와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점을 들어 연임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산업은행이 정부 의중을 받들거나 내부 개혁을 추진할 인물로 교체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노조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내로 사장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느냐에 따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우조선해양의 후임 사장 선임 문제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