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방통위…SKT 영업정지 연기, 무얼 노리나
수상한 방통위…SKT 영업정지 연기, 무얼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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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포 놓던 방통위의 중징계, 생색내기 귀결 우려 제기돼
▲ SK텔레콤이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과다 리베이트 지급과 방통위 조사 방해 등을 이유로 영업정지 7일과 과징금 235억원이라는 단독 중징계를 받았으나, 한 달여가 다 된 현재까지도 영업정지 시기가 확정되지 않아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 / 홍금표 기자

SK텔레콤이 과다 리베이트 지급으로 영업정지 7일, 과징금 235억원의 중징계를 받은 지 한 달이 다 되가는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영업정지 시기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봐주기’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방통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영업정지 시기에 관해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결정하지 못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면서 “처음 의견을 모은 대로 시장 추이 등 전반적인 상황을 봐서 적당한 시기를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지난달 26일 방통위가 SK텔레콤에 영업정지·과징금 처분을 내리면서 “1위 사업자의 불법 주도라는 사안은 중징계가 불가피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호언장담 한 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시행 시기조차 확정되지 않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이례적 중징계에 관심 집중
지난달 26일 방통위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상임위원단 전체회의를 열고 SK텔레콤이 올해 초 불법 보조금 지원 등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7일과 과징금 235억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월 16~19일 통신시장 이상 과열 사태에 대해 SK텔레콤의 과다 리베이트 지급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방통위 조사 결과 SK텔레콤의 31개 유통점이 본사로부터 지급받은 리베이트 가운데 평균 22만8000원이 신규 가입자 2050명에게 불보조금 형태로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SK텔레콤은 방통위 조사가 시작되자 유통점에 관련 자료를 삭제할 것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나 조사를 방해한 직원 2명에 과태료 500만원씩을 부과받기도 했다.

당시 방통위의 중징계 방침은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0월 단통법이 실시된 이후 이에 근거한 첫 영업정지 사례였을 뿐 아니라 이전과 달리 SK텔레콤 한 곳만 제재하는 단독 제재였고, 과징금도 규모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방통위는 직원은 물론이고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한 5곳의 유통점에도 500만원씩의 과태료를 물렸고, 지급 기준을 위반한 31개 유통점에도 150만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해 소위 ‘펀치’를 날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영업정지 처분이 나올 당시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던 시기라는 점은 SK텔레콤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

방통위는 “SK텔레콤이 지난해 아이폰6 대란 이후에도 시장 과열을 초래했고, 단통법 위반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치를 취했다”며 엄포를 놓았고, SK텔레콤은 “조사 기간의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SK텔레콤에 대한) 단독 조사에 의한 제재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례적으로 ‘타깃’이 된 데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사진)는 현재 시장 상황과 SK텔레콤의 재발 방지 노력 등을 감안해 시기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사실상 SK텔레콤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호언장담하더니…4일간 무슨 일 있었나
하지만 지난 10일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출시된 지도 2주 가까운 시간이 흐른 현재까지도 방통위의 영업정지 시기는 표류하고 있어 ‘생색내기’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해명 중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적당한 시기’라는 표현들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최대한 SK텔레콤의 영업에 타격을 덜 주는 시기를 선택하기 위해 눈치를 보면서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법한 상황이다.

당초 SK텔레콤이 영업정지 처분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던 것은 당시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출시를 2주 정도 앞두고 통신사들이 재고 정리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는 점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갤럭시 시리즈의 출시 전후로 이통사들은 신규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기 마련인데, 즉시 영업정지가 내려질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따라서 방통위가 26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서 영업정지 시기를 정하는 데드라인으로 4일 뒤인 30일을 제시하자 세간의 시선은 방통위의 결정으로 쏠렸다. 하지만 막상 30일이 되자 방통위는 영업정지 처분의 적용을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적용하겠다고 발표해 김 빠지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당시 방통위는 “향후 국내·외 시장상황과 이동통신시장 과열 정도, SK텔레콤의 시정명령 이행 및 개선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시기를 결정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SK텔레콤이 하는 것 봐서’ 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유보 결정이 나온 지 지 3주가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방통위의 ‘결정 지연’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통위의 ‘눈치보기’…처벌 취지 무색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제조시장과 얼어붙은 통신시장 등을 감안하면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엄정한 법의 시행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방통위의 ‘눈치보기’가 또 다른 폐해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뜩이나 통신사들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법 보조금’ 문제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방통위가 SK텔레콤의 행동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 단통법 상의 불법 보조금 규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다투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방통위는 SK텔레콤에 대해 가중 처벌을 해야 할 판인데 봐주기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지를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따른 소비자 차별 행위 등으로 2006∼2014년까지 SK텔레콤은 74일, KT는 72일, LG유플러스는 76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각각 받았다.

