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여를 끌어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이 노사 양측의 대타협으로 마무리되면서 통합 은행이 자산 1위의 리딩뱅크로 올라서게 됐지만 , 양 은행의 합병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하나금융은 공시를 통해 “(외환은행 노조와) 외환은행과의 합병원칙과 합병은행 명칭, 통합절차와 시너지 공유, 통합은행의 고용안정과 인사원칙 등에 대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해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병호 하나은행장, 그리고 김근용 외환노조 위원장, 김창근 하나노조 위원장 등은 이날 오전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이 같은 통합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양 은행은 1년 만에 본격적인 통합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에 통합을 위한 예비인가 승인신청서를 제출했다. 합병 기일은 9월 1일로 예정돼 있으며, 하나금융은 내달 7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양 은행이 합병되면 하나은행은 올 1분기 말 기준 171조3110억원, 외환은행은 118조6700억원의 자산(신탁자산 제외)을 보유해 통합은행 자산 규모는 289조9810억원에 달한다. 신한은행(260조)과 국민은행(282조), 우리은행(279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점포수 역시 970개로 국민은행 1150개, 우리은행 1090개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라서게 된다.
당기순이익도 다른 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하나·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4대 은행 중 최고 실적을 달성한 신한은행(1조4552억원)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은행(1조2140억원)과는 비슷하고 국민은행(1조290억원)보다는 앞선다.
◆수익성 개선 최우선 과제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업무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 통합으로 꼽힌다.
이 부문에서 이미 상당 수준의 통합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상 은행 간 전산망 통합에 1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성사는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와 관련해 "예전부터 준비해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연내에는 시간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 설날(구정) 전까지 통합할 수 있도록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 하나금융 순이익은 전년대비 0.4% 증가한 9377억원에 그쳤다. 국내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1조원 돌파에 실패했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4분기 적자를 실현하며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양 행은 관리 규정 통합 작업에 돌입한다. 개인·기업 대출에 대한 여신과 수신 규정 등 그동안 별도로 운영돼온 영업 전략을 공유할 계획이다. 양 행은 중복점포 조정과 판매채널 통합 등 영업력 강화를 위한 선행 작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PB, 외환은행은 외환 부문이 강점인 만큼 서로의 장점을 공유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양 행의 직원들로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조직 문화 화학적 결합, 합병 성패 가를 수도
또한 두 은행이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오랜 전통을 이어온 외환은행과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하나은행 간의 유기적인 화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된 후 48년간 다른 조직과 통합을 경험한 적이 없다.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올 1분기 외환·하나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들의 분기 평균 급여는 2700만원으로, 하나은행(1600만원)보다 1100만 원가량 많다. 평균 근속기간이 외환은행원은 18년2개월, 하나은행원은 12년7개월인 점을 고려해도 상당한 차이로 풀이된다.
임금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과거 사례에서 보듯 합병 이후 출신에 따른 차별과 줄세우기 같은 후진적 행태가 나타나면 통합의 효과는커녕 역시너지로 실패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은행은 2001년 주택은행과 합병 계약을 타결했지만 최근까지 이른바 ‘1채널(국민은행)’과 ‘2채널(주택은행)’ 출신 간 줄타기가 이어졌고 지주와 은행 간 갈등까지 더해져 KB금융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아직도 내부 갈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으로 탄생한 서울은행이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생긴 한빛은행도 모두 합병 이후 파벌갈등으로 경영에 심각한 애로를 겪기도 했다.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변경된 이후에도 지주 부회장직을 한일·상업 출신이 균등하게 나눠갖는다거나 은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이면 수석부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 맡는 식으로 인사에 출신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문화 차이 극복도 숙제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2006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합병에서 통합을 위한 준비 과정이 상대적으로 길었다는 점은 그만큼 합병되는 은행들 간의 화합이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한은 3년 정도 ‘투뱅크-원체제’를 유지하면서 1년반 만에 급여 수준을 맞추고 ‘감성통합’에 힘쓰면서 조직문화 융합에 나섰다. 신한·조흥 통합 사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통합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도 1000개 가까이 운영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 동안 지주사 차원에서 다양한 보상 제도를 구상해 온 만큼 합병 이후에도 화학적 통합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문화의 차이도 뚜렷한 편이다.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듣는 하나은행과 비교적 자유스럽다는 평을 듣는 외환은행의 조직 문화가 원활히 융합되도록 만들어야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유 전 회장이나 김정태 현 회장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회장들이 장기간 이끌어온 하나은행과 2~3년마다 새로운 행장이 경영을 맡아온 외환은행의 조직 문화는 확연히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서로 이질적인 부분을 상쇄해 나갈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