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SKT, 특별퇴직 거부자 보복 인사 논란
위기의 SKT, 특별퇴직 거부자 보복 인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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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거부자들, 세일즈 부서 등 한직 발령 주장
▲ 실적 악화와 점유율 감소, 정부의 제재 등 안팎에서 악재에 신음하고 있는 SK텔레콤(사장 장동현·사진)이 최근 특별퇴직을 단행한 가운데, 퇴직 거부자들을 한직에 발령하는 등 보복성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시장 점유율 하락과 정부의 제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SK텔레콤이 최근 특별퇴직을 단행한 가운데, 사측의 설명과 달리 퇴직이 권유됐고 이를 거부한 직원들은 타부서로 전출되는 등 보복성 인사가 횡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단행된 특별퇴직을 권유받은 직원들 중 이를 거부한 직원들 상당수가 자회사나 타부서로 전보 조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거부자들은 스마트빔과 같은 IT 기기의 영업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 ‘다이렉트 세일즈팀’으로 배치되거나 SK브로드밴드, 네트웍오엔에스 등 자회사로 발령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SK텔레콤 측의 설명과는 다른 결과다. SK텔레콤은 특별퇴직 시행 방침을 밝히면서 “특별퇴직제도는 구조조정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명예퇴직 제도와 성격이 다르다”며 “노조에서 보상금 규모를 올려 퇴사 후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직원들의 복지를 높이자는 제안을 해 왔고, 이를 검토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퇴직을 권유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회사 측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직원들은 정리 대상을 미리 정해놓고 신청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 왔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0~25일 특별퇴직 대상자를 확정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는데, 당초 목표치로 잡았던 500~8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350명 정도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목표를 채우기 위해 후속 조치로 퇴직 거부자들을 한직으로 내몰고 있다는 얘기다.

◆SKT, 위로금 대폭 상향한 특별퇴직 시행
물론 SK텔레콤은 다른 회사와 다르게 2006년부터 정기적으로 특별퇴직 제도를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논란에 억울함을 표할 만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특별퇴직은 구조조정과 다르다”라며 “보상금 상향도 노조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8일 SK텔레콤은 같은 달 20일부터 25일까지 “2006년부터 매년 시행한 특별퇴직제도를 직원 복지 차원에서 강화했다”며 특별퇴직을 신청받는다고 밝혔다. SK텔레콤에 따르면 2006년부터 매년 3월은 특별퇴직 제도가 시행된 달이었다.

당시 SK텔레콤이 밝힌 특별퇴직 보상금은 80개월치로 기존의 50개월에서 크게 늘어났고, 적용 대상 기준도 근속기간 10년 이상이면서 만 45세 이상인 직원이었던 조건을 나이와 근속기간을 모두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나이에 관계없이 근속기간이 15년 이상으로 완화됐다.

여기에 SK텔레콤이 ‘2년간 같은 조건의 특별퇴직 시행 없음’을 공언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특별퇴직을 선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한 직원은 “위로금을 많이 준다고 하니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10년차가 넘은 차장과 부장들의 신청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직원 수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4253명, 평균 근속연수는 12.8년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 10.7년보다 길어 조직의 고령화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부 팀의 경우 40대 이상 매니저가 막내가 되는 등 고연령 문제가 심각했다”면서 “하지만 나가고 싶어도 퇴직금을 너무 적게 줘서 못 나가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한층 강화된 특별퇴직 제도를 활용한 직원들은 2~3억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많게는 4억원까지 받은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퇴직 권유 놓고 잡음 ‘솔솔’

▲ SK텔레콤 관계자는 “목표치도 없고, 퇴직 권유도 없었으며, 퇴직 거부자들을 한직 발령했다는 주장도 이해할 수 없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점유율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시름을 앓고 있는 SK텔레콤의 상황을 감안할 경우, 희망퇴직이 구조조정의 ‘전가의 보도’로 쓰이고 있는 우리나라 재계의 관행상 SK텔레콤 역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기업들은 어김없이 ‘찍퇴’에 이은 ‘괴롭히기’ 논란을 겪었고 SK텔레콤의 이번 특별퇴직 역시 이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실제 특별퇴직 제도가 운영된 지 10년여가 다 되가지만 지난해까지 특별퇴직으로 퇴직한 직원은 4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은 다른 기업에 비해 고용이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아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아무리 조건을 강화했다고 해도 한 번에 10년여간 퇴사한 특별 퇴직자의 10배에 육박하는 인원이 시행 방침 발표 일주일 만에 퇴직을 선택했다는 것은 사측이 상당수의 직원들에게 퇴직을 권유하고 이 과정에서 모종의 강압을 가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직원들 사이에서는 특별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면담을 통해 퇴직을 권유받았다는 불만이 속출했고, 성과가 부진하거나 지난해 통신장애의 원인을 제공했던 일부 본부에는 퇴직 신청 인원에 대한 할당 지시가 내려와 대상이 아닌 직원들까지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 측은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얘기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 관계자는 “적지 않은 숫자가 떠났지만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고, 대상 인원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라며 “2차 명퇴 프로그램 시행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해 SK텔레콤 측의 해명을 무색케 했다.

