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은 ‘자원외교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기업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성공불융자금을 대부분 집행했다고 보고 기업 내 비리 정황에 대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더불어 경남기업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한모 부사장을 이르면 다음 주 중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검찰은 성 회장 소환 조사에 들어가기 전 한 부사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등을 포함해 경남기업과 그 계열사들의 자금 관리 전반에 대해 집중 탐문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 부사장은 경남기업 회계 부문 총 책임자로써 경남기업 뿐만 아니라 대아레저산업간 금전 거래 등에서도 자세하게 알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 부사장은 현재 경남기업의 부사장이자 사내이사이고, 계열사인 대아레저산업의 대표다. 대아레저산업은 경남기업을 특수관계자로 둔 경남기업 계열사다. 그러나 성 회장과 그의 동생, 아들, 경남기업이 지분을 100% 들고 있어 실질적인 의미에서는 성 회장의 회사다.
‘자원외교비리’의 중심에 있는 성공불융자금이란 민간 기업이 투자 위험이 높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 등에 뛰어들어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탕감해주는 제도다.
당초 검찰은 2010년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경남기업의 암바토비 사업 지분을 고가에 매입하면서 116억여원의 손실을 입었고, 이후 다시 삼성물산과 현대컨소시엄에 지분을 저가로 매각하면서 총 932억원의 손해를 본 것과 관련해 제기된 ‘자원외교 실패 의혹’을 신빈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자원외교 실패 논란’이 제기된 암바토비 니켈광산 프로젝트는 2006년 10월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국내 기업 7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에 1조9000여억 원(전체 사업지분의 27.5%)을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컨소시엄 대표사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경남기업이 자금 사정 악화로 투자비를 제때 납부하지 않자 납부 의무기간을 연장해주고 대금을 대납해주는 등의 혜택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0년 경남기업은 투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사업에서 물러났다. 애초 계약에 따르면 지분가치의 25%만 받고 지분을 반납해야 했음에도 광물공사는 2010년 3월 경남기업에 지분가치의 100%를 지불하고 지분을 인수해 ‘특혜 의혹’이 일었다.

◆ 경남기업 비자금 의혹에 “빨대 경영 극치”
한편, 검찰이 경남기업의 자금흐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던 중 성완종 회장이 베트남에 고층빌딩을 지으면서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딩 공사에는 성 회장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업체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됐다.
27일 <JT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11년 베트남 하노이에 70층짜리 빌딩인 ‘랜드마크 72’를 지으면서 당초 8200만 달러 규모 공사라고 명시한 것과는 달리 계약 액수란에 5200만 달러라고 기재했다. 실제 공사투입비와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 차이는 3000만 달러(한화 약 330억)였다. 이에 경남기업이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공사 비용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26일 검찰은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경남기업의 자금흐름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은 뒤, 경남기업의 하청업체인 ‘코어베이스’의 대표를 출석토록해 조사를 벌였다.
‘코어베이스’의 경우 성 전 회장의 부인인 동모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업체로, ‘체스넛’과 ‘체스넛비나’와 함께 경남기업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꼽히는 곳이다.
검찰이 코어베이스 조사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25일 경남기업 노조 측이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한 내용 때문이였다. 노조는 “성 회장 일가가 계열사 분리를 통해 회사 자산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 회장 일가가 2008년 워크아웃을 진행했을 당시 경남기업내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던 코어베이스를 계열분리한 뒤 성 회장 부인인 동모씨 자산으로 둔갑시켰다”면서 “이후 코어베이스는 (경남기업의)자재구매권 등을 독점하며 부당이익을 챙겨왔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는 “경남기업은 자금과 인력, 자재를 투입하고도 이익은 체스넛과 체스넛비나가 챙기게 하는 등 ‘빨대 경영’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체스넛’과 ‘체스넛비나’의 실 소유주 역시 코어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성 전 회장의 부인인 동모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체스넛은 국내에서, 체스넛비나는 베트남 현지에서 경남기업의 건물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코어베이스에는 자재값을, 체스넛과 체스넛비나에는 관리비용을 부풀려 지급하고, 그 차액을 챙기는 방식으로 비자금이 조성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남기업 회생 가능성 없나
검찰이 자원외교비리 의혹과 관련해 경남기업의 국‧내외 불법 비자금 조성 여부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경남기업의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7일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26일 자정까지 결과를 취합했지만, 채권단의 의견이 동의조건(채권단 75%이상)을 만족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추가자금지원이 부결된 것과 관련해 경남기업은 이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남기업은 이전에도 세 차례의 워크아웃을 겪은 바 있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경남기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채권단에 11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과 9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출자전환 등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계속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