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KB국민은행이 5년 만에 5500명 가량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13일 KB국민은행 노사 양측은 전날 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과 장기근속 일반직원 총 5500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10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320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어 이번 희망퇴직은 5년 만이다. 또한 5500명이라는 대상은 금융권에서 가장 큰 규모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1000명은 최대 28개월 이내, 일반 직원 4500명은 기본 30개월 내에서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 이내의 특별 퇴직금을 받게 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8일 희망퇴직 공고를 내고 일주일 간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KB국민은행 측은 희망퇴직 실시 배경에 대해 “청년 고용을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KB국민은행 측은 “영업현장의 공백 및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일반직원 희망퇴직 대상은 직급 및 연령을 고려한 장기근속 직원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 이후 500명의 정규직 사원과 300명의 경력단절 여성 사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KB국민은행 측은 희망퇴직 1년 후 일정 규모를 계약직원으로 재취업시키기로 노조와 합의했다. 한편 국민은행은 임금피크 직원에 대한 마케팅 직무를 도입하는 등 임금피크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에 따라 금융권에 불어닥친 한파의 영향으로 재취업이 쉽지 않고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실제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해 11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인사·조직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밝히자 KB국민은행이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수 차례나온 바 있다. 따라서 이번 구조조정은 윤종규 회장이 조직 쇄신에 나서는 첫 걸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윤종규 회장은 KB국민은행의 은행장도 겸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윤종규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조직과 현장에 집중할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생각해 나가겠다”며 추후 인사쇄신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실제 지난해 말 KB국민은행 측은 노조 측에 희망퇴직을 제안했지만 노조 측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희망퇴직에는 ‘강제퇴직’을 종용할 수 없도록 양측이 합의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희망퇴직 과정에서 종종 불거지는 ‘찍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제 퇴직을 종용할 수 없도록 노사가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국민은행 직원은 2만1399명으로 우리은행(1만 5366명), 신한은행(1만 4570명) 등 규모가 비슷한 다른 은행에 견줘 압도적으로 많다. 중간 관리자급이 많은 국민은행 인적 구조 특성상 내부에서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돼 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