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감도는 한국GM, 끝없는 說들 이유는?
전운 감도는 한국GM, 끝없는 說들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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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노조 움직임에 새 COO 취임까지…철수설 또 불거지나
▲ 한국GM이 노사 갈등에 대한 우려로 철수설이 불거진 가운데,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GM

실적 악화와 철수설에 시달리는 한국GM이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국GM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전국금속노조 한국GM 지부에 따르면 노조 측은 지난 25일까지 3달여 간 부평공장에서 사측과 11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임금협상 투쟁을 위한 쟁의행위 결의에 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체협상은 2년마다 진행하기 때문에 올해는 임금협상만 진행한다.

노조는 임금 15만9900원 인상, 성과급 인상(500%)과 통상임금 관련 연차 수당 확대 등 수당 지급, 미래발전 전망과 내수판매 활성화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25일 노조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부평공장에서 2015 임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전진 대회를 가지기도 했다.

쟁의행위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이 나와 가결되면 부평공장 1~2공장, 사무실 내 조합원 1만여 명이 파업 등의 단체 행동에 나서게 된다. 현재 부평 1~2공장 노동자들은 신규 물량 미확보와 내수 부진 등의 어려움으로 교대 휴무를 하고 있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자동차 업계 중 가장 빠른 지난 4월 임금협상 상견례를 갖고 지난 1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쟁의조정 신청을 결의한 바 있다.

빠르면 이날 노조 측이 쟁의조정을 신청하면 10일간은 노사간 조정기간을 갖도록 돼 있다. 이후 행정 지도 결정이 내려지면 합법적인 파업은 불가능해지지만 조정 중지 결정이 내리지면 투표 결과에 따라 합법적 파업이 가능하다.

◆노조 파업, 철수설 또 불 지피나
이에 가뜩이나 임건비 부담이 과도하다는 사측의 인식 때문에 철수설까지 나돈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다시 한 번 철수설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한국GM의 철수설은 세 차례 불거졌으며, 가장 최근에 불거진 철수설 역시 인건비 부담에 관한 얘기였다. 최근 GM 해외사업부문장인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생산량의 30%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GM이 한국GM에서 철수하고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스테판 자코비 사장이 이와 함께 “한국GM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한국GM의 생산성을 정면으로 지적한 부분 역시 철수설에 힘을 실었다.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뒤이어 “강력한 노조는 큰 어려움”이라며 “한국에서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노조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역시 한국 자동차 업계의 인건비가 5년간 50% 인상됐다며 전세계 100개가 넘는 GM의 공장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고 호소했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스파크 물량의 인도 이전설에 대해 “인도에서 생산하는 구형 스파크만을 의미한다”고 진화에 나서면서 철수설이 잠시 사그라든 상태지만, 노조 측이 2년 연속 쟁의행위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철수설이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생산비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주공장을 폐쇄했던 지난 2013년, 철수 5개월 전까지도 마이크 데버루 GM홀덴 CEO가 철수설을 부인했던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GM의 2인자인 댄 아만 GM 사장 역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국GM의 비용과 경쟁력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는 한 생산량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 실적 부진을 타개할 구원투수로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대형 세단 임팔라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임팔라의 국내 생산 여부를 두고도 노사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사측은 임팔라는 출시 자체도 확정되지 않은 만큼 모두 추측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GM

◆압박하는 노조에 임팔라 갈등說까지
이처럼 철수설의 진원지가 됐던 노사 관계 문제는 올해 다시 전운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에도 한국GM 노조는 11차 교섭을 마치고 난 후 쟁의행위를 신청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행정지도 결정을 내렸지만 노조는 4일 뒤 다시 2차 쟁의행위를 신청,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들고 파업 투표에서도 70%에 가까운 찬성표를 얻었다.

하지만 실제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아 노조 측의 의중에 많은 궁금증이 쏟아졌다. 올해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한 것을 두고 임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올해 임금 협상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부분에 내수 활성화, 생산 물량 확대 등 임금과 무관해 보이는 대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물론 사측과 노조의 협상 과정은 개별 기업 내부의 일이라는 점에서 외부에서 왈가왈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가뜩이나 인건비 문제로 철수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노조가 압박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 GM 측의 입장에 정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대형 세단 임팔라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생산 물량에 대한 노조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점도 근심거리다.

복수의 언론은 한국GM이 올해 하반기 임팔라를 미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입해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임팔라는 미국에서 지난해 14만280대나 팔린 인기 모델이며, 임팔라가 수입되기 시작하면 부평2공장에서 생산되던 알페온은 단종될 확률이 높다. 알페온의 올해 5월까지의 판매량은 1698대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기존의 알페온이 단종되고 임팔라가 수입되면 생산 물량이 줄어 부평 1~2공장의 통합·정리해고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임팔라가 수입되고 알페온이 단종되면 과거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져 온 슈퍼살롱, 임페리얼, 아카디아 등의 대형 세단 제조의 명맥이 끊어지게 된다.

반면 사측이 임팔라가 국내에 1만~1만5000대 이상 판매되면 부평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임팔라를 둘러싼 갈등도 불씨로 남아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적 부진, 메르스 여파까지 휘청
노사와의 갈등 속에 한국GM은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지난해 한국GM은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된 탓에 수출 물량이 줄면서 매출이 2조6800억원 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1조864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다시 148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한국GM의 매출은 지난 2011년부터 줄곧 15조원대를 기록하다 지난해 급감했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로 인한 수출 물량 감소에 따라 수출 판매대수는 62만9478대에서 47만6151대로 24.4%나 줄어, 2.2% 증가한 국내 판매량에도 불가하고 전체 판매량이 전년보다 19.2%나 줄어든 63만532대에 그쳤다. 쉐보레 유럽시장 철수로 줄어든 한국GM 수출 물량은 연간 15만~20만 대로 추산된다.

