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와병 1년…‘이재용의 삼성’ 어땠나
이건희 회장 와병 1년…‘이재용의 삼성’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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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 호평…“임팩트 없다” 부정적 평가도
▲ 5월에 접어들면서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그간 그늘에 가려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5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지 1년이 흐른 가운데,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끌어온 삼성의 변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5월에 들어서면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 1년을 맞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5월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후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지 1년이 된 셈이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전까지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으며 조용한 행보를 걸었던 이재용 부회장은 갑작스레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많은 우려를 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듯 지난해 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과감한 의사결정과 빠른 태세 전환으로 시장의 우려를 어느 정도 씻어낸 모양새다. 이에 업계에서는 향후 ‘이재용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둔 현재 향후 삼성의 앞날을 점치기에 분주하다.

◆영업이익 추락에도 회복세 안착 성공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갤럭시S6로 보여준 ‘왕의 귀환’과 더불어 해외로의 광폭 행보, 그리고 과감한 인수·합병 및 조직개편으로 요약된다. 주력 사업을 살리는 동시에 활발하면서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한층 젊고 빨리진 삼성이 됐다는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직후부터 삼성그룹은 중대한 변화를 맞았다. 이건희 회장은 과거 이병철 회장이 세운 삼성을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웠다. 이건희 회장의 급작스러운 부재로 이어진 이재용 체제에 즉시 우려가 쏟아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우려가 현실화되듯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은 갤럭시S5의 실패로 바로 위기를 맞는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년 만에 처음으로 4조원대로 추락, ‘어닝쇼크’를 불러오며 위기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갤럭시S6 및 갤럭시S6의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양새다. 이재용 부회장은 갤럭시S6가 출시되기 전인 지난달 초 미국 출장을 통해 갤럭시S6의 판매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등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힘을 쏟기도 했다.

특히 갤럭시S6를 통해 선보이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삼성이 모바일 결제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업적으로 평가 받기에 충분하다.

또한 갤럭시S 시리즈 최초로 애플의 단점으로 지적받던 일체형 배터리를 과감히 채택한 것은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S5를 디자인했던 주요 인력을 모두 내보내고 새 판을 짰다는 일화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매출은 47조원, 영업이익 5조9000억원으로 시장 추정치를 상회, 실적이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활기를 되찾자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자계열사들의 실적도 연이어 선방을 거듭했다. 갤럭시S6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삼성전자의 전망도 밝다. 

▲ 이건희 회장은 자택 근처 승지원에서 경영을 챙기며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해외를 꾸준히 누비면서 성과를 올리는 차별점을 드러냈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경쟁력을 냉철히 되돌아보고 미래 먹거리 사업을 제시하는 등 삼성이 나아갈 길을 확립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뉴시스

◆지구촌 누빈 이재용 회장, 이건희 회장과 차별화
또한 이재용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향하면서 답을 찾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년간 다닌 해외출장거리를 환산하면 지구를 한바퀴 휘감을 정도다. 주로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 동선이 집중됐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 이건희 회장은 주로 자택 근처에 있는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경영을 챙겼다. 이건희 회장의 동선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았고 간헐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활발하고 열린 행보로 이건희 회장과의 차별점을 드러냈다.

특히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끝낸 것은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지난해 7월, 이재용 부회장은 두 차례 미국으로 건너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수 차례 만남을 가졌다. 한 달 후 애플과 삼성은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모두 철회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후 애플은 차세대 신제품에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공급받기로 결정했다. 소모적인 소송을 끝내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것도, 반도체 공급을 제안한 것도 이재용 부회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론도 크게 조명받았다.

올 하반기 선보일 모바일결제시스템 ‘삼성페이’와 관련한 해외출장도 잦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3월초 미국 카드업체 CEO들을 만난데 이어 지난 4월 중순에는 중국 최대 카드사인 유니온페이의 최고경영진과도 만나 ‘삼성페이’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밖에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차세대 지도자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 경제 분야를 맡고 있는 마카이 부총리 등 중국의 실세는 물론 차세대 지도자들과도 활발히 만났다.

◆과감한 M&A, 그리고 선택과 집중 돋보여
‘젊고 빨라진’ 이재용의 삼성을 돌아보는 데 과감한 M&A 역시 반드시 거론된다. 삼성은 M&A를 추진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은 모바일솔루션, 2차 전지, IoT(사물인터넷) 등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모바일 솔루션과 IoT의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5월부터 2월까지 모두 8건의 M&A를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에 걸쳐 총 14건의 M&A를 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움직임이 얼마나 활발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2월 미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업체 루프페이의 인수는 먹거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던 삼성이 ‘삼성페이’로 재도약할 수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된 셈이다.

