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권 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에 대한 문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또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자의 인준안이 처리될 경우,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 대응과 관련한 문책 인사도 함께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 등 정치인 출신의 국무위원들이 당으로 돌아가야 하는 점도 고려한다면 상당 규모의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메르스 부실대응” 비판 봇물
메르스 사태가 4차 감염 위험성으로까지 확산되면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책임론이 끊임없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보건당국 책임자인 문 장관은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욱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일었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발병 초기 전파력이 낮다거나 지병이 없거나 젊은 사람들은 감염으로 인한 위험이 적도 지역감염 가능성도 낮다고 밝혔지만 점점 그 범위가 확대됐다. 이후 현재 사망자 16명이 나온 상황에서 보건당국의 예측은 완벽히 빗나간 것이다.
또한 문 장관은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6일이 지난 후에야 국무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메르스 문제를 대면 보고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문 장관은 또 메르스 대응 수준을 주의에서 격리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국가 이미지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고 국민이 아닌 국가 이미지를 챙기는 모습에 보건복지부의 위상은 한없이 떨어져갔다.
국민적 공포가 고조됨에 따라 병원 명단을 뒤늦게 공개했음에도 병원명과 주소지를 잘못 발표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에 정부의 초기 대응에 대해 일제히 비난이 쏟아지면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 내에서 제일 먼저 책임론을 제기한 의원은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 8일 “리더십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아 이 문제가 확산됐다”며 “박근혜 정부 내각에서 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것(위기관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의 부재)이 가장 근본 문제”라며 “뒤늦게나마 정부와 정치권에서 대책을 마련해 다행이지만 리더십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 국정운영을 뒷받침했던 서 최고위원은 이같은 작심 비판을 통해 문형표 복지부 장관 등 관련 부처 책임자들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14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메르스가 진압되고 난 뒤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다 물어야 한다”며 인책론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게 하고, 보강할 일은 보강해 국가 전체적인 방역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메르스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수습이 사태를 진정시키는커녕 논란만 키운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어 문 장관 등 일부 책임자들의 사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김재원 의원도 지난 15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메르스 대응에 대해 질책했다.
그는 “메르스 환자 최초 발생 얼마 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가 총역량을 동원해 개미 한 마리 지나가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메르스를 개미 정도로 생각한 게 아닌지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이것(메르스)이 개미가 아니라 호랑이가 덮친 사태가 아닌가 생각하는데, 초기에 전파력 문제에 대해 조금 약하게 보고 대응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갈 경우 문책 인사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에 공석인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 외에 문 장관과 최원영 청와대 보건복지수석도 개편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개편이 어디까지 이뤄질지에 관심이 높아진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