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회장, SK텔레시스 유증 직전 지분 증여 ‘구설수’
최신원 회장, SK텔레시스 유증 직전 지분 증여 ‘구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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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증여로 유증 부담 전가 논란…SKC “근거없는 얘기” 강력 반발

 

▲ SKC 최신원 회장이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 일주일 전 보유 지분 1300만주를 SK텔레시스에 자사주로 증여해 유상증자 부담을 100억원 이상 SKC에 떠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SKC

최태원 SK회장과 사촌 지간인 최신원 SKC 회장이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 직전 지분을 대거 SK텔레시스에 자사주로 증여하면서 유상증자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꼼수’ 논란이 제기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2일 SK텔레시스는 오는 6월 4일 88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인 SKC는 종속회사인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일환으로 유상증자 대금은 재무구조 개선 및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KC는 “유상 증자를 통해 SK텔레시스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경영을 책임지고 수익성과 성장성을 제고해 조기 경영 정상화를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SKC는 이를 위해 사업역량 강화와 신규사업 추가로 효율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조직·인력 구조를 재구성하고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신규사업 실행력을 제고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영 효율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시스가 밝힌 유상증자 규모는 총 881억원에 달하며 주주배정 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보통주 1억7620만6277주로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SK텔레시스의 총 발행 주식수는 기존의 9100만주에서 총 2억6720만6277로 크게 늘어난다. 출자 이후 SKC의 지분은 50.64%에서 69.64%로, 최신원 회장의 지분은 3.03%에서 4.16%로 각각 늘어난다.

◆최신원 회장, 유증 직전 지분 대거 증여로 구설수
그런데 SKC 최신원 회장이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 공시 일주일 전 SK텔레시스의 지분율을 크게 줄였던 것을 두고 잡음이 새나오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텔레시스의 최대 주주는 SKC로 현재 전체 주식 9100만주의 50.64%인 4608만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SKC 최신원 회장이 3.03%인 275만여주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자사주는 3300만주로 비율은 36.26%다.

그런데 공시 일주일여 전이던 지난 16일 최신원 회장이 SK텔레시스 보유 지분 1300만여 주(14.27%)를 SK텔레시스에 자사주로 증여했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유상 증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제기된다. 증여 이전 최신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총 1574만3255주로 지분율은 17.30%였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에 따라 1억7천만여 주를 자사주를 제외한 비율에 따라 배정하게 되는데, 현재 SK텔레시스 총 발행 주식수 9100만주에서 3300만주의 자사주를 제외하면 5800만여주가 남는다.

이렇게 자사주를 제외한 5800만여주 중 5SKC가 보유하고 있는 4608만여주의 비율은 79.45%가 되고 이에 따라 SKC는 1억4000만주를 배정받게 된다. 액면가 500원을 적용하면 소요되는 자금은 총 700억원이다.

최신원 회장이 보유한 275만여 주는 자사주를 제외했을 때의 비중이 4.75%로 재산정된다. 이에 따라 최신원 회장은 유상증자에서 837만572주를 배정받게 되고 41억8500원을 부담하게 된다.

◆최신원 회장, 증여로 유증 부담 120억 경감
그런데 지난 16일 최신원 회장이 SK텔레시스 지분 1300만주를 증여하지 않았다면 이 비율은 크게 달라진다.

최신원 회장의 증여 이전 SK텔레시스의 자사주는 2000만주였다. 총 발행 주식수 9100만주에서 2000만주를 제외한 7100만주를 기준으로 SKC와 최신원 회장 지분의 비율을 재산정하면 SKC의 지분 비율은 64.9%로 15% 이상 떨어진다. 배정받는 주식수도 1억1435만여 주로 줄어들어 부담 금액이 572억원 정도가 된다. 증여 이후 SKC의 부담 금액이 700억원인 점을 감안해보면 증여 이후 SKC에 128억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준으로 증여 이전 비율을 재산정해보면 최신원 회장의 지분 비율은 22.17%로 크게 올라간다. 배정 주식수는 3900만여 주로 부담 금액이 195억여 원에 달한다. 부담 금액이 195억여 원에서 증여 이후 42억여 원으로 크게 줄어들며 153억원 정도를 절감한 셈이다.

이처럼 최신원 회장이 본인 지분과 SKC를 통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SK텔레시스의 유상 증자 직전에 지분을 크게 줄이면서 본인의 부담금액이 150억원 정도 줄고 SKC의 부담금액이 130억여원 정도 늘어난 것에 대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SK텔레시스의 유상증자에 본인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본인이 회장으로 있는 SKC에 전가시켰다는 주장이다.

