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여전히 법 위에 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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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정안 마련” vs 특조위·유가족 “전면 폐기하라”
▲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있는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정부는 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해 최종적으로 확정했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설치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2월17일 진상 조사를 위한 자체 시행령을 정부에 제출했으나 해수부는 지난달 27일 별도의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정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 마련

정부가 22일부터 세월호 인양 절차에 돌입하고,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함에 따라 1년이 지나도 진전이 없었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분수령을 맞을지 주목된다.정부가 입법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예산·인사 등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 실장을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이 맡도록 해 독립성 훼손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당초 120명으로 합의됐던 특위 정원 또한 90명으로 대폭 축소된 것에 대해 조사 자체를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또 세월호 특조위 사무처를 1실·1국·2과(기획조정실·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에서 ‘기획조정실’의 명칭도 과도한 권한 행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세월호 유족과 야당, 시민단체 등은 독립성 훼손 문제를 지적하며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어렵다며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했다.

2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월호 유가족 및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은 특조위와 유가족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폐기보다는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기준 해수부 장관은 “(1월 1일) 특별법이 시행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시행령 제정을 원점에서 재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입안 취지와 달리 해석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특별법 시행 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바, 특별조사위원회 조직과 정원을 규정하는 시행령 제정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추진하는 것은 조속한 출범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입안 취지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고쳐 수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유 장관은 “특조위에 파견하는 공무원 숫자를 가능한 한 축소하겠다”며 “필요하다면 해수부 공무원을 아예 파견하지 않는 방법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조위 기획조정실장을 해수부에서 파견하지 않아도 무방하고 다른 부서에서 파견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실질적인 조사권한을 가진 ‘진상규명국’을 특조위원장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의 지휘 권한도 여당이 추천한 사무처장이 아닌 여야 합의로 임명된 이석태 특조위원장이 맡도록 수정할 계획이다. 민간위원과 파견공무원의 비율도 6대 4 정도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또한 기조실의 명칭과 권한, 직무 범위에 대해서도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별도로 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행령 수정을 통해 특조위 파견 공무원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유가족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정하겠지만 전면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진상규명 소위의 활동범위를 기존의 정부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로 한정된 진상규명 소위원회의 조사범위를 ‘분석’과 ‘조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행령 공개토론회 ‘정부참여 촉구’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세월호 선체 인양 시기보다 조사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시행령 폐기를 강조했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22일 특조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양) 시작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조위에서 실제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이 확보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인양 자체도 중요하지만 특조위는 진실규명을 해야하니 (세월호 선체는) 유일무이한 증거로 빠른 시일 내에 (특조위 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조위 활동기간에 제한이 있어 기간이 끝나기 전에 세월호를 직접 조사하고 종합보고서에 반영될 수 있게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특조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조위는 정부에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토론회는 23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토론회 제안 배경에 대해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와 원활히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지난 6일 입법 예고기간 종료 이후 특조위와 정부 간 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정부와 특조위가 시행령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고 상호 토론한다면 유가족과 국민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조위는 정부와의 협의에 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협의할 내용이 담긴 서면을 특조위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시행령 철회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압력이 이어지자 궁여지책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조위는 정부와의 협의에 앞서 ▲협의 책임자 변경 ▲구체적인 안 문서 제출 ▲회의 장소 특조위 사무실 ▲논의 후 언론 브리핑 검토 등 4가지를 제시했었다.

특조위는 또 지난 2월 특조위가 정부에 제출했던 시행령 핵심 내용인 ▲각 소위원장 업부 지휘 감독권 인정 ▲특별법이 정한 업무 범위 시행령 그대로 반영 ▲민간 중심의 조사 활동 ▲행정사무 지원 중심의 공무원 파견 등의 내용을 정부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토론회에는 특조위 권영빈 상임위원과 세월호 가족대책위 박주민 변호사, 새정치민주연합 유성엽 의원 등의 참석이 확정됐다. 특조위는 정부와 여당 측에서 참석하지 않아도 토론회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특조위 측은 “정부는 시행령의 수정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하면서도 특조위 측에는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며 “내일 토론회에 나와서 정부가 생각하는 시행령과 수정 내용 무엇인지 국민 앞에서 밝히는 것이 온당하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안 폐기 전까지 입장 변화 없다”

세월호 유가족은 크게 정부에 세월호 선체 인양과 시행령안 폐기를 주장했다. 22일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하기로 최종 확정했지만 시행령안 폐기에 대해서는 유가족과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수정안을 내걸며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유가족 측은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4·16가족협의회 유 대변인은 “정부가 전체인양을 결정한 것과 시행령 폐기 주장은 별개의 문제”라며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선 정부가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이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전명선 대표는 “인양 결정은 났지만 시행령안이 폐기되기 전까지 가족들은 광화문 농성을 지속 하는 등 우리의 행동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계획과 관련해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며 종전처럼 대규모 집회 등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이 선체 인양을 모니터링하고 감시할 수 있는 내용이 정부 계획에 포함되도록 관련 활동들을 펼쳐나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세월호 침몰 1년 만에 선체 인양 결정을 발표한 가운데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번 주말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를 촉구하는 범국민행동을 예고했다.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 규명을 위해 오는 24일과 25일, 다음달 1~2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 범국민행동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4일 민주노총이 예고한 전국 총파업대회에 참여해 시행령 폐기를 호소할 예정이다.
이어 25일에는 서울 동서남북 각 지역에서 출발해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행진과 추모문화제, 내달 1~2일에는 범국민 1박 철야행동 등을 벌일 계획이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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