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미쓰이 합작에 불똥은 금호석화로…왜?
SK·미쓰이 합작에 불똥은 금호석화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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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쓰이화학, 日미쓰이 일방통행에 졸지에 ‘양다리’ 처지

 

▲ SKC와 미쓰이화학의 합작사가 출범일을 오는 7월 1일로 3개월여 정도 늦춘 가운데, 미쓰이화학의 금호미쓰이화학 지분 50% 출자 방침으로 금호석유화학 측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SKC

SKC와 일본의 미쓰이화학의 합작사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불똥이 금호석유화학으로 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쓰이화학이 합작사 출범에 금호미쓰이화학 지분 50%를 내놓으면서부터다. 1989년부터 미쓰이와 합작 관계를 이어온 금호석유화학 측은 미쓰이의 일방통행이 불만스러운 눈치다. 이 흐름대로 진행되면 금호미쓰이화학은 양사에 ‘양다리’를 걸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돼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SK그룹과 일본의 미쓰이가 폴리우레탄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미쓰이와 함께 금호미쓰이를 운영해온 금호석유화학으로 불똥이 튀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해 지고 있다.

최근 SKC는 일본의 미쓰이화학과 설립할 예정인 폴리우레탄 합작사를 오는 7월 1일 공식적으로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오는 4월 1일 예정이었던 출범일보다 한 달여가 늦춰진 것이다.

합작사의 본사 소재지는 서울이며 법인명은 ‘미쓰이 케미칼 앤 SKC 폴레우레탄’으로 정해졌다. 원기돈 SKC 화학사업부문장과 이시마루 히로야스 미쓰이화학 우레탄사업 본부장이 공동대표로 합작사를 이끌 예정이다.

연산 72만톤 규모의 글로벌 폴리우레탄 메이커로 출발하는 합작사는 2015년 매출 15억달러, 2020년 2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합작사가 출범하게 되면 총 72만톤의 글로벌 폴리우레탄 메이커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12월 22일 SKC와 미쓰이화학이 체결한 자산규모 11억 달러의 폴리우레탄 합작사 설립 계약에 따른 것이다. 양사는 2015년 매출 15억달러, 자산 11억달러 규모로 양사가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각각 50%의 지분으로 공동경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SKC는 이번 합작을 통해 PO(프로필렌옥사이드) 증설 물량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게 됐다. PO는 폴리우레탄의 기초원료다.

◆금호석화·미쓰이, 합작 25년 넘어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쓰이 측이 금호미쓰이화학 지분을 SKC에 넘기면서 금호미쓰이화학이 SK그룹의 증손회사로 편입되게 돼 금호석유화학 측은 졸지에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금호미쓰이화학은 1989년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지분 50%씩을 출자해 합작 설립, 금호산정동압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자동차 내장재와 건축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주원료 메틸디페닐디이소시아네이트(MDI)를 생산하고 있다.

폴리우레탄은 자동차 내장재와 냉장고 및 LPG·LNG 선박용 단열재, 건축용 자재, 합성수지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기초 원료다.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매년 5~7%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이 폴리우레탄의 주원료 MDI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국내에서 금호미쓰이화학과 바스프 뿐이다.

금호미쓰이화학의 원천기술은 일본 합작사인 미쓰이화학에서 20여 년 전 전수받은 기술로, 원천기술을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품질, 제품 안정성, 고객에 맞춘 특수등급 및 친환경 제품 개발로 경쟁사 진입을 차단하는 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성과를 가시화했다. 또한 독자적인 신제조공법 개발 및 공정 개선을 통한 고품질·저비용 생산체제를 확립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수출지역별 탄력적인 운영과 제품별 차별화를 통해 전년 대비 약 13%의 수출 성장을 이뤘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50%를 상회하며, 이 중 2013년 50%에 가까웠던 중국 비중을 2014년 15%대까지 낮춤과 동시에 터키, 브라질, 대만, 유럽, 미주·아프리카 등 지역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992년에 2만t을 시작으로 2005년 생산규모를 6만5000t으로 확대한 뒤 2009년에 증설해 15만t의 생산능력 구축했다. 2012년 5만t 증설을 통해 20만t 체제를 확립했다. 이로써 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의 자동차 및 가전제품 산업 성장에 따른 폴리우레탄 수요 증가에 맞춰 주원료인 MDI를 적기에 공급했다. 

▲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현재 미쓰이화학과 협의를 진행중”이라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협의가 끝나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수표동 금호석유화학 본사. ⓒ금호석유화학

◆금호석화 ‘아닌 밤중에 홍두깨’
이처럼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던 금호미쓰이화학은 이번 SKC와 미쓰이화학의 합작사 출범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게 됐다. 미쓰이화학이 SKC와 합작을 위해 출자한 자산에 금호미쓰이화학 지분 50%가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미쓰이화학이 보유지분 50%를 전액 출자하면 금호미쓰이화학은 SKC합작사의 계열사로 편입되게 된다. SK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 모두의 계열사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미쓰이 측이 금호석유화학이나 금호미쓰이화학과 별도의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한 사안이라 금호석유화학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방적인 통보만 받은 채 SK그룹의 증손회사로 편입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미쓰이화학 측은 SKC와 합작을 추진하면서 금호미쓰이화학 지분의 투자에 대해 사전에 아무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미쓰이화학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이 맞다”면서 “일본·한국·동남아 등 모든 현지법인과 관련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금호미쓰이화학이 양 그룹의 계열사가 되는 문제에 대해 협의 외에 다른 대안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협의 내용은 실무 부서가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협의가 끝나기 전까지 내용을 밝히기 전은 힘들다”며 언급을 피했다.