특히 최신원 회장이 기존의 150억원 가량을 모두 지원하기에 빠듯한 상황이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최신원 회장이 SKC와 SK텔레시스 등에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가치는 300억원대로 추정되는데, 각 사에서 개인 최대 주주로 남기 위해서는 이 이상을 처분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본인의 유상증자 부담을 낮추려고 했다는 얘기다.

SK텔레시스의 휴대폰 사업을 두고 잡음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SKC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최신원 회장이 함께 물러난 박장석 SKC 부회장과 휴대폰 사업의 부실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 최신원 회장이 주도한 휴대폰 사업이 크게 부진해 사업을 접고 그 여파로 SK텔레시스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자 결국 갈등이 확산돼 동반 퇴진했다는 후문이다.

◆SKC “황당무계한 얘기”…의혹 일축

▲ SKC 측은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SKC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이 SK텔레시스 사업 부진에 대해 책임 경영의 차원으로 지분을 증여한 것이고, SKC는 원래 700억원 규모를 부담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전가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SKC

반면 SKC 측은 이 같은 얘기가 황당무계한 얘기라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SKC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SKC 측에 부담이 전가됐다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최신원 회장의 증여와 관계 없이 원래부터 SKC는 7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또한 최신원 회장의 증여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SK텔레시스에 대한) 책임 경영의 의미로 지분을 자사주로 증여한 것이지 꼼수를 부려 유상 증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꼼수’ 유상증자 의혹에 대한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며 일축했다.

지분 증여 당시에도 SKC 최태은 전무는 “최신원 회장이 책임 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분을 증여한 것”이라며 “SKC의 SK텔레시스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되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실제 최신원 회장은 지난 2012년 유상증자에서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SK텔레시스에 자금을 지원한 적이 있다. SK텔레시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밀어온 최신원 회장은 지난 2012년 SK텔레시스의 340억원 가량의 유상증자 당시 155억원을 직접 부담하며 자금 수혈에 나섰다.

최신원 회장이 SK텔레시스에 증여한 SK텔레시스 지분 1300만주는 액면가 500원으로 단순 계산해도 65억원 어치에 달한다. 책임경영 방식의 차이이지 이를 어떻게 꼼수로 볼 수 있냐는 얘기다.

◆위기 빠진 SK텔레시스, 지원 업고 정상화될까
한편 ‘왕년의 효자’였던 SK텔레시스는 현재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등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SK텔레시스는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SK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 그룹사에 중계기를 공급하는 회사로 한때 고수익을 올리는 ‘효자’ 계열사로 꼽혔다.

하지만 2009년 휴대폰 사업에 진출하면서 부진 속에 손실이 급격히 늘었고 사업을 시작한 지 2년만에 철수 했다. SK그룹은 휴대폰 시장 성장의 초중반기부터 ‘SKY’ 브랜드로 트렌드를 주도했던 SK텔레텍을 2005년 팬택에 매각했지만, 2009년 SK텔레시스를 통해 다시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SK텔레시스는 ‘SKY’의 개발진들을 대거 참여시켜 새 휴대폰 ‘W’을 런칭했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풀터치 피쳐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으로의 휴대폰 시장 재편 흐름을 읽지 못하고 부진의 늪에 빠졌다. 뒤늦게 리서치폰이나 WYNN폰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했지만 스펙과 최적화, 인지도 등에서 경쟁사에 크게 밀리며 휴대폰 사업에서만 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결국 2년 만인 2011년 사업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사업을 접었어도 누적 손실이 지속되면서 재무구조는 순식간에 악화됐다.

SK텔레시스는 지난 2012년 290억원, 2013년 279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3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지난해 말 기준 SK텔레시스는 자산 1217억원에 부채 2679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지난해 영업손실도 126억원을 기록, 운영자금 조달 등 경영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 역시 경영정상화를 위한 투자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의 일환이다.

SK텔레시스는 이번에 증자로 마련한 돈 가운데 400억 원은 재무구조 개선에 쓰고 300억 원은 반도체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SK텔레시스는 앞으로 반도체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다만 유상증자 시점이 오는 6월이기 때문에 이 같은 용도는 큰 방향의 일환이며 구체적인 사용 방안을 확정하기는 힘든 상태다.

SKC는 이번 유상증자로 유치하는 자금을 경영 정상화의 발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SKC는 지난 22일 기업설명회에서 “SK텔레시스의 독자생존능력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반도체 장비 등 후공정 사업을 영위하는 SK텔레시스에 SKC가 추진하는 반도체 재료 사업을 넘겨 반도체 사업 일원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C는 “올해는 영업이익을 내고 내년에는 세전 이익으로 100억원 이상을 올린 후 2018년 매출액 6000~7000억원, 영업이익 200~30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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