올해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수출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GM의 올해 5월까지의 판매량은 내수에서 지난해보다 1.2% 감소한 5만9124대, 수출에서 지난해보다 10.4% 감소한 19만3569대로 전체적으로 8.4% 감소한 25만2693대로 집계됐다.

여기에 5월부터 전국을 휩쓸고 있는 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전반적인 소비가 침체로 접어드는 등 6월 판매량 역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감을 느낀 한국GM은 선수금 없이 차량 가격의 전액에 대해 무이자 할부 혜택을 주는 등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는 지난해 법인세 265억9800만원과 부가가치세를 포함 총 273억3200만원의 추징금을 납부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25일 한국GM은 2013년 중부지방국세청에서 받은 2007~2010년간의 세무조사를 통해 이 같은 금액을 부과받아 납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 1485억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GM은 세무당국과 기업간 시각의 차이로 인한 추징금이라고 설명했다.

◆투톱 체제, 구조조정 우려 재점화 

▲ 지난달 15일 출근하기 시작한 제임스 김 사장 겸 COO(사진) 역시 무성한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감안, 구조조정에 이은 철수설을 내놓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호샤 사장의 경질을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측은 이에 대해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한국GM

내부적인 구조 개편 역시 철수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GM은 최근 COO(최고운영책임자) 자리를 새로 만들고 제임스 김 한국마이스크로소프트(MS) 사장을 사장 겸 COO로 앉혔다. 기존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과 더불어 컨트롤 타워가 두 개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총괄하던 기획·인수·재무·홍보·디자인 등 총 14개 부문 중 생산·생산기술·구매·품질·노무 등 5개 부문이 제임스 김 사장 앞으로 돌아갔다. 물론 보고는 세르지오 호샤 사장에게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별도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임스 김 사장은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으로 부평 본사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특히 GM은 물론 세르지오 호샤 사장도 우려를 표명해 왔던 노사 관계를 제임스 김 사장이 맡게 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물론 가장 최근인 2010년까지도 유기준·장동우 사장이 함께 사장직을 수행하는 등 과거에도 두 명의 사장 체제가 유지됐던 적은 종종 있었지만 COO자리까지 새로 만들었다는 점은 여러 뒷말을 낳고 있다.

제임스 김 사장은 한국MS사장 시절이던 2009년 취임 4개월 만에 전 직원의 9% 수준인 50여명을 한국MS 사상 처음으로 권고퇴직시켰고, 2011년에도 조기 퇴직 프로그램으로 20명을 감원했다. 2007년 야후코리아 사장 시절에도 조직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회생 전문가’라고 소개했을 정도로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제임스 김 사장을 COO자리까지 만들어 앉힌 GM의 의중을 두고 일각에서 구조조정과 철수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호샤사장 책임론에 경질說도 대두
다만 제임스 김 사장의 취임은 세르지오 호샤 사장의 경질 수순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3년 임기를 끝낸 지난 3월 연임된 지 3개월여 만에 굳이 새 자리를 만들어 사장을 또 앉힌 것은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 후임으로 제임스 김 사장을 앉히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세르지오 호샤 사장 취임 이전인 2011년 매출 16조5708억원, 영업이익 2365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4조2797억원, 영업손실 1192억원으로 실적이 하락했다. 내수 판매량 감소세뿐 아니라 수익성이 낮은 경차의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지는 등 전략의 실패로 한국GM의 위상이 ‘경차 전문’으로 추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3월 말리부 디젤 이후 오는 7월 신형 스파크 출시까지 신차 출시가 없었다는 점도 비판거리다.

이에 GM이 세르지오 호샤 사장 체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제임스 김 사장을 영입하고 제임스 김 사장이 회사 상황을 파악하게 되면 연말에서 내년 초 CEO로 승격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GM 본사에서 수 차례 지적을 거듭하는 노사 문제를 제임스 김 사장이 맡게 된 것 역시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그간 노사 관계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내려졌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지난 25일 노조의 행보에 대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나 미국, 일본은 노조가 성숙했지만 아직 우리는 성숙기가 아니라고 본다”며 “청소년기에 방황을 하겠지만 나이가 들면 알지 않겠느냐”는 다소 온건한 답을 내놨다. 강성 노조에 대한 비판이 안팎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실적 악화와 판매량 부진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대응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국GM “모두가 추측” 전면 반박
한편 한국GM 관계자는 26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모두 근거가 없는 추측일 뿐”이라며 세간에 떠도는 얘기들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 관계자는 “우선 노사 협상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어떻게 된다 안 된다 또는 협상 내용에 대한 자세한 부분을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팔라의 생산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의 소문에 대해서도 “임팔라 관련해서 나오는 내용은 전부다 익스펙트, 즉 추측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1만대니 1만5000대니 하는 부분을 어디서든지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공식적으로는 임팔라의 국내 출시 자체도 검토 단계일 뿐이지 확정되지도 않았다”면서 “당연히 (임팔라의 출시에 이은) 알페온의 단종 역시 결정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김 사장을 둘러싼 관측에 대해서도 그는 “전부 다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 쪽 전문가시니까 외부에서 인사를 영입해서 내부 쪽으로 좀 더 신경을 쓰는 것 뿐”이라면서 “대통령 밑에 있는 국무총리의 개념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꾸 사실을 비틀어서 해석해 사실 무근의 얘기들이 나오는 것 때문에 우리로서는 조금 그렇다”고 말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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