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7년 역사를 지닌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 미디어기업에 매각된다.
영국 교육·미디어기업인 피어슨은 23일(현지 시각) 오후 FT 그룹을 현금 8억4400만파운드(약 1조5000억원)에 일본 미디어회사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런던 템스 강변에 있는 FT 본사 사옥과 주간 이코노미스트 지분 50%는 매각에서 제외된다.
특히 이번 매각은 일본의 미디어기업이 외국 기업을 사들인 것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업계는 닛케이의 FT 인수는 글로벌 보도 확대와 디지털 사업의 성장을 위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FT는 1888년 창간된 이래 경제·비즈니스에 관한 고급 콘텐츠를 생산해 왔으며 디지털 버전은 전체 유료 구독의 70% 수준인 50만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선 하얀 종이에 찍어내는 월스트리트저널을 읽어도, ‘더 시티(영국 금융가)’에서는 오렌지색 종이에 찍어내는 파이낸셜타임스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게 영국 경제인들의 오랜 자부심이었다.
FT의 지주사인 영국 교육·미디어기업인 피어슨의 존 팰론 최고경영자(CEO)는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교육사업부문에 전념하기 위해 FT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종이신문 감소와 모바일과 소셜미디어의 급부상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매각 결정에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세계 굴지의 가치를 지난 FT를 편입해 글로벌 보도를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사업 등 성장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독자 수 기준 세계 최대의 경제 미디어가 탄생했다고 자축했다.
한편 24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에 있어 국내 네티즌들의 우려감은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언론으로 자국(일본)에 대한 보도나 글로벌 기업 관련 보도에 있어서 보수적이거나 편파적인 면모를 보여 왔다. 전범국의 이미지를 피해국에 대한 사과를 통해서가 아니라 세계적인 언론사를 앞세워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매각에 따라 ‘세계 경제지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을 양대 산맥으로 한다’는 오랜 세계 상식이 깨지고 ‘일본 파이낸셜 타임스’라는 호칭이 새로 불리게 된다. [시사포커스 / 김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