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전격적인 합병 발표 이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 시나리오가 재차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다음 타깃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을 유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의 모태 삼성물산이 전격적으로 합병한 이후, 노무라 증권은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의 요지는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합병하면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이 현재보다 1.8%p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의 초점이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의 추가 확보 방안으로 양사의 합병설이 대두된 셈이다.
노무라증권 나학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그렇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3.1%를 절반의 상속세로 승계받을 수 있고, 이전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학인 연구원은 “이 경우 삼성전자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삼남매는 삼성SDS 주식 19.05%를 보유해 최대 주주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하고 있고, 제일모직과 합병이 결정된 삼성물산 역시 삼성SDS 지분 17.08%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주가 수준을 비교해 볼 때 시가 비율대로 양사가 합병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은 1.1%, 삼성물산은 1.7%p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어 양사가 합병하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비금융사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 지분을 5% 넘긴 5.8%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SDS 주가가 상승할수록 이 비율은 더욱 올라간다. 0.57%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3.38%를 합치면 10% 안팎의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양사의 합병에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부추기고 있다. 바로 ‘소규모 합병’ 방식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소규모 합병이란 일반적인 합병에 수반되는 주주총회 결의 및 합병 반대 주주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른 회사를 합병할 수 있도록 간소화한 절차다. 합병회사가 피합병회사의 주주들에게 발행하는 신주의 총수가 합병회사 총발행주식의 10%를 넘지 않을 때 적용된다.
삼성전자와 삼성SDS간의 합병이 이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회사가 합병하면 피합병회사의 주주들은 기존 보유주식을 새로운 합병회사의 신주로 교환받기 마련인데, 양사의 시가총액 비율은 삼성SDS가 삼성전자의 10.6%로 10%를 갓 넘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12.5%의 자사주를 삼성SDS 주주들에게 나눠줄 경우 10% 미만을 발행할 수 있다.
자사주의 시가총액 규모만도 삼성SDS 전체 시가총액을 넘는다는 점에서 아예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자사주만 지급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소규모 합병은 합병회사 주주들의 20% 이상이 반대하면 무산된다. 소규모 합병이 무산되면 주총 결의와 주식매수청구 절차를 거쳐야 합병할 수 있다.
한편 3일 삼성전자는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 삼성SDS와의 합병설에 대해 이날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이 같은 루머를 공식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인수합병 계획은 전혀 없다”면서 일각에서 8월경 합병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한 데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