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동양시멘트 인수에 자기 자금은 ‘260억’?
삼표, 동양시멘트 인수에 자기 자금은 ‘260억’?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도한 금융비융에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와

 

▲ 동양시멘트 인수가 삼표의 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삼표가 밝힌 인수 대금 조달 계획이 과도한 차입금 우려를 낳고 있다. ⓒ뉴시스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시멘트 업계 4위 동양시멘트 인수가 삼표의 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삼표가 밝힌 인수 대금 조달 계획이 논란을 낳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양시멘트 경영권 지분 54.96%를 주당 1만4000원씩 총 8260억원에 인수키로 한 삼표는 이중 대부분인 8000억원을 차입금으로 충당하고 실제 자기 자금은 260억원만 투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전 승리 후 재무구조 악화 우려가 빗발치자 삼표는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삼표는 8000억원 중 2000억원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기신용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2500억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등 시중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다. 차입금이 총 4500억원에 달한다.

삼표는 여기에 자기 자금 260억원을 보탠 4760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에 후순위로 출자한다. 여기에 선순위로 투자하는 산업은행 PE실은 총 1500억원의 주식인수금을 투자한다. SPC에 총 6260억원이 출자되는 셈으로, 산업은행 PE실의 투자금도 변제 순위가 선순위라는 점에서 사실상 차입금으로 분류된다는 설명이다.

6260억원의 출자금을 근거로 산업은행은 다시 이 SPC에 2000억원의 인수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이로써 8260억원의 인수금이 완성된다.

하지만 직·간접적으로 수 천억원을 산업은행이 지원해주면서 당장 삼표의 자기자금은 260억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원해주는 규모는 5500억원으로 삼표의 자기신용으로 인한 대출이 2000억원, PE실이 SPC에 출자하는 금액이 1500억원, 그리고 SPC의 출자금을 근거로 M&A실이 주선해 인수금융을 지원하는 금액이 2000억원이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특혜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분의 시가 기준으로 3587억원에 불과한 동양시멘트 지분에 삼표가 1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셈인데 산업은행이 시가를 크게 넘는 금액인 5500억원을 밀어주는 것이 특혜 아니냐는 얘기다.

과도한 차입 우려는 금융비용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인수주체인 삼표산업은 지난해 2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차입감 8000억원에 대해 연간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은 약 5% 기준으로 400억원에 달한다. 본업의 영업이익을 가뿐히 넘어서는 셈이다.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시멘트업계에서 레미콘사의 시멘트사 인수로 가격 경쟁이 발생하면 가뜩이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문을 받아온 삼표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기존 시멘트사들이 가격 인하를 통해 삼표의 실적 악화를 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시멘트사들은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출하·가격 등 출혈경쟁을 통해 대부분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삼표는 오는 29일 매각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거쳐 내달 29일 본계약(SPA)를 체결할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