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기업과의 연관 의혹으로 내정 이후 구설수에 올랐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내실있는 수익성 확보를 강조하며 공식 취임했다.
29일 오전 11시 김용환 회장은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농업·농촌 지원을 위한 수익센터 역할을 중단없이 수행해야 할 우리 농협금융에겐 튼튼한 건전성의 토대 위에서 외형에 걸맞은 내실있는 수익성 확보는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용환 회장은 ‘글로벌 농협’을 화두로 내세워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용환 회장은 “해외진출을 통해 농협금융의 성장동력을 찾고자 한다”며 “전통적인 수익원의 한계에 부딪힌 지금의 환경 하에서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지주 등 광범위한 범 농협 인프라를 갖춘 농협금융에게 해외 시장은 더 큰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용환 회장은 효율성 증대를 위한 다양한 방침도 내놓았다. 김용환 회장은 수익성 제고를 위해 현재의 호봉제 대신 인센티브를 통한 능력별 급여 체계 차등화 방침을 설명하며 “정확한 성과 측정과 공정한 평가야말로 구성원간 신뢰의 밑바탕이 되고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자발적 동기부여책”"이라며 “앞으로 무엇보다도 일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효율성 높은 조직을 지향해 나가겠다”

◆경남기업 연루 의혹, 초기 안착 당락 가를 듯
김용환호 농협금융이 새롭게 출범했지만 김용환 회장이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농협금융이 앞으로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 주목된다.
우선적으로 회장 취임에서 김용횐 회장의 발목을 잡을 뻔했던 경남기업과의 연관 의혹을 풀어야 한다.
김용환 회장은 최근 정치권을 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취임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하던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다이어리에서 김용환 회장(당시 수출입은행장)이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신청 직전 성 전 회장을 만났다는 기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에 따르면 김용환 회장이 은행장이던 당시 수출입은행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경남기업에 여신잔액 2741억 원과 이행성보증 3000억 원을 합쳐 약 5700억 원에 달하는 대출을 지원, 2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성 전 회장과 김 회장이 연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으며, 회장 취임 전 정부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 바 있었지만 일단은 무사 통과된 상태다.
이날 김용환 회장은 취임식에서 경남기업 관련 의혹에 대해 다시 한 번 해명했다. 그는 취임식 후 “수출입은행은 원래 해외건설 및 수출시 보증을 많이 해준다”며 “평균 보증 규모는 제가 수출입은행에 가기 전인 2009년부터 3천억 정도 유지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업 심사 통과만으로 검찰의 수사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4일 내린 판단의 근거는 ‘농협금융과 김용환 회장이 수장으로 있었던 수출입은행 사이에 전관예우 문제를 일으킬 직무 연관성이 없다’였다. 즉, 경남기업과의 연루 의혹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은 셈으로 추후 검찰이 연관성을 찾아낸다면 회장직 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경우 검찰의 수사 경과에 따라 김용환 회장이 취임 직후부터 ‘레임덕’에 빠지거나 조직이 흔들릴 우려도 제기된다. 김용환 회장의 취임에도 당분간 논란이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수익성 확보 및 중앙회와의 관계 개선도 시급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익성 강화 문제도 김용환 회장이 직면한 과제다. 지난해 말 NH농협금융 총자산은 393조원으로 자산규모 기준 국내 3대 금융그룹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685억원으로 자산규모가 엇비슷한 하나금융(자산 392조원, 당기순이익 9377억원)에 크게 못 미치며 4대 금융사 중 최하위다.
더구나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순이익이 증가했으나 이는 염가매수차익에서 비롯됐다. 염가매수차익이란 기업인수시 인수 대상 회사의 순자산공정가치보다 인수가액이 낮은 경우 발생하는 것이다.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등을 인수하면서 3655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했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농협금융이 지난해 거둔 순익은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임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현 금융위원장)의 가장 큰 업적이 우리투자증권 인수”라며 “우리투자증권이라는 증권업계 공룡을 인수했는데 후임자가 수익을 제대로 거두지 못한다면 리더십에 내상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련 업계에서는 김용환 신임 회장을 두고 이른바 ‘낙하산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수익성 확보로 이러한 우려는 불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와의 복잡한 실타래도 풀어야한다. 농협금융은 그간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를 가지고 대주주로 있는 특수한 구조 속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의거해 관리·감독은 물론 주요 경영사항을 일일이 농협중앙회에 승인받아야 한다.
이 같은 폐쇄적인 구조 탓에 과거 신동규 2대 회장이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기고 물러나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재임할 당시 외부 인사들을 배치해 분위기를 쇄신하기도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올 연말에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도 예정돼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김용환 회장은 “상황에 따라 좌고우면하거나 흔들리지 말고 제도와 시스템에 따라 소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일해 나가자”며 “이 과정에서 저는 외부의 부당한 경영간섭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주주인 중앙회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