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산업 본입찰이 호반건설의 단독 입찰과 유찰로 마무리된 가운데,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과의 줄다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7일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리는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는 박삼구 회장과의 수의계약에 관한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채권단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수의계약 자체에는 무리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초점은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시의 가격에 집중될 전망이다.
채권기관은 1주일 내 찬성·반대 여부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통보해야 한다. 이어 5월 중순 채권단의 서면 결의를 통해 75% 이상의 동의가 모아지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과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가 금호산업 지분 8.55%를 쥐고 있는 최대주주기 때문에 박삼구 회장과 협의를 진행한다. 박현주 회장의 미래에셋을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채권단 의결권은 60%에 달한다.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의 가격 협상이 실패하면 채권단은 회계법인을 통해 도출한 금호산업의 기업가치에 적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일 예정이다. 이 가격은 소위 ‘공정가치’로 불리는데, 채권단이 공정가치 이하로 매각할 경우 가뜩이나 헐값 매각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채권단은 배임 의혹을 피해가기 어렵다.
이 가격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채권단은 향후 6개월간 제3자와의 수의계약을 추진하게 된다. 채권단은 회계법인 두 곳을 선정하고 오는 7월까지 매각가를 결정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여기서 제3자를 찾지 못할 경우 다시 경쟁입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입찰 과정에서 증명됐듯이 딱히 채권단이 원하는 가격을 지불할 만한 기업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아 경쟁입찰의 재실시는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은 이 경우 매각을 2~3년간 잠정 유예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쪽을 택할 공산이 크다.
한 채권기관 관계자는 “현재 금호산업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2~3년간 기업가치를 제고해 주가를 올려 재매각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따라서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이 가장 낮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삼구 회장은 대금 문제도 있지만,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의 탈환도 신경써야 하는 만큼, 지주사격인 금호산업을 최대한 빨리 되찾아 오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결국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에게 끌려다닐 확률이 꽤 높아지는 셈이다.
특히 채권단은 1조원 안팎의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탈환은 결국 1조원을 동원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전망이 속속들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산업을 포함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살려내는 데 3조원이 넘게 들어간 만큼, 1조원도 사실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매각 대상인 금호산업 지분이 5000억원에 못 미치는 지분가치를 나타내고 있어 1조원 이상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호산업의 최근 5년간 장중 최고가는 2010년 11월 26일 15만 1870원이었지만, 현재 금호산업의 주가는 1만8000원에 불과하다. 다만 의결권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주당 6만원 선, 총 1조10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박삼구 회장은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6007억원에서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유찰을 선언했던 만큼 결국은 다급한 박삼구 회장 측이 채권단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