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무상급식 사태, 정치권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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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 갈등에 여야 갈등까지 논란 일파만파

▲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하고 그 예산을 교육 지원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경남도청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전국에서 최초로 무상급식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그 예산을 교육에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세워 파장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홍 지사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새정치연합은 2010년에 이뤄진 국민적 합의 사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홍 지사에게 회동을 제안한 가운데, 오는 18일 경남도청에서 만나 무상급식 문제를 심층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무상급식 중단사태를 놓고 ‘보편적 복지’ 와 ‘선별적 복지’ 의 복지 논쟁으로까지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 갈등 심화

▲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회동을 제안했지만 홍 지사로부터 거절당했다. ⓒ경남도교육청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다음 달부터 경남도의 무상 급식을 중단하고 남는 예산을 서민 자녀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처음으로 ‘무상 급식’을 ‘유상 급식’으로 전환함으로써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궤도를 바꾼 것이다.

경남도는 서민계층의 학력 격차 해소와 동등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도비 257억원, 시군비 386억원 총 643억원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교육지원 사업은 서민자녀의 학력 향상과 교육경비 지원을 위한 바우처 사업, 맞춤형 교육지원 사업과 교육여건 개선 사업 등을 전개할 계획이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중단 선언에 경남도교육청은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도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경남도가 추진하려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유사·중복으로 수혜자 중복이 불가피하며 이에 따른 학부모와 학교의 혼란과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박종훈 교육감은 10일 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가 올해 무상급식 지원 예산으로 편성했던 643억원 전액이 ‘서민지원사업’이라는 졸속적인 사업으로 둔갑해 발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 사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 사업으로 사실상 무상급식 지원은 무산된 것이며 그동안 전 도민과 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박 교육감은 서민자녀 교육사업이 시행되면 교육청 차원의 협조도 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비쳤다.

그는 “무상급식 예산이 실효성이 없고 중복투자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어 당분간 교육청의 협조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예산 책정은 경남도에서 했지만 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 박 교육감은 홍 지사에게 회동을 제안했지만 홍 지사는 “교육감의 만남 제안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진정성이 없었다”며 거부했다.

이어 경남도는 “진심으로 협의를 원한다면 박종훈 교육감이 그동안 한 무례한 발언과 도정을 모욕한 발언에 대해 우선 공개해야 한다”며 “이런 전제가 없는 일방적인 제안은 의미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박 교육감의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경남도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지방자치법, 청소년기본법,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청소년 복지 증진을 위한 지자체 고유 사무로 교육청과 협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는 두번째로 빈부 격차가 심하며 서민층과 상류층의 사교육비 차이가 무려 8배에 달해 서민 자녀에 대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 지사는 진보 교육감을 향해 ‘좌파’로 규정하며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홍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진 자의 것을 거두어 없는 사람들 도와 주자는 것이 진보 좌파 정책의 본질”이라면서 “그렇다면 보편적복지는 진보좌파정책과는 어긋나는 정책이다. 오히려 세금을 거두어 복지가필요한 서민계층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는 선별적복지가 진보좌파정책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남에서 새롭게 실시하는 서민 자녀 교육비 지원사업은 작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서 나타났듯이 부유층교육비가 서민층교육비의 8배나 된다는 교육 불평등 현실을 보완하기 위한 전형적인 좌파 정책이다”라며 “그럼에도 진보좌파교육감님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서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정책의 판단기준은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에 있다. 국민의 최대다수 최대행복이 정책선택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그러면서 “학교는 공부하러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며 “공부보다 급식에 매몰되어있는 진보좌파 교육감님들의 편향된 포퓰리즘이 안타깝다. 한정된 예산으로 정책우선순위에 맞추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국민의 돈을 관리하는 지도자의 자세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與 ‘환영’ VS 野 ‘막돼먹은 처사’

홍 지사의 전국 최초 무상급식 중단 사태에 정치권에서는 경남지역 각급 학교의 ‘급식대란’ 우려와 함께 공방도 이어졌다.

