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의 비자금 등 비리의 한 축으로 지목돼 온 포스코건설 정동화 전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횡령과 입찰방해 혐의의 소명 정도, 배임수재의 범죄 성립 여부나 범위에 대한 사실적·법률적 다툼의 여지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발부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이 포스코그룹 비리를 수사하면서 검찰의 영장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기각은 검찰로서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법원은 전현직 국내외 영업담당 상무 5명과 전무급인 토목환경사업본부장 3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정동화 전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그룹 전반의 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검찰의 포스코그룹 ‘몸통’ 수사는 당분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이 증거가 다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정동화 전 부회장의 구속으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까지 수사를 연결하려 했던 검찰은 연결고리가 당분간 끊기게 됐다.
앞서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정동화 전 부회장이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재직하던 2009∼2012년 국내외 건설공사 현장 임원들에게 영업비 명목으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다고 보고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한 포스코그룹 거래사인 코스틸의 박재천 회장을 구속한 데 이어 포스코플랜텍의 이란 공사자금 1000억원의 대부분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을 두 차례나 소환해서 조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정도 회장의 구속 방침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전정도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전정도 회장은 이란자금 횡령과 별도로 세화엠피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하지만 정동화 전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전체적인 그룹 수사는 다소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검찰은 정동화 전 부회장에 대해 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이어갈지 조만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정동화 전 부회장 수사에 검찰이 자신감을 내비쳐온 만큼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