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확산되자 사임을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명한 이후 공식 일정을 수행하지 않은 채 총리 공관에 머무르며 주요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측근들을 소환하며 수사에 착수하는 과정에서 증언들이 나오면서 이 총리가 검찰 수사를 수시로 점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또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검찰수사 수시로 탐문”
‘성완종 리스트’ 관련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 총리의 인척이자 성 전 회장이 창설한 ‘충청포럼’ 멤버 가운데 서울의 한 검찰청 사무국장(일반직 고위 공무원)인 A국장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2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완구 국무총리가 고(故)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한 이후 인척(姻戚)인 검찰 일반직 고위 공무원에게 수시로 수사 상황을 알아본 정황이 나와 그 간부가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검찰은 A국장이 성 전 회장이 숨진 지난 9일 이후 이 총리와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포착했다.
A국장과 이 총리는 평소에도 통화 기록이 있으나 성 전 회장 사망 이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통화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국장은 지난달 18일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성 전 회장과도 자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총리는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는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며 해명한 바 있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이 총리에게 물어본 결과 총리 본인이 직접 통화한 적은 없으며, A국장과 동향인 총리 주변의 한 인사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라고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앞서 이 총리는 성 전 회장 사망 직후 태안군 의원 등에게 자신과 관련된 동향을 캐묻고 자신의 전 운전기사에게도 틀린 동선에 대한 답변을 유도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의혹도 받은 바 있다.
한편 특별수사팀은 23일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용기(43) 경남기업 비서실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박준호(49) 전 상무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검찰은 이 총리가 2013년 4월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성 전 회장에게 3000만 원을 받은 의혹과 관련, 조만간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 씨와 수행비서 금모 씨를 소환할 방침이다.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동선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물 분석 작업도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해당 시기 성 전 회장과 이 총리 주변의 계좌기록 추적 작업도 벌이고 있다.
해외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7일 귀국해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한 뒤, 검찰은 이 총리에 대한 소환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 “총리 직권 남용”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완구 총리의 검찰 수사 수시 점검과 관련한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이완구 총리는 공무상 비밀을 캐내기 위해 총리라는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이 검찰 수사를 피해보려고 발버둥치는 갖가지 흔적들이 언론에 의해 속속 들통 나고 있다”며 “홍준표 경남 지사의 경우 측근들이 1억원의 중간 전달자로 알려진 윤 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또한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홍지사의 측근이 윤모씨를 만나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넨 게 아니라 보좌관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한 명백한 증거 인멸 시도”라며 “이처럼 돈 받았다는 인사들이 증거를 지우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는 게 분명한데도 검찰은 지금 돈을 준 쪽 사람들만 잡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이완구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그리고 거짓말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하루 빨리 소환해 조사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아울러 “검찰은 특검이 발동되기 전까지 검찰의 명운이 걸렸다는 각오로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강조했다.
박완주 원대대변인 역시 “검찰의 수사대상 1호들의 거짓말과 은폐, 증인회유 등의 증거가 밝혀지고 있는데, 사라진 6인방의 수사는 착수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드러나는 거짓말, 오는 전화 다 받았다고 변명하는 이병기 현 청와대비서실장의 140여 차례의 통화기록, 정계은퇴 선언까지 했지만 18차례나 만났다는 것이 밝혀진 홍문종 의원 등 이들에 대한 수사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을 향해선 “지금은 물타기 할 때가 아니다”라며 “2007년 박근혜경선캠프에서 일했던 허태열 전 비서실장이 돈을 받았는지, 2012년 박근혜대선캠프의 핵심3인방이 돈을 받아 대선자금으로 활용했는지 국민들은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기억 저편에 친박게이트 8인방 중 여섯 명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박근혜정권 3인방과 박근혜후보캠프 3인방의 부정부패, 불법 정치자금 수뢰 의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과 함께 꿋꿋하게 끝까지 친박비리게이트의 처음과 끝을 낱낱이 밝혀 낼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