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역특례 산업기능요원으로 일하면서 오피스텔을 별도로 얻어 출퇴근 하는 등 소위 ‘황제병역’ 혐의로 지난 2월 기소된 한솔그룹 창업주의 손자 조모 씨가 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2년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 신중권 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한솔그룹 창업주 이인희 고문의 손자이자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외증손자 조모(24) 씨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판결이 확정되면 조씨는 병역의무를 다시 이행해야 한다.
신중권 판사는 “조 씨는 소위 사회 지도층에 속한 사람으로 국방의 의무를 게을리해 성실히 의무를 수행하는 또래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깊은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병역의무 이행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신중권 판사는 “조 씨가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전력이 없고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으며,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처음부터 다시 이행해야 하는 점, 부모의 삐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된 이 사건 범행에 조 씨가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조 씨가 근무했던 금형 제조업체 대표 강모 씨는 조 씨가 공황장애와 대인기피 증세가 있어 근무공간을 따로 마련해 줬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한 법원은 강 씨와 해당 업체에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조 씨가 관련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데도 병무청에 신상이동을 통보하지 않아 불구속 기소된 강 씨는 조 씨가 아닌 조 씨의 어머니로부터 오피스텔 보증금 및 차임과 일부 금전을 지급받은 혐의가 인정됐다. 강 씨는 대가성이 없었다며 “한솔그룹 3세인 만큼 잘 대해주면 회사에 좋을 것으로 생각해 요구를 들어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서울지방병무청은 지난해 10월 조 씨의 부실 복무 실태를 파악하고 산업기능요원 편입을 취소한 후 지난해 12월 24일 검찰에 조 씨 등을 고발했다.
2012년부터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한 조 씨는 1년여 간은 금천구의 금형 제조업체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했지만, 2013년 1월 1일부터 지난해 10월 31일까지 1년 10개월여 동안 오피스텔을 얻어 별도의 관리 없이 독자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내용 역시 원래 병무청에 신고했던 컴퓨터지원설계(CAD) 작업 대신 단순 도면 검토 업무만 수행했다.
또한 오피스텔의 계약금은 조 씨가 지불했지만, 보증금 및 월세는 해당 업체 대표인 강 씨가 절반을 부담하기까지해, 재벌가의 3세가 별도의 근무공간에서 신고하지 않은 업무를 보고 잦은 병가를 냈다는 이유로 ‘황제병역’ 논란이 일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