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현대제철, 하이스코 합병 ‘일거양득’?
거침없는 현대제철, 하이스코 합병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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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도약 등 파급력 막강…증여세 안정적 회피 가능성도 제기돼

 

▲ 8일 현대제철이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결의했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세계적인 철강사로 도약함은 물론이고, 불황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서 포스코와 나란히 어깨를 겨눌 전망이다. ⓒ현대제철

지난해 전반적인 철강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오히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와의 완전 합병을 결정하면서 포스코를 턱밑까지 추격하게 됐다.

8일 현대제철은 이사회를 열고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이번 합병이 내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현대제철은 오는 7월 1일 양사의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양사의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21조원에 달하는 철강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이날 이사회는 현대하이스코에 대한 합병을 결의하고 합병비율을 1대 0.8577로 결정했다. 현재 현대하이스코의 주요주주는 669만9000여주(29.37%)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15.65%, 357만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10%, 228만주) 등이다.

합병비율에 따라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현대·기아차는 현대제철 신주를 각각 196만주, 575만주, 306만주를 확보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의 경우 기존 현대제철 보유주식 1380만주(11.84%)가 1576만주로 증가하지만 지분율 11.57%로 기존대비 0.27%p 하락하고, 기아차 역시 19.78%에서 19.18%로 떨어진다. 반면 현대차는 신주 575만주가 증가해 지분율은 7.87%에서 10.96%로 상승하게 된다.

이날 강태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이 완료되면 2016년 기준으로 약 20조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조1000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합병 전보다 각각 13%, 5% 증가한 것이다. 주로 해외법인의 현대제철산 강판 물량 증가와 안정적 수익성 확보,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에서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의 매출액(단독 기준)이 29조여 원인 점을 감안해 보면 양사의 차이는 8조원에 불과하게 된다. 불과 2012년만 해도 현대제철의 매출은 14조9000억원에 불과해 35조원을 기록한 포스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하이스코 합병의 효과는 그야말로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는 평가다.

원래 현대차그룹의 철강 부문은 현대제철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가공해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제조하는 이원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모토로 하는 수직계열화 완성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2년에 걸쳐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3년 가장 큰 시너지가 예상되는 냉연 사업부문을 현대하이스코로부터 거둬들인 현대제철은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고, 현대제철은 이번에 현대하이스코의 남은 부분을 합병한다. 전체 사업 가운데 60%를 이미 합병한 상황에서 나머지 40%를 이번에 완전 통합하게 된 셈이다.

우선 현대하이스코가 보유한 해외 13개 스틸서비스(SSC) 부문을 인수하면 글로벌 영업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품질관리 향상에도 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중국, 인도를 비롯해 총 9개국 13개소에서 운영돼 온 SSC는 주로 인근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공장에 냉연강판을 가공, 공급하기 위한 생산기지 역할을 해 왔으며, 지난해 현대하이스코 전체 매출액의 67.4%(2조8천억원)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노른자 사업부다.

또한 현대제철은 강관분야에서 포스코보다 우위에 있는 현대하이스코의 강관 사업부를 품게 되면서 이전보다 사업 분야의 스펙트럼을 넓히게 됐다.

이밖에 함께 인수하는 경량화 사업을 통해 현대·기아차의 향후 제품개발에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완전합병, 예측돼 왔지만…파괴력 ‘막강’
그간 현대제철의 행보는 불황으로 시름하던 철강업계에서 수 차례 화제가 돼 왔다. 특히 현대하이스코를 완전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은 과거부터 제기돼 온 바 있다.

지난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분합병이 결정되자 완전합병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상 밖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고, 지난해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이 정몽구 회장의 셋째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이혼한 뒤 오너 일가에서 빠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완전합병에 대한 관측이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했다.

한편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PP율촌에너지 인수의 시너지 효과까지 본격적으로 발휘되면 현대제철은 머지 않아 수 년 내로 본격적으로 포스코와 나란히 어깨를 겨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계열사 간 중복되는 부분을 줄여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합병 후 전체 자산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회사로 굳게 자리매김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현대제철은 세계 철강사 순위를 결정짓는 조강생산능력이 3000만t 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현대제철의 조강생산규모는 현재 고로 부문 1200만t과 전기로 부문 1200만t을 합한 2400만t 규모다. 2006년 31위에 머물렀지만 2010년 일관제철사업을 시작하며 20위로 뛰어올랐고 3고로가 본격 가동된 2013년 이후에는 세계 11위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현대하이스코의 올해 생산목표치인 377만3000t과 올 하반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특수강 생산 150만t을 합하면 조강생산능력은 3000만t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으로서도 현대제철이 글로벌 공급망을 갖추게 되면서 ‘포스트 800만대’ 시대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에게 현대·기아차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게 해주는 고객사로 현대·기아차가 아니면 철강불경기 속에서 8~9%의 이익률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번 합병 결정으로 현대제철의 해외수익성이 강화되는 등 안정적인 수익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지난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를 합병하면서 내부거래비중을 줄여 정몽구 회장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됐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번 완전합병으로 정몽구 회장이 더욱 안정적으로 증여세를 피할 수 있게 되는 묘수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제철

◆증여세 회피 안정화까지 일거양득?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묘수로 꼽히는 이유로 지난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 합병으로 대규모의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피할 수 있게 됐던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대제철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 인수로 외연을 키운 후 인수 전 38.5%에서 지난해 24.5%로 크게 낮아졌다. 현대제철은 기존에 3조원이 넘는 현대하이스코 납품액을 냉연사업부 인수 후 3465억원으로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현대하이스코의 나머지 사업부를 인수합병하게 되면 그 비중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도 정몽구 회장은 내부거래 비중 축소의 효과로 100억원이 넘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내지 않는 효과를 거뒀기 때문에, 이번 완전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훨씬 낮아지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를 내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일감 몰아주기에 국세청이 부과하는 증여세의 기준은 30% 이상의 내부거래로 알려져 있다. 국세청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3% 이상이고 내부거래가 30% 이상인 경우 주주 개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영업이익에서 법인세비용을 제외한 금액인 세후 영업이익에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에서 15%를 제외한 수치와 주식 보유비율에서 3%를 제한 수 3개를 곱해 증여의제이익을 책정하는데,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은 이 증여의제이익 금액에 상속세법과 관련된 증여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50%의 증여세율이 적용된다.

이 기준에 따라 정몽구 회장은 2013년 69억원을 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의 냉연부문 합병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에는 약 113억원의 증여세를 냈어야 하지만, 현대제철이 내부거래비중을 크게 줄이면서 이러한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효과도 거뒀다.

여기에 현대하이스코를 완전합병함에 따라 내부 거래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손익까지 늘리면서 현대제철과 정몽구 회장 입장에서 일거양득의 묘수라는 얘기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이미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기준에 미치지 못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번 합병은 이 부분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냉연부문 합병 때보다도 더 낮아질 것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비중은 상계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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