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타협의 조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야정노 대타협기구는 27일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최종담판을 지을 예정이지만, 각 이해당사자별 개혁안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거듭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대타협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與 “양토실실” vs 野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지만 개혁안에 대해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 결과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체 개혁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며 국가 재정 절감을 위해 대타협기구의 협력을 촉구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대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이번 4월 국회는 민생경제 살리기의 최대의 분수령으로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활성화 법안 9개, 또 연말정산의 보완책을 담은 소득세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야당이 뒤늦게 공무원연금안이라고 내놨지만 알파, 베타 수학방정식만 던져주고 알파, 베타는 특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하면서 밝히지 않아 추측성 기사만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제1야당이 무엇이 그리 두려워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한쪽 다리만 엉거주춤하게 걸치고 있는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일 1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가고 있고, 현 정부에서 15조원, 다음정부에서 33조원, 그 다음 정부에서 53조원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명확한 사안”이라며 “공무원연금개혁은 국민과 국가 그리고 공무원들을 위해 개혁은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생명을 살리는 수술과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양토실실(兩兎悉失)이라는 말이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다는 말”이라면서 “야당이 눈치를 보면서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국민과 개혁, 둘 다 놓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군현 사무총장도 “야당이 얼마 전부터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그에 상응하는 협력을 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제1야당의 문 대표가 정부·여당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공무원연금 부분도 특위 안에서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져서 원내 협상테이블에 올라오지 않기를 바란다. 야당이 좀 모호하긴 했지만 자체 안도 내놨고, 노조와 대화도 많이 한 노력들은 평가할 부분 있다고 생각 든다”며 “하루 남은 대타협 시한 내에 타협안을 꼭 만들어 내서 4월 7일 1차 시한, 5월 2일 2차 시한까지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반드시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정부의 일도 아니고, 여당의 일도 아니고, 야당의 일도 아니고,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시고 꼭 매듭을 지어주기 바란다”면서 “노조도 대타협위원회의 손을 떠나버리면 노조의 입장을 반영하기에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라는 것을 생각하셔서 결단을 내려주셔서 대타협안이 꼭 마련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당부 드린다”고 덧붙엿다.
새누리당은 대타협기구가 타협안을 마련할 경우 즉각 긴급 최고위회의를 소집해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을 세우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성남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노조 의견과 국민 요구를 반영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룰 때만 공무원연금 개혁이 순조로울 것”이라면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자신의 일방적인 기준에 타인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것을 비유하는 말)처럼 자기 기준에 안 맞으면 다 거부할 것이냐”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99%의 공무원은 박봉임에도 사명감과 애국심을 갖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데 정부·여당은 공무원을 국민의 공적으로 몰아 공무원과 국민을 이간질한다”면서 “작금의 연금 개혁은 공적연금 구조를 형해화하고 사기업 보험시장을 확대하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정부·여당안은 막무가내로 공무원 노후보장이라는 기본을 훼손해서 문제”라며 “얄팍하게 공무원과 국민을 둘로 쪼개 싸움을 붙인 채 잘 안되면 야당 탓, 국민 탓만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용하 案’ 절충되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공무원 연금특위 강기정 공동위원장은 27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대타협기구 여당 추천위원인 김용하 교수의 절충안에 대해 “정확히 새누리당의 반값연금 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소속 연금특위 위원들과 내부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숫자는 환영할 수 없다. 대체율을 1.65%로 확 낮추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건 공무원들이 결정하게 해줘야 한다”고 수용 입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강 위원장은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의 안에 대해서도 “99.9% 우리와 같다. 공적연금은 강화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 대환영”이라며 “이걸 받아들이고 숫자는 대타협에서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타협 가능성에 대해 “새누리당쪽에서 반값연금을 사실상 철회할 의사가 있다는 정도의 입장변화는 있었다”면서도 “정부가 직접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공을 국회로 넘겨놓고 아무 말도 않고 있는 비겁함에 대해 나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용하 교수는 지난 26일 연금개혁 분과위원회에서 신·구 분리 방안 등 여당 안을 대폭 포기하고 기여율 10%와 지급률 1.65%를 골자로 하는 타협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여당안에 대해 대폭 후퇴하는 내용으로 막판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용하 안’에 대해 새누리당과 공무원 측은 반대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대변인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 김성광 위원장, 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은 구조개혁이 초점인데 김 교수가 말한 것은 구조개혁을 포기하고, 신·구 입직자 재직자 구분 없이 전체 각 공무원 개인이 내는 기여금을 10%, 지급률을 1.65%로 낮추는 안”이라며 “이것은 모수개혁의 상황이고 구조개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 예정인 노조안과 관련해선 “노조는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재직자와 신규자를 구분하는 것을 반대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숫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되지 않아 김 교수안과 비슷한지 여부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야당이 기여율과 지급률을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는 것처럼 현행과 같은 수치대로 협상이 된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또 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야당은 플러스 알파, 마이너스 베타가 숫자가 얼마라고 정확히 밝히고, 그에 따른 재정추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타협기구 여당위원인 김현숙 의원은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타협과정에서 (야당안의) 알파와 베타에 대한 숫자가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수지균형안으로 된다면 그 부분도 같이 검토할 수 있다”며 다소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은 여당 측에서는 ‘김태일 안’을 바탕으로 야당과 공무원노조와의 합의에 주력하는 움직임이다.
반면 공투본 김성광 위원장은 “김 교수의 안은 공무원이 희생을 감수하라는 안이므로 우리는 수용할 수가 없다”며 “기존에 받는 거라도 받게 해줘야 하는데 그 보다도 훨씬 낮게 1.65%라는 수치를 얘기한 것은 연금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급률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20년 근무하고 퇴직하면 현재 제도로도 연금이 월 98만원인데 거기서 뭘 더 깎으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 그는 “노조안은 물리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며 “연금제도를 바꾸면서 우리나라처럼 불과 두 세달 만에 논의해 고치는 나라는 없다. 시간이 문제”라고 말했다.
공무원 노조 이충재 위원장도 “정부, 여야 안 모두 공무원들이 희생을 더 하라는 것이므로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공적연금을 강화시키지 않으면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할 수 없음에도 정부여당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타협기구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재정추계분과위와 노후소득보장분과위, 연금개혁분과위 등 3개 분과로부터 논의 내용을 보고받고 막판 절충을 시도할 예정이다.
만약 최종 타협이 안 될 경우, 제시된 안들을 마지막 관문인 국회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로 넘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