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계열 콘텐츠 유통 기업 제이콘텐트리가 멀티플렉스 업계 3위 영화관 메가박스의 경영권을 확보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콘텐트리는 한국멀티플렉스투자(KMIC)가 보유한 지분 50%를 전량 인수하기로 맥쿼리펀드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분 약 50%에 새롭게 인수할 지분을 더해 제이콘텐트리는 총 100%의 메가박스 지분을 갖게 되면서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하게 됐다.
이날 제이콘텐트리 한국멀티플렉스투자 주식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58만여 주를 152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양도자는 대한지방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국민연금관리공단, 맥쿼리인터내셔널홀딩스 등이다. 취득 후 제이콘텐트리의 지분율은 95.8%이다.
이번 거래 성사로 매쿼리펀드에 투자했던 국민연금(8.8%)과 군인공제회(8.8%), 행정공제회(20.4%)도 8년 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제이콘텐트리는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10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맥쿼리펀드가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10배에 해당하는 가격을 매매가로 책정하면서 제이콘텐트리의 메가박수 인수는 불투명했었다. 맥쿼리펀드가 제이콘텐트리의 지분까지 포함한 메가박스 지분 100%를 오리엔트스타캐피탈 측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각권’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 중국계 투자자, 결국 자금 조달력 증빙 못 했나?
메가박스가 맥쿼리 소유로 넘어가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맥쿼리는 2007년 국민연금,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에서 투자 받은 2700억원으로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오리온그룹으로부터 메가박스 지분을 100% 사들였다.
영화관 산업이 향후 상승세를 탈 것이라 예상한 맥쿼리가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메가박스가 맥쿼리에 인수된 후 CGV나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맥쿼리가 메가박스를 매각하면서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에 맥쿼리는 2011년 메가박스를 아이에스플러스(ISPLUS)가 운영 중이던 영화관 씨너스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당시 시장점유율이 11.4%이던 메가박스와 12.1%이던 씨너스를 합쳐 업계 1위인 CGV(40%), 2위인 롯데시네마(25%)와 경쟁 해보겠다는 의도였다. 맥쿼리의 ‘메가박스-씨너스’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두 영화관 합병 후 메가박스의 매출은 급증했다. 당초 2010년 14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2013년 들어 410억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합병으로 인해 맥쿼리가 보유했던 메가박스 지분이 100%에서 50%-1주로 줄었다. 나머지는 옛 씨너스의 소유주인 제이콘텐트리(46.31%)와 전문경영인 여환주(3.11%) 대표 등이 보유하게 됐다. 이것이 맥쿼리가 경영권 지분 매매시 2대 주주인 제이콘텐트리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게 된 배경이다.
이때 맥쿼리는 향후 매각에 있어 EBITDA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가격에 메가박스를 사려는 인수자가 있을 때만 제이콘텐트리의 지분까지 포함한 동반매각권을 갖기로 협약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EBITDA의 10배 가격을 제시하면서까지 메가박스를 인수하려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중국계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메가박스 지분 100%에 대해 5700억원의 인수금을 제안하면서 ‘EBITDA 10배(5100억원)’라는 동반매각권 요건을 만족시켰다.
이에 업계에서는 메가박스가 중국에 넘어가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계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투자자라 금융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2대주주인 제이콘텐트리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있었다.
최종적으로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경영권을 손에 쥐게 되면서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자금조달력’ 부분을 결국 증빙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나온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