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오너일가, ‘호재’ 틈타 차익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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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기다렸다는 듯 지분 처분, 차익실현 의도…신중 기해야”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두 누이들이 호재를 틈타 주식을 매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피해업종으로 분류된 화장품주가 회복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메르스의 진정세에 따른 호재라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피해를 입었던 화장품주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호재를 맞아 주가가 상승하자 오너 일가가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주가 고점으로 인식,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누이들, 액면분할 이후 시세차익

최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누이인 서송숙씨와 서혜숙씨가 주식 액면분할 이후 주식을 매도, 10% 안팎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의 큰 누나인 서송숙씨와 둘째 누나인 서혜숙씨가 1580주를 장내 매도했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송숙씨는 19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아모레퍼시픽 주식 1250주를 매도했다. 서혜숙씨는 20일부터 두 차례에 걸쳐 330주를 처분했다. 당일 종가를 적용해 계산하면 서송숙씨는 5억3712만원, 서혜숙씨는 1억4159만원 어치를 매도한 것이다. 지분 매도 이후 두 누이의 지분율은 각각 0.28%, 0.89%로 낮아졌다.

이들이 액면분할 이후 지분을 매도한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공교롭게도 지분매도에 나서기 시작한 때가 액면분할 후 주가가 고점을 찍은 18일 이후부터다.

아모레퍼시픽은 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한 뒤 지난달 8일 재상장됐다. 재상장 첫날 종가는 각각 37만6000원이었다. 이후 18일 43만6500원으로 고점을 기록했고, 이후 19일부터 42만8000원, 20일 42만6500원 등 하락세가 시작됐다. 서송숙씨와 서혜숙씨의 주식 매도 소식이 전해진 이후 5월 29일 40만4000원에서 6월 1일 38만7500원, 2일 37만원으로 급락했다.

이와 맞물려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된 후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 후 변경상장된 5월 8일부터 27일까지 전체 거래량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했다. 액면분할이 결정된 3월 3일 이전의 개인 거래량 비중은 27.2%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액면분할 결정 전 1만3118주를 순매도했으나 변경상장 이후에는 61만8771주를 순매수했다.

◆미샤 회장 자녀들, 8년 새 주식 시세차익 4억

서영필 미샤 회장은 두 딸인 진경씨와 진하씨는 2008년 11월 각각 8180주, 2992주를 매입했다. 진경씨는 주당 1953원에, 진하씨는 2392원에 주식을 사들였다. 두 딸이 처음으로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2008년은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가 최고점을 찍던 때다. 당시 에이블씨엔씨의 영업이익은 2007년 3억316만원에 비해 24배나 오른 72억3538만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한해 전 -1억6302에서 불과 일년만에 79억7621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또 당해 에이블씨엔씨는 서울메트로에서 60곳,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18곳의 화장품 전문매장 운영권을 획득했다.

미심쩍은 점은 에이블씨엔씨가 돌연 2008년부터 주당 0.1주(10%)의 주식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12년 말 기준 두 딸의 주식 수는 각각 1만1974주까지 불었고, 2013년 11월 13일 추가로 각각 1만4840주씩을 장내매수하면서 보유 주식 수는 2013년 말 기준 2만8011주까지 늘었다.

두 번째로 주식을 매입한 2013년은 에이블씨엔씨의 성장세가 다른 저가 화장품 브랜드와의 경쟁으로 인해 다소 둔화돼 주가가 바닥을 치던 때다. 당시 매입자금으로 들어간 4억300만원 역시 모두 증여로 마련됐다. 배당을 제외하고 증여를 통해 주식확보에 들어간 돈은 총 4억2000만원이다.

이후 주식을 매각한 시기는 공교롭게도 주가가 반등해 다시 상승곡선으로 접어들 던 때이다. 작년 2월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3만1000원대까지 올라갔다가 4개월만에 1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두 딸이 주식을 매각한 시점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3만원대를 회복했다. 두 딸이 주식을 매각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인 9월 중순께 주가는 2만6000원대 후반~2만7000원대 후반이었다.

2013년 말 기준 보유주식 2만8011주에 매각 당시까지 배당 받은 주식수를 더한 값인 3만812주에 9월 중순께 주가를 곱하면 두 자녀가 각각 챙긴 매각대금은 8억3000만원~8억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4억 2000만원을 들여 8년 새 100%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기다렸다는 듯 지분 처분, 차익실현 의도…신중 기해야”

증권업계는 이벤트성 주가 호재를 기회로 경영권과 무관한 오너 일가 지분 처분이 진행될 때는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시기 주가가 고점이라고 인식해도 무방하다는 의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면 오너 일가들이 처분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다렸다는 듯이 지분을 처분하는 건 차익실현 의도가 분명한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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