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플랜텍, 전정도 前 회장 고소…무려 ‘1천억’ 유용
포스코플랜텍, 전정도 前 회장 고소…무려 ‘1천억’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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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엠피 통해 사적 유용…전 前 회장, 사적 유용 인정 파문
▲ 포스코의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고가 인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이 26일 포스코플랜텍으로부터 이란 공사대금 1000억원 유용 혐의로 고소당했다. ⓒ포스코플랜텍

포스코플랜텍 전신인 성진지오텍의 회장 시절 포스코에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 연루 의혹에 휩싸인 전정도 전 회장이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공사 대금 1000억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고소당해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포스코플랜텍은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전 성진지오텍 회장)을 배임·횡령·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포스코플랜텍은 전정도 전 회장이 잔고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란석유공사의 석유 플랜트 공사 대금 7100만유로(당시 1000억여원)의 대부분을 이란 현지 은행 계좌에서 빼내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밝혔으며, 전정도 전 회장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여원에 달하는 공사 대금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코플랜텍이 이란석유공사에 석유 플랜트 공사를 해주고 받은 금액이다. 이 대금은 2013년 이후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 방침에 따라 국내 반입이 어려워지자 이란 현지 은행 계좌에 임시로 보관돼 왔다.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이 대금을 유용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제 정세에 따른 특수성에 기인한다. 당시 포스코플랜텍이 수주했던 공사는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한 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란석유공사와 직접 계약을 피하고 플랜트 부품업체인 세화엠피와 세화엠피의 이란 현지법인 SIGK를 거쳐 이란석유공사와 간접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중간에서 보관돼 있던 공사 대금을 가로채고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포스코플랜텍은 이 같은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세화엠피가 ‘해당 대금을 보관하다 미국 제재가 풀리면 전달하겠다’고 안심시키고 포스코플랜텍에 확약서와 함께 분기별 은행계좌 잔고 증명서까지 보내줬는데 이 증명서들이 전정도 전 회장이 작성한 허위 잔고 증명서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은 최근 극적으로 잠정 타결됐고 경제 제재 해제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태다.

전정도 전 회장은 미국의 경제 재재가 본격화된 2013년~2014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전정도 전 회장은 한국과 이란에서 개인적인 투자에 사용했다며 인출 사실을 인정하고 수 개월 내에 원상회복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스코플랜텍은 이 말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고소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부실 투성이던 성진지오텍을 비싸게 포스코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세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사진 / 이주현 기자

◆전정도 전 회장, 포스코 특혜·비리 의혹의 한 축
전정도 전 회장은 포스코의 부실 계열사 인수 의혹에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전정도 전 회장은 2009년 부채비율이 1600%가 넘는 등 부진의 늪에 빠져 있던 성진지오텍을 비싼 값에 포스코에 넘기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거둬 이명박 정부의 실세 개입 의혹을 받아 왔다. 당시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정준양 전 회장이었다.

매각 당시 성진지오텍은 2008년 금융위기 때문에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투자에 실패, 2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하고 있던 상태였다. 2009년 성진지오텍의 부채비율은 1613%에 달했다. 당시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기업존속 능력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지분 40%를 당시 주가보다 2배나 높은 1600억원에 사들였고, 특히 당시 1대 주주인 전정도 회장의 지분 440만주를 3개월 평균 주가인 8300원의 2배에 달하는 1만6300원에 사들여 특혜 의혹이 일었다.

포스코 역시 당시 포스코플랜텍(당시 성진지오텍)을 비싼 값을 치르고 인수한 뒤 부실이 심화되자 수 천억원이 넘는 금액을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지원해 왔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부당 지원 논란까지 제기됐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2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안건이 상정됐을 당시 이사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일부 사외이사가 강하게 반대해 며칠간 보류될 정도였다.

대규모 지원에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이 장부상 미수채권으로 잡혀 있는 1000억원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경우 경영 정상화로 가는 길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수 차례의 자금 지원에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891억원에 달했다.

전정도 전 회장은 지난 2011년에도 유영금속과 성진지오텍에서 하청대금을 부풀려 100억원에 가까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가 드러났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조차도 청구하지 않는 등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해 ‘정권 유착’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지휘부가 수사 축소를 지휘하고 나섰다고 전했고, 피해자였던 포스코는 이례적으로 처벌불원서를 제출해 역시 이명박 정부의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전정도 회장과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MB 정권의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 전정도 전 회장과 세화엠피는 포스코플랜텍의 지분 5.56%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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