여기에 금호석유화학 측은 최근 SKC와 손잡은 일본 미쓰이가 금호미쓰이화학 측에 실사를 요구하자 더욱 난감한 상태다. 금호미쓰이화학 측은 실사 허용 여부를 놓고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의 경쟁사가 될지도 모르는데 기업 비밀까지 넘겨줄 판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가 발생하자 업계에서도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논란이 될 것을 미리 감지한 SKC는 당초 계약에는 없었으나 지난 1월 합작사 출범의 사전단계로 SMPC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SMPC에 3499억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SKC관계자는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간 현물출자를 통한 합작사 직접 설립은 흔치 않은 사례라는 것을 법적인 검토 과정에서 확인하고 선례에 따라 SPC를 설립한 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간 5대 5 현물출자를 통한 합작사 직접 설립은 국내에서 거의 최초이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 추진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SKC “양사 해결해야…법적 문제 없어”
일단 기본적으로 SKC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C 관계자는 “미쓰이화학이 SKC와 합작사 설립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야 관련법에 따라 금호석화 쪽에 알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호미쓰이화학 지분 문제는 금호석화와 미쓰이화학 사이에 정리할 사안이며, 검토결과 계열사 중복 등재도 법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SKC와 미쓰이화학이 합작사 출범을 오는 4월 1일로 예정했다가 7월 1일로 3개월 가량 연기하자 일각에서는 금호석유화학 측과 마찰을 빚고 있어 출범을 보류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SKC 측은 기존에 밝힌 대로 폴란드와 미국 등 시스템하우스 현지법인 관련 절차가 지연되면서 연기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SKC 관계자는 “양측이 소유하고 있는 해외법인이 모두 합작사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현지의 결합신고가 지연됐다”면서 “유럽이나 과거 공산권국가의 해외기업결합신고 프로세스가 워낙 진행이 느려 양사 합의 하에 출범일을 늦춘 것일 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SKC는 폴란드, 북경, 미국 등에 폴리우레탄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미쓰이화학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해외법인을 소유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7월 1일 전까지는 승인이 모두 완료될 것으로 확실시된다”면서 출범에 아무 문제도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논란에 관해서도 “금호미쓰이화학과의 마찰은 전혀 없다”며 “차후 합작사가 출범되면 금호미쓰이화학이 SKC관계사가 되는 것은 맞지만 SKC가 금호미쓰이화학 측에 직접 별도의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과 미쓰이화학이 지분 문제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 역시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출범일이 연기된 것과 SKC와의 마찰 의혹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폴리우레탄을 비롯한 석유화학업계의 어려움이 전반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SKC와 미쓰이화학의 합작사 출범은 한국과 일본 업계의 구조재편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 2012년 금호미쓰이화학의 MDI 생산설비 증설 기념식의 모습. ⓒ금호석유화학

◆어려움 격는 석화업계 재편 시동?
한편 이번 합작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라 석유화학업계에서 전반적인 빅딜과 구조개혁이 병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향후 폴리우레탄 업계의 재편 흐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동시 불황에 따른 국내 수요 감소 지속 등으로 일본 석유화학 업계는 경영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 사상 최대인 2725억 엔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08년 1825억 엔으로 크게 주저앉았고 지난해에는 1548억 엔에 매출액 경상 이익률 2.9%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일본 화학기업은 범용 유도품 사업의 기반 강화를 도모하기 위해 재편을 진행해 왔다.

폴리우레탄 시장 역시 중국의 생산 급증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일본 석유화학산업 시장구조에 관한 조사 보고’에 따르면 폴리에틸렌 기업수는 지난 2000년 9개에서 2012년 7개로, 고밀도폴리에틸렌은 8개에서 6개, 폴리프로필렌은 6개에서 4개로 재편됐다.

하지만 생산 능력은 큰 변화가 없어 가동률이 70%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도 설비 가동 중지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층 더 강화된 재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쓰이화학도 2016년 5월에 가시마 공장을 폐쇄하려고 하는 등 구조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역시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폴리우레탄 시장은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구조재편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중동 등 아시아 지역에 240만t 규모의 PO 설비가 추가될 예정인데 이는 2013년 아시아 생산량 346만t의 70%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의 신규 설비가 예정대로 들어설 경우 2017년이면 아시아에서만 공급이 수요를 연 100만t 이상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잇따라 올해 빅딜을 예고하고 있다. SKC와 미쓰이화학의 합작사 출범 외에도 한화는 삼성과의 빅딜에 포함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등의 정유사들을 품에 안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짓기로 계획했지만 인수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2개월 가량 앞당긴 오는 4월, 인수를 최종 마무리짓기로 했다.

한화케미칼과 한화에너지가 삼성종합화학 지분 81%, 삼성종합화학이 갖고 있는 삼성토탈 지분 50%를 인수하는 작업이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매출 18조원 규모로 롯데케미칼을 제치고 단숨에 2위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주력 분야가 크게 겹치지는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언제 어떻게 사업분야를 다변화할지 모르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재 GS칼텍스, 한화케미칼 등이 PO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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