또한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배터리 팩 회사를 인수했다. 삼성의 5대 신사업 가운데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2차 전지 부문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인수·합병 만큼이나 비주력 사업의 정리로 대표되는 선택과 집중 역시 과감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은 1조9000억원에 삼성테크윈, 삼성토탈 등 방위산업과 화학계열사 4개사를 한화에 매각한다고 발표, 재계에 충격을 안겼다. IMF 사태 이후 삼성이 계열사를 매각한 일이 처음이었던 만큼 시장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방산과 화학 분야를 털어내면서 삼성은 더욱 민첩해졌다는 평가를 받았고, 한화는 주력 사업의 덩치를 키우며 보기 드문 ‘윈-윈’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삼성은 빅딜로 그룹의 사업구조를 전자와 금융, 건설·중공업이라는 큰 틀 아래 슬림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간 빅딜은 삼성그룹이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한다는 뜻이 담긴 상징적인 사건”이라면서 “이 부회장이 주력사업군에 집중하는 경영방침을 택한 것으로 시사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를 받던 이재용 부회장은 어느새 과감한 행보로 삼성의 미래와 경영철학을 제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스마트헬스케어 등 미래 비전 제시
이재용 부회장은 “이 정도 경쟁력으로는 안 된다”며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B2B와 금융혁신, 스마트헬스케어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M&A를 통해 빠르게 확충되고 있는 삼성의 B2B 역량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전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수차례 강조했던 사업 방향이다. 삼성전자의 고도성장을 이끈 스마트폰 등 B2C 사업이 포화상태임을 인정하고, 플랫폼ㆍ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IT산업의 B2B시장 규모는 1조6000억달러에 달하며, 이에 따라 애플 등 경쟁기업도 B2B 비중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혁신도 빠지지 않고 강조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생명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삼성생명은 그룹의 핵심 역할을 하는 회사”라고 강조하고 금융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 격인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100% 확보했고, 지난 3월에는 중국 시틱(CITIC)그룹 창전밍 대표를 만나 금융사업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IT·바이오 융합을 통한 스마트헬스케어 사업으로는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사물인터넷(IoT)과 실버·의료산업 개척에 나선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제품개발ㆍ생산능력을 키워 세계 의약품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압도적인 IT 기술력으로 스마트 건강진단 및 관리체계까지 원스톱으로 장악한다면 ‘제2의 D램 신화’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반면 이재용 체제의 삼성은 이건희 회장 체제보다는 나아지기는 했지만, 포용력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화와의 빅딜 과정에서의 일방 통행이나 반올림과의 협상 부진 등은 삼성의 경영 스타일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승계 본격화를 앞두고 삼성SDS 논란이 여전한 것도 부담이다. ⓒ뉴시스

◆“경영 능력 임팩트 없다” 평가도…삼성SDS 논란, 포용력도 숙제
하지만 아직 이재용의 삼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남아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 체제보다는 나아지기는 했지만, 포용력 부분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현재 한화와의 빅딜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4개 계열사 중 2개 계열사의 한화그룹 편입이 마무리된 현재까지도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달 29일과 30일 삼성테크윈 사측이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일괄 통보하자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의 반발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많은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단결심, 즉 충성심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맨’의 자부심을 갖고 근무하던 근로자들은 하루 아침에 ‘한화맨’이 된다는 소식을 아침 뉴스를 통해 접하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직업병피해자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조정위원회의 중재 아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삼성과 가족위, 반올림은 지난 1~3월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정을 시도했지만, 이후 소식이 끊긴 상태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끊임없이 이재용 부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삼성SDS 논란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이학수법’의 논의로 더욱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여야 국회의원 14명이 발의한 ‘이학수법’은 1999년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행위를 정면으로 겨냥, 불법으로 얻은 수익을 국고로 환수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삼성SDS로 주식 부자 순위에서 큰 상승을 겪었던 이재용 부회장은 보호예수기간 만료를 10일가량 앞두고도 불법 차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지분을 처분할 경우 2조원에 달하는 차익으로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불법 차익 논란으로 이를 현실화하기가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 11.25%를 가지고 있으며, 상속세로 6~7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를 극복했다는 공에도 불구하고 경영 능력에 대한 의문점도 아직 존재하고 있다. 실제 이제 삼성의 실적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든 것 뿐이지 이건희 회장 체제보다 크게 발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아직까지는 힘을 얻고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까지 사업가로서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인수합병 및 B2B 사업 확대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그룹 전반의 중장기적 차원에서 이미 추진되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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