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 되면 온도가 섭씨 영하 223도까지 내려가는 명왕성에 존재하는 동토의 대평원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지역은 '스푸트니크 평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NASA 본부에서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열어 명왕성의 하트 모양 지형 '톰보 지역'의 중앙 좌측 일부의 고해상도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스가 7월 14일 명왕성에 접근했을 때, 7만7천km 거리에서 로리(장거리 정찰 이미저) 관측장비로 촬영한 것으로, 1km 크기의 지형도 식별이 가능하다.
사진 속 지형에는 옛 소련이 1957년 쏘아올린 인류 최초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평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것 역시 ‘톰보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금 단계에서는 비공식 명칭이며, 천체의 공식 명칭은 국제천문연맹(IPU)을 통해 붙여진다.
사진 속 지형은 동서 길이가 20km 내외인 불규칙한 모양의 조각들로 나뉘어 있으며 그 사이에 좁고 얕은 골이 나 있어 경계선을 이루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NASA는 이 지형 중 일부가 승화(sublimation)에 의해 형성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NASA 에이미스 연구소 뉴호라이즌스 지질·지구물리·이미징 팀의 책임자 제프 무어는 "이 지형은 설명하기 쉽지 않다"며 "드넓고 크레이터가 없으며 매우 젊은 평원을 명왕성에서 발견한 것은 근접비행 전에 나온 모든 예상을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생긴지 1억년 미만으로 추정되는 이 지형의 형성 과정에 관해 크게 2가지 작업가설을 세웠다.
표면 물질이 수축하면서 이런 불규칙한 지형이 형성됐을 수 있으며, 명왕성 내부의 약한 열 때문에 표면에 있는 일산화탄소, 메탄, 질소의 층 내부에서 대류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런 지형이 생겼을 수 있다.
명왕성의 얼어붙은 대평원에는 똑같은 방향으로 나 있는 수km 길이의 검은 줄이 보이는데, 이는 얼어붙은 표면 위에 바람이 불어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뉴호라이즌스의 입자·플라스마 팀은 명왕성에서 수만 km 떨어진 지점에 차갑고 밀도가 높은 이온화된 가스가 플라스마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는 명왕성의 대기가 태양풍에 의해 밀려나 생긴 것으로 보인다.
뉴호라이즌스의 저장장치에는 이보다 더 해상도가 높은 사진들과 입체 사진들도 있으나 아직 지구로 전송이 되지 않았다. NASA는 앞으로 들어올 추가 자료를 분석하면 정체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