여당은 무상급식을시행한 지 4년이 된 만큼 문제점을 보완해 선별복지로 가야 한다며 홍 지사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야당은 무상급식 중단이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대형사고’로 규정하며 무상급식을 계속 시행해야 한다고 맞대응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중진의원은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경남 홍준표 지사의 이번 무상급식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며 “공짜급식에 퍼붓던 643억원을 서민자녀들의 교육보조금으로 쓰기로 한 것은 잘 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같은 예산이더라도 소득하위계층에 집중해 쓰이는 것이 국민의 혈세를 올바로 쓰는 일”이라면서 “공짜선심으로 무상급식이 크게 늘다보니 전국 교육청의 재정이 고갈돼 낡고 위험한 학교시설을 고치는 학교환경 개선비는 2011년 1조 4,575억원에서 2014년 8,830억원으로 40%나 줄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공짜정책은 무상보육대란 재발조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해 연말 보육대란에 대한 땜질처방으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1조 7,000억원을 대기로 했으나 의견차이로 법안통과가 안 되면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무상보육 역시 소득에 따른 선별적 차등지원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재벌집의 손자가 왜 무상보육 대상이 돼야 하는지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1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과 이목희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설전을 이어갔다. 이노근 의원은 “무상급식이 시행된 지 4년째 들어갔으니 그동안 문제점 등을 실태 조사한 것으로 재설계할 때가 됐다”며 “(무상급식을)전면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아니다. 비례의 원칙이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무상급식 제도에 대해 “공짜로 준다면 마다치 않는 게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라며 “사회 집단적인 지성이 지배해서 모든 정책 결정을 해야 되는데 왜곡됐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은 “경남도 전체 무상급식 예산 643억 원 중 도청이 부담하는 것은 257억 원이다. 이 돈이 없어서 못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홍준표 지사가 2012년 보선에서 당선된 이후 (진주의료원 폐쇄 이후) 만들어낸 두 번째 대형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정책은 국민적 합의로 이뤄낸 것인데 홍 지사가 자기 소신과 다르다고 해서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홍 지사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튀는 행보’를 하고 있다. 시대 정신을 정면으로 거슬러 서민의 병원 문을 닫고 아이들 밥그릇 뺏은 사람은 대선 후보 근처에도 못 간다”고 날선 비난을 가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도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집이 가난해 공짜 밥을 먹는다’는 낙인을 찍으려는 홍 지사의 행태는 정말 야멸차다”고 비판했다.

이언주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홍 지사의 막돼먹은 처사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아이들을 볼모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데 혈안이 된 구태의연한 정치꾼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일방적으로 통보할 것이 아닌 교육청과 도민·학부모 등 각계각층과 진정성을 갖고 계속 논의와 설득도 하고 협조를 구해 타협안을 도출하고 낙인효과에 대한 보완책을 고민하는 등 진정성 있게 문제를 풀어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제를 이런 식으로 푸는 것은 진보보수를 떠나 정치 리더로서의 양식과 진정성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고, 이것은 복지에 대한 철학논쟁이라 하기 조차 부끄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홍준표 회동 이뤄질 듯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회동을 제안하여 오는 18일 홍 지사와의 격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문재인 대표는 홍 지사에게 회동을 제안했으며 홍 지사는 문 대표가 도청을 찾아오면 만나겠다는 입장을 전해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회동에서 문 대표는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홍 지사는 무상급식 보다 부자와 저소득층 간 교육 격차 해소와 동등한 교육 기회 보장을 더 중요시하는 입장으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1일 대전 중구 효문화마을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경남의 아이들도 무상급식의 혜택을 누리도록 지금이라도 경남도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할 것을 촉구한다”며 “오는 18일 현장 최고위를 경남에서 개최해 무상급식 전면 중단의 부당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무상급식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광역자치단체는 전국에서 경남이 유일하다. 대단히 잘못된 처사”라며 “도지사의 신념이 어떻든,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그로 인해 아이들이 밥그릇을 뺏겨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린이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어떤 곳에선 급식 혜택을 받고 어떤 곳에선 급식 혜택을 받지 못해 부모가 급식비 부담하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2일 울산박물관을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높이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라면서 ”무상급식 재원은 국비 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무상급식 제도 전환)은 도지사의 재량적 문제“라고 평가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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