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징용 시설 세계유산 등재…늑장대응 논란
日 강제징용 시설 세계유산 등재…늑장대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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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한일 양자회담 개최, 정치권 ‘규탄 결의안’ 채택

▲ 일본은 조선인이 강제징용된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한일 양자회담을 통한 막판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 방문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에 이어 일본은 거침없는 과거사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조선인 강제징용 피해가 발생했던 일본 산업시설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일본에 양자회담을 제안하는 등 뒤늦은 대응 논란에 휩싸이면서 또다시 대일 외교 실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日에 회담 제안, 차선책 주력할 듯

지난 4일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1월,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의 야하타(八幡)제철소, 나가사키(長崎)현의 나가사키 조선소(미쓰비시 중공업) 등 현재 가동 중인 시설과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던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등 8개 현에 걸친 총 23개 시설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일본은 이곳이 서양식 탄광 채굴을 최초로 도입한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기며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으로 보존하겠다는 입장이다.

등재 신청서에 따르면 23개 시설에 대해 ‘1850년대부터 1910년까지 서양 기술을 전통문화와 융합해 산업 국가를 형성한 궤적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한국의 반발을 의식해 “23개 산업시설은 1910년 이전의 이야기다. 거기에 강제적으로 조선인의 노동이 행해진 것은 아니다. 시대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등재 신청 대상의 시기를 ‘1850∼1910년’으로 제한한 것은 한국을 강제병합한 1910년을 교묘히 피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23개 시설을 한꺼번에 등재 신청한 것도 보기 드문 사례로, 일각에서는 조선인이 강제 징용된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개 시설도 함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개 시설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가 발생한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나가사키 앞바다에 있는 섬 하시마로는 태평양전쟁 시기 조선인이 강제 징용돼 석탄 채굴에 동원됐다가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100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또 군함을 만들기 위해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1945년 8월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대거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산하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한 만큼 등재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6월28일부터 7월8일까지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에 정부는 일본 내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이 미화된 상태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부는 이와 관련해 한일 양자회담을 통한 막판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자회담에 대한 일본의 회신을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일본과의 양자 회담은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양국은 국장급 또는 차관보급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세계유산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가 내려진 이후에 이뤄지는 회담은 현실적으로 등재 자체를 막아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강제징용 시설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가 통과 된다면 “강제징용한 조선인들이 희생당한 곳”이라는 문구를 넣는 등 차선책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사전에 강제동원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한 정부의 대응을 두고 ‘뒷북 대처’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정치권도 대응 분주, “무능한 외교력” 책망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조선인 징용시설 유네스코 등재 추진과 관련해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며 비판을 전방위에 걸친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는 ‘조선인 징용시설 유네스코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난 4일 외통위는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일본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을 포함한 메이지시대 산업혁명 유산들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은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결의안을 수정 의결한 것으로, 오는 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결의안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회는 지난 2014년 1월 일본 정부가 조선인 징용시설 7곳을 포함한 23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외교적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7개 시설에서 총 5만7900명의 우리 국민이 강제 동원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자국의 침입으로 이루어진 아픈 역사를 산업혁명으로 미화해 고통 속에 희생된 우리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며, 일본 정부의 진정한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보편적 유산의 가치를 지닌 세계유산을 보호하는 세계유산협약의 기본 정신을 존중하여 일본 정부가 등재를 추진하려는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있어 신중을 기하여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통해 자국의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것에 대해 단호한 의지로 엄중히 대처할 것”과 “우리 국민의 공분을 담은 대한민국 국회의 결의를 존중하여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일본이 다시는 과거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들이 재발되지 않게 시정할 것”을 촉구했다.

결의안과 함께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의 무기력한 외교 전략에 대해 책망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조선인 5만7천여명이 강제 징용되었던 일본 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이 유력해졌다고 한다”며 “도대체 우리 정부의 무능한 외교력을 어디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인가”고 질타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남미 순방 당시에 콜롬비아, 페루 등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을 순방하면서 등록 반대를 외쳤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이러한 결과가 속출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우리의 외교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과도한 해석’이라면서 크게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이러한 공허한 수사를 늘어놓으면서 변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 징용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막아내거나, 최소한 강제 징용과 수탈의 역사가 함께 기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정부의 대일 외교전 실패 논란과 무능한 외교력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도 이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과거사와 안보는 분리한다는 일본 외교 투트랙 전략은 (아베의 방미로) 파산됐는데도, 박 대통령의 ‘지속한다’는 안하무인 언급만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제 강제 징용시설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는데도 막을 수 있다는 말만 내뱉는 번지르르한 ‘뒷북 대응’은 이제 한국 외교의 대명사가 된지 오래”라며 “지금 즉각 외교부장관에 대한 경질 등을 포함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니라 국가의 위신이 떨어지며, 역사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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