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해안가에 자리잡은 업계 1위 쌍용양회와 2위 동양시멘트가 잇따라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와 시멘트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해온 시멘트 업계 1위 쌍용양회는 최근 채권단을 제외한 단일 최대주주인 일본 태평양시멘트가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간 쌍용양회는 태평양시멘트 측의 입장 표명이 지연되면서 매각 작업에 난항을 겪어 왔다. 산업은행·신한은행·서울보증보험·한앤컴퍼니 등으로 구성된 쌍용양회 채권단은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지분 46.83%를 매각하는 방안을 통지했지만 태평양시멘트 측에 의사결정을 재촉하면서 조급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방침이 밝혀지면서 쌍용양회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큰 반향이 일었다. 채권단과 태평양시멘트는 조만간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결렬될 경우 공개 경쟁 입찰로 매각 방식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시멘트는 쌍용양회 지분 32.36%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가 인수할 경우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인수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태평양시멘트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쌍용양회 지분을 7800억여 원에 사들인 바 있다.
◆동양시멘트 흥행? 우려·기대 교차

공교롭게도 유사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는 업계 2위 동양시멘트는 본격적으로 인수전 흥행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동양시멘트의 대주주인 ㈜동양은 시멘트 지분 55%를 매각하기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면 기업실사를 거쳐 4~5월께 매각 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계열사인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시멘트 지분 19%를 함께 매각하는 방안도 법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의 매각 예상액이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양시멘트는 지난해 매출액 5572억원에 영업이익 648억원, 순이익 327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모두 흑자전환 하고 알짜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업계 1위 쌍용양회의 매각이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방침으로 김이 빠지게 되자 동양시멘트의 주목도는 더욱 올라가게 됐다. 시멘트업계가 동양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면 누구든 업계 1위권으로 올라서게 된다. 13.1% 점유율을 기록 중인 한일시멘트는 동양시멘트를 품에 안으면 순식간에 26.5%로 급증한다. 아세아시멘트도 점유율이 6.9%에서 20.3%로 확대되면서 쌍용양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의 반발이 변수다. ㈜동양 채권단은 경영권이 달린 지분과 소수 지분을 묶어 팔면서 법원이 매각 대금 분배 기준조차 미리 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양인터내셔널의 지분 19.1% 동반 매각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서원일 동양 채권자협의회 대표는 “㈜동양인터내셔널 보유 지분과 함께 매각하면 동양의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지분 비율로만 매각 대금을 나누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로 ㈜동양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기 어려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양인터내셔널 보유 지분을 함께 매각하지 않을 경우 ㈜동양이 매각하는 동양시멘트 지분 55%의 가치가 조금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규모가 줄어드는 만큼 매각 작업도 조금 더 쉬워질 수 있다.
크게 오른 주가도 부담요인이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에서 주당 3000원 초반이던 동양시멘 주가는 최근 5000원대 중반으로, 3개월 사이 무려 8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시가총액도 6000억원에 육박했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8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내다보기도 하지만 74.1% 지분인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5000억원 이상은 부담스럽다”며 “그러나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다수여서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