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지난 2010년 옛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이 포스코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일었던 각종 특혜 시비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에 따르면 포스코는 1600억원을 들여 옛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할 당시 그룹 차원의 내부 검토 절차를 생략하고 최소한의 요건만 갖춰 인수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에 구속기소된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현 세화엠피 회장)에 대한 특혜 의혹도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10년 3월 전정도 전 회장과 미래에셋사모펀드 등에서 1593억원에 성진지오텍 지분 40.38%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5일 뒤 사외이사 3인과 사내이사 2인으로 구성된 ‘재정 및 운영위원회’를 통해 사전 심의를 거친 후 다음 날인 4월 23일 이사회에서 계약을 가결했다.
외견상으로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포스코가 자본금(4824억여원)의 10분의 1을 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투자심의회의나 본부장회의, 전략토론회 등을 열어 투자의 필요성과 전망, 위험성 등을 꼼꼼히 검증해 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대로 된 검증절차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정·운영위원회, 이사회 등의 절차는 다 거쳤으나 투자심의위원으로 팀장들이 대리출석해 (투자 검토를) 형식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팀장들이 대리출석한 이유에 대해선 아직 확인 중”이라며 “이들이 성진지오텍 재무상태에 대해 있는 그대로 보고를 했는지, 얼마나 실질적인 검토를 거쳤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이 위법은 아니지만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배임 혐의 입증에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옛 성진지오텍 지분을 인수하기 직전 주당 9620원(총 424억원)에 440만주를 인수한 전정도 전 회장으로부터 주당 1만6330원(총719억원)에 지분을 매입해 295억원의 차익을 전정도 전 회장에게 안겨줬다. 포스코는 미래에셋사모펀드로부터는 794만주를 주당1만1000원(873억원)에 매입, 전정도 전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가격이 1.5배 가량 비쌌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011년 옛 성진지오텍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 전정도 전 회장이 다양한 경로로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해 정준양 전 회장에게 보고했지만, 어떠한 시정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황 역시 전정도 전 회장의 비리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가 2010년 지분 인수를 결정할 당시 형식적인 절차를 밟았을 뿐 내부 검토를 소홀히 했다고 의심, 정준양 전 회장 등 윗선에서 배임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