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원격의료 특혜 공방 ‘점입가경’
삼성서울병원, 원격의료 특혜 공방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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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야당 뜨거운 반발에도 정부·병원 측 “문제 없다” 팽팽

 

▲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부분폐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차 확산세의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의 원격의료 특혜 공방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가열되고 있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이 “외래 병원을 폐쇄한 대형 병원에 전화 진료를 허용하겠다고 한 방안이 논란이다”라는 질문에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제한적 조치라는 얘기다.

문정림 의원의 질문은 삼성서울병원의 원격의료 허용 논란에 대한 것으로, 문정림 의원 역시 지난 23일 “비상사태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현행 방침의 찬성 의견을 비춘 바 있다.

이날 문형표 장관은 “일부 병원의 진료 거부로 협력 병원이 (진료가) 가능하지 않을 경우 의료법상 전화통화로 일시적 처방을 가능케 하거나 대리 처방 조치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형표 장관이 의료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원격의료 특혜 의혹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나타난 양측의 여전한 온도차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법, 원격의료는 예외적 경우만 허용
특혜 논란은 지난 18일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 의사와 환자가 집 또는 보건소에서 전화로 진찰과 처방전 팩스 발송을 허용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상 의료기관에 대한 지도·명령권을 근거로 현재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의 예외 조항을 적용했다.

19일 오전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우선적으로 기존 외래환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과 협력 및 협진관계인 의료기관(약 2650개)에서 진료를 받고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그럼에도 집 근처에 협진 의료기관이 없는 등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환자가 전화로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불가피한 예외적인 경우’를 강조한 것은 현행법에서 예외적 경우 외에는 환자의 원격의료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33조 1항은 “의료인은 응급환자, 환자·보호자의 요청, 공익상 목적, 가정간호, 부득이한 사유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 예외적 사유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간 외의 의료업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34조 1항에서는 “의료인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의료인에 대한 원격의료만 허용하고 있다.

17조 1항은 대면진료 이외의 처방전 발행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면허정지 2개월을 처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59조 1항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했을 경우 의료기관·의료인에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형표 장관의 원격의료 허용 방침의 근거가 된 조항이다. 

▲ 가뜩이나 원격의료 허용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의료계는 국가적 재난을 핑계로 삼성서울병원에게 원격의료의 특혜를 주고 있다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영리화의 진원지인 재벌에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원격의료 확대 추진 정부, 의료계 반발 부딪혀
이 같은 의료법을 두고 정부는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편의성·접근성 등의 개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의료법 개정을 경제활성화법으로 지정하는 등 원격의료를 환자에도 가능케 하는 의료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다.

2013년 10월 정부는 원격의료 허용 개정안을 공고했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같은 해 12월 원격의료 전문기관 개설을 차단하고 주기적 대면진료 의무를 규정하는 등 수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수정안에도 불구하고 반발은 끊이지 않는 상태다. 의료계는 대형 병원이 원격 의료에 나설 경우 지방 병원과 동네 의원, 동네 약국이 몰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국회와 시민단체는 의료 영리화의 전초 단계라는 의심을 보내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다시 한 번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30여개의 경제활성화법 중 통과되지 않은 몇 안되는 법안으로 1년여 넘게 계류된 상태다.

원격의료 허용안의 국회 통과를 강하게 촉구해 온 정부는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며 지난해 말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올해는 만성질환자에 이어 의료취약지, 군인, 원양선박 선원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정치권 역시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허용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의료계, 삼성서울병원·정부 성토
이처럼 가뜩이나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오던 의료계는 삼성서울병원의 한시적 원격의료 허용 방침을 놓고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을 거세게 성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의료계는 한시적이나마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미검증됐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의료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더 큰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은 삼성서울병원의 특혜 의혹이다. 특히 원격의료 허용 방침이 삼성서울병원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회 차원에서도 거센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원격의료 방침이 나왔던 지난 18일 새정치민주연합은 긴급성명을 내고 “메르스 확산사태의 큰 책임이 있어 병원폐쇄까지 당한 의료기관에 대해 정부가 특혜를 줬다”면서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의료기관에 엄청난 특혜를 안겨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국가적 혼란을 틈타 의료영리화 정책의 진원지인 재벌이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 가장 절실히 원했던 원격진료를 허용해 준 것”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일각에서는 원격의료를 원한 곳이 삼성서울병원보다 삼성전자가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하고 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삼성그룹은 신수종 사업으로 의료기기 관련 사업을 선정하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을 기점으로 센서에서 전달되는 의료정보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포함, IT와 의료 기술이 융합된 헬스케어 분야에서 삼성이 출원한 특허는 무려 100건이 넘는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삼성전자는 원격의료가 되면 팔릴 가정용 의료기기들을 많이 개발해놨기 때문에 원격의료법안의 통과를 강하게 원하고 있어 이번 조치 역시 삼성전자에서 요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에서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침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자 정부는 지난 23일 원격의료 허용을 요청한 강동경희대병원과 아산충무병원에도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양 병원은 외래진료가 중단된 상태다. 

▲ 의료법의 예외적 조항을 들어 삼성서울병원에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이라고 해명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온도차가 여전한 만큼 공방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정부·여당, 불가피성 강조하며 반박
반면 원격의료를 찬성하는 진영은 삼성서울병원의 한시적 원격의료 허용을 주장하면서 반대 진영의 논리를 재반박하는 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주로 원격의료의 허용을 국회에 촉구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정부가 총대를 메고 있는 형국이다.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지금 이 상황에서 의료 영리화 얘기가 나오는 것이 맞느냐”면서 “메르스 관련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숙 의원은 “매달 한 주먹도 안되는 당뇨약을 받아와야 하는 환자들의 생명마저도 저버려야 하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역시 의사 출신인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역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방안을 특혜라고 부르면 환자들은 치료받지 말라는 얘기냐”고 반박했다.

원격의료에 대해 그간 찬성 입장을 누누히 밝혀온 대한병원협회는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듯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애초에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원격의료 허용 공문이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전달됐다는 점에서 암묵적인 찬성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원격의료에 반대하는 총파업 계획에도 불참을 선언하는 등 원격의료 찬성 입장을 꾸준히 취해 왔다.

◆커지는 의혹, 논란 당분간 지속될 듯
한편 23일 강동경희대병원과 아산충무병원이 새롭게 원격의료 허용 명단에 포함됐지만, 양 병원의 인프라가 삼성서울병원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시선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쏠리고 있다.

이 와중에 방역당국에 의해 부분 폐쇄 연장이 확대된 이날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원격의료에 대한 연장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나 호된 질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2일 오전 외래진료를 맡는 각 분과 교수들에게 원격진료 기간 연장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7월 3일까지 부분폐쇄 방식을 유지키로 했다”면서 “교수님들께서는 지금까지 해 오셨던 것처럼 환자분들과 전화상담을 하고, SMIS(종합의료정보시스템) 서식에 입력해주시며, 7월 20일 이후로 가급적 (대면 진료) 일정을 연기해주시기 바란다”고 원격진료 기간도 함께 연장할 방침을 밝혔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부분폐쇄가 종료되고 외래진료가 재개되면 원격의료 허용 역시 철회된다. 당초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분폐쇄의 연장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진료 연장은 뜨거운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리 준비를 해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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