◆거부자들, 세일즈부 배치 논란 불거져
후속 조치를 놓고도 계속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퇴직 거부자들 상당수가 배치된 다이렉트 세일즈팀은 SK텔레콤 내에서 소위 ‘찍힌’ 직원들이 모인 부서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사측과 마찰을 일으킨 직원들이 다이렉트 세일즈팀으로 발령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측은 “다이렉트 세일즈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을 보내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다이렉트 세일즈팀이 증권가에서 해고 등 구조조정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ODS(Outdoor Sales) 부서 전환배치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방문 판매를 담당하는 ODS 부서는 증권가에서 종종 구조조정 대상자를 배치하거나 배치하겠다는 압박을 가해 퇴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용돼 왔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ODS부서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의 ‘구조조정 대기소’로 불린다.

자회사로 발령받은 인원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특별퇴직의 집중 타깃으로 알려진 네트워크부문에서만 70여명이 SK브로드밴드, 네트웍오엔에스 등 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의혹들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퇴직 제도는 이번에 갑자기 시행된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해오던 제도”라며 “노사 협력 하에 대상 조건을 완화해 신청 규모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500~800명이라는) 목표치를 설정했다는 얘기도 전혀 사실 무근이고, 부서별 퇴직 인원 할당, 퇴직 권유 등도 전혀 없이 신청인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매년 역량에 맞춰 부서 배치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특별히 이번 경우에만 말이 나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다이렉트 세일즈팀에 대한 ‘한직’ 의혹도 사실이 아니며 회사에 홍보팀, 경영팀, 영업팀 등이 있듯이 다이렉트 세일즈팀 역시 SK텔레콤의 전반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팀의 하나”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한편 SK텔레콤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특별퇴직과 관련해서는 회사측과 언론에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얘기가 됐다”며 입장 표명을 꺼렸지만, 회사 측은 “노동조합 측과 언론 인터뷰와 관련해 따로 얘기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 2개월 연속 점유율 50%선을 하회한 SK텔레콤은 ARPU 감소와 영업정지 제재 등으로 장동현 사장이 전사적인 위기의식을 수 차례 강조할 만큼 대내외적으로 악재를 맞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SKT의 위기, 구조조정론 의혹 부채질
SK텔레콤의 지속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처한 상황은 이 같은 ‘구조조정’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지난 3월 13년간 지켜오던 50%의 점유율이 붕괴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50%선을 회복하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번호이동 자율화, 스마트폰, 3G·LTE 등 숱한 변화를 거치면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5:3:2’라는 구조가 흔들릴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4901억 원)은 전년 동기 대비 8.7% 줄었고 전체 영업이익도 9.2% 감소했다. 오는 16일로 예정된 1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0% 증가한 52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지만, 단통법 시행에 따른 여파로 이동통신사들이 단통법의 여파로 보조금으로 대표되는 마케팅비용이 크게 줄어들며 일제히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KT는 지난 1분기 매출이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이 135.3% 증가했고, LG유플러스 역시 매출이 8.1% 감소했고 영업이익이 36.7% 증가했다. 통신사의 실적 지표에서 영업이익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의 감소가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영업이익 개선은 큰 의미가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영업정지 7일 시행의 압박을 받고 있는 SK텔레콤은 갤럭시S6와 G4 출시라는 호재에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일제히 법적 상한선에 가까운 보조금을 책정하고 있지만, SK텔레콤은 방통위의 압박에 보조금 규모를 크게 올리지 못하고 있어 점유율 50%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기를 맞은 SK텔레콤 장동현 사장은 지난 3월 말 본사와 지역본부 전체 임원 60여 명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전사적인 위기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장동현 사장은 특별퇴직 시행 이후 지난달 9일 사내 담화를 통해 “조직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득이 특별 퇴직을 단행해야 했다”며 “적지 않은 수가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또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문·본부 간 인력을 재배치하고 신입사원들을 조기 배치하는 등 전사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특별 퇴직자 300여 명 중 일부 인원은 현재 계약직으로 재입사해 갑작스러운 인원 감축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보기 드문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정황이 SK텔레콤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대규모 희망퇴직 시행 후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중공업 등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희망퇴직 시행 전후로 강제퇴직, 한직 발령, 괴롭히기 논란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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