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또 갈등기류…이번엔 ‘사드 배치’ 이견 충돌
여권 또 갈등기류…이번엔 ‘사드 배치’ 이견 충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靑-친박 ‘공론화 부담’ vs 非朴 ‘사드’ 필요성 거듭 강조
▲ 여권이 사드 배치 필요성 논의 문제를 놓고 계파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등 비박계를 중심으로 사드 배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와 친박계는 이 같은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조차도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새누리당 내 일각에서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공론화 시키겠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비롯한 당내 친박계를 중심으로 이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며 여권 내 갈등 조짐이 일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를 이슈화 시킨 것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였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3월 말경 정책의총에서 당의 의견을 집약하겠다”고 공론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이 같은 의지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그가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사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고, 안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확고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청와대부터 사드 도입에 대한 이슈 공론화에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유 원내대표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과 함께 당내 친박계 인사들도 부정적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에 맞서서 비박계 인사들은 유 원내대표에 힘을 실으며 사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드 도입 문제를 두고 여권 내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靑-친박 “공개 논의할 문제 아냐”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11일 오전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은 3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라며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책의총 등을 통해 공론화시키겠다고 한데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한 관계자도 “사드 배치 논의는 아기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학교를 어디로 보낼 것이냐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면서 “현재로서는 한국 배치 논의는 이른 감이 있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부정적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의 이 같은 부정적 입장과 맞물려 최근 청와대 정무특보로 내정된 윤상현 의원 또한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사일방어(MD) 프로그램의 일부인 사드의 한국 배치는 동북아에서 군사·외교·경제 관계는 물론 역내 군비경쟁과 안보질서에 엄청난 변화를 촉발시킬 사안”이라며 “이 사간을 고도의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의원총회에서 자유토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그러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 “한일 간의 군사협력 강화는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하는 반면, 한중관계 악화는 감내해야 한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복심으로 불려온 이정현 최고위원 역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드 공론화 의총 개최 입장에 “외교나 안보 문제는 확정되기 전에는 비공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많은데,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과 이정현 최고위원 등의 이 같은 부정적 목소리는 청와대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면서 당내에서도 공론화에 부정적 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靑 입장에 당내 신중론 확산?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인제 최고위원은 신중론을 제기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 정부가 사드 도입문제를 전략적으로 밀도 있게 논의를 촉진시켜서 국익에 맞게 중국의 우려도 불식하도록 결정해주길 기대한다”면서 “이 문제는 공개적으로 논의해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도입의 규모와 시기 등은 당과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지만 전략적인 도입결정 문제는 그렇게 논의돼서는 안 된다”며 “다만 전략적인 논의단계에서 당대표나 원내대표, 국방위원회 위원장 이런 분들이 비공개적으로 참여할 수는 있겠지만 이 문제는 아주 신중하게 국가 이익에 맞춰 진행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의 경우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다가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 의원은 지난 8일 MBC 방송에 출연해서는 사드 배치 필요성과 관련, “제가 검토한 바에 의하면 배치 필요성이 상당히 있어 보인다”며 “사드 배치 시 남북관계 긴장 등 그것보다는 우리의 안보, 우리의 방어태세 완성 이런 쪽을 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1일 오전 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과 인터뷰에서는 “여당이 갑자기 사드 문제를 꺼냈다고 하며 원유철 정책위의장과 내 발언을 인용했던데 나는 지금 당장 도입하자고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당장 배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나 의원은 “사드 문제는 사실 5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정부가 일찌감치 핸들링을 잘 했으면 이렇게 복잡하지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사드라는 무기체계가 우리나라에 필요하냐, 안 필요하냐에 대해 정부가 빨리 판단하고 거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놨어야 하는데 오히려 문제를 질질 끌면서 더 커지고 복잡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비박계 ‘공론화 의지’ 확고
한편 청와대와 친박계를 중심으로 이처럼 사드 배치 필요성에 대한 공론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과 달리, 비박계에서는 거듭 사드 배치 필요성과 공론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원유철 정책위의장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1차적으로 주한미군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사드를 도입하려고 한다”며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의장은 그러면서 “저는 국방위원장 시절 북핵에 맞서 ‘조건부 핵무장’(우리도 핵무장을 하되 북한이 폐기하면 우리도 즉시 폐기하는 방안)을 주장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개인적으로 그런 소신을 갖고 있다”며 “저쪽이 총을 들고 있는데 이쪽은 칼을 들고 맞서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정병국 의원 또한 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가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북한 핵도 동북아 안정에 저해 요인 아니냐”면서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북핵 폐기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왜 사드가 필요한지 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전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의 경우는 지난 2월 외신기자회견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현실에 맞고 고도의 능력을 갖춘 미사일 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바 있다.

김 대표는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사드 도입 문제와 관련해 “민주정당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북핵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변 정세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수단은 사드밖에 없다는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교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권한은 없고, 의원들도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차원의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이라고 논란이 확산되는데 대해 경계했다. 친박계 등 당내 일각의 공론화 부정적 목소리 및 신중론 등을 의식한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의총에서 비공개로 토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비공개 일뿐, “지난번 말씀드린 대로 의총에서 토론하겠다”는 본래 입장은 견지했다. 사드 도입 논의를 두고 여권 내 계파 갈등이 불붙고 있는 모양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