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각종 의안의 표결 결과도 주목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여전히 반대를 거의 하지 않는 ‘거수기’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의결권 행사 공시 767건 중 안건 하나라도 반대 의견을 낸 공시는 23건으로 전체의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날까지 등록된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와 관련한 집합투자업자 등의 의결권 행사 공시를 분석한 것에 따른 것이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곳도 그나마 전체 발행주식 대비 1%에 못미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반대를 표시한 기관은 주로 이사·감사의 선임 안건과 이들의 보수한도 증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이사 선임안건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브레인자산운용 등 4곳이 꼽힌다. 반대 이유는 한전부지 고가 매입 당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트러스톤자산운용, 베어링자산우용 등 4곳이 에스원의 감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은 후보자가 에스원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해당해 독립적인 감사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베어링자산운용과 HSBC펀드서비스는 신세계푸드와 S&T모티브의 이사 보수한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반대표는 대부분 1%에도 못미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반대하는 곳은 대부분 외국계나 독립계라는 점에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올해도 ‘거수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대 의견을 표명한 9곳 중 5개사가 외국계였으며 국내 투자자도 독립계 운용사였다.
지난해에도 정기 주총 반대의견 상위 10개사 중 트러스톤자산운용을 제외한 9개 기관이 외국계 투자자였다. 기업지배구조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주총에서 기관투자가들이 반대를 행사 비율은 1.4%에 그쳤다. 특히 주주 상정 안건에 반대를 던진 비율은 26.9%에 달해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기관의 의결권 행사에 소홀해도 책임질 필요가 크지 않은 제도·감독 환경이어서 기관이 수탁자로서의 책임의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기관투자자 다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나 금융그룹에 소속돼 있어 투자자 자신은 물론 계열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잠재적 고객회사의 경영진에 반대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이주 금요일인 20일 무려 409개의 상장사 주총이 예고돼 있는 등 앞으로 남은 주총이 더 많다는 점에서, 향후 기관투자가들이 거수기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