이 기간 대부분 통신당국은 영업정지를 결정한 직후 시기를 바로 확정해 사업자들에 통보했다. 지난 2013년 7월 KT에 대해 7일 간의 단독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난해 3월에 14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LG유플러스가 방통위 제재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 5개월 뒤 7일로 감경 받고 곧바로 영업정지에 들어간 것은 예외적인 사례다.

특히 지난 2012년 12월 통신사들간의 보조금 경쟁은 사상 최대의 제재를 불러왔다. 이동통신 3사는 사상 최대인 총 1064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3∼5월 순차적으로 45일씩 영업정지를 당한 바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지난해 4월5일부터 5월19일까지 45일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는데, 이 기간에 갤럭시S5의 출시일인 4월 11일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따라서 과거에는 단말기 제조사들의 전략 스마트폰 출시를 배려하는 모습도 크게 없었고, 영업정지 시기도 대부분 즉시 확정돼 시행에 들어갔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오히려 가중 처벌을 내려야 할 방통위의 이번 결정 지연을 보는 의구심은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다. 

▲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아닌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갤럭시S5의 부진에 통신사들의 영업정지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연달아 나오면서 가뜩이나 관계를 의심받던 삼성전자와 방통위의 밀월관계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최대 수혜자 SKT, 소극적 행보에 눈길
업계에서는 곧바로 영업정지가 시행될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텔레콤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영업정지 시기 결정 연장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은 당연히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최근 2002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이후 13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점유율 50%가 붕괴됐다. 지난 3월 2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2015년 2월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가입자 수(알뜰폰 포함)는 2835만6564명으로 시장점유율이 50.01%에서 49.60%로 떨어졌다.

실적도 좋지 않다.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인 지난해 4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 4901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수치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3년에 비해 9.2%나 감소했다. 지난달 17일에는 SK텔레콤 노사가 총인력 4300명 중 500여명 규모의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된 퇴직 대상은 전체 직원 규모의 12% 해당하며,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최대 규모다.

따라서 점유율과 실적 회복에 사활을 걸어야 할 SK텔레콤이 1년 중 가장 큰 ‘찬스’인 갤럭시 시리즈의 출시 전후로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면 큰 타격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보통 전략 스마트폰의 출시가 확정되고 난 후부터 출시 이후까지는 통신사들이 다른 제품의 재고 정리, 예약·체험 마케팅, 보조금 정책 등 다양한 전략으로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는 시기다.

실제 SK텔레콤은 영업정지 시행 유보 결정 이후 극도로 움추러든 모습이다. 방통위가 SK텔레콤의 행동을 보고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SK텔레콤은 다른 이통사들만큼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 주말을 앞두고 갤럭시S6의 보조금을 상한선인 33만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경쟁적으로 올렸음에도 뒤늦게 이뤄진 SK텔레콤의 인상분은 경쟁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현재 SK텔레콤의 갤럭시S6 보조금은 25만원 이하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경쟁사들의 보조금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막강한 자본력을 통해 가입자 유치 경쟁에 앞장 섰던 SK텔레콤이었던 만큼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나서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6 시리즈의 흥행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SK텔레콤의 태도는 특이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규제 당국의 감시가 심해지면서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갤럭시S6가 이미 출시된 상황에서 SK텔레콤이 굳이 보조금 인상분까지 축소하며 눈치를 살필 필요가 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시장에서는 오는 29일 출시될 예정인 G4도 남아 있어 아직까지는 몸을 사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조금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다른 통신사들과 함께 G4 예약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은 삼성의 힘?
삼성전자를 비롯한 단말기 제조사들도 SK텔레콤이 전략 스마트폰 출시 전후로 영업정지를 당하면 타격이 크다. 업계에서는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그리고 조만간 출시될 LG전자의 G4 등의 출시를 앞두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면 통신시장은 물론 국내 제조시장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어 방통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즉, SK텔레콤보다는 단말기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비중을 더 두고는 있지만 국내시장이 안방인 만큼 무시할 수는 없다”며 “현재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영업을 하지 못하면 안방시장 선점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방통위의 영업정지 처분 결정 당시 이기주 상임위원은 “우리가 신규모집금지 시기를 미루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보조금 지급 등의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또다시 시장과열이 발생한다면 바로 예정된 제재를 내린 후 또다시 시장조사를 통해 추가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을 감안해 보면 방통위가 사실은 SK텔레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SK텔레콤을 ‘영업정지’ 카드로 압박하면서 삼성전자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방통위는 갤럭시S6 시리즈의 출시를 이틀 앞둔 지난 8일 보조금 상한액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전격 상향했다. 방통위는 비싼 휴대폰 값에 비해 보조금이 낮다는 여론을 반영했다는 설명이지만, 갤럭시S 시리즈 출시 시점이 이동통신업계나 제조사 입장에서 대목인 점을 고려하면 봐주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지 않아도 방통위는 단통법 도입 시기부터 실효성의 키를 쥔 분리공시제 등을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의 로비로 도입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은 바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위기로 몰아넣은 갤럭시S5의 부진에 통신사들의 영업정지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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