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최원병 회장…농협중앙회는 비리 복마전?
‘사면초가’ 최원병 회장…농협중앙회는 비리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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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 몰아주기에 특혜 의혹 대출 수사 본격화
▲ 검찰의 칼날이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사진)을 정면으로 겨누고 각종 비리 혐의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농협중앙회가 비리의 복마전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검찰의 칼날이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을 정면으로 겨누고 각종 비리 혐의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농협중앙회가 비리의 복마전으로 지목되고 있다.

6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농협중앙회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농협의 자회사 NH개발이 NH농협은행 지점들의 시설공사 용역을 특정 건축업체에 몰아줘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건축업체의 실소유주 정모(54) 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여러 건축사사무소 등을 동원해 NH농협은행 지점과 농협하나로마트 점포의 건축이나 리모델링, 감리 등을 도맡아 왔다. 발주처는 대부분 NH개발로, 이 회사는 농협중앙회가 90.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NH개발은 정 씨의 회사들에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하청을 줬고, 검찰은 정 씨 측이 공사비를 30~40% 가량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비자금이 최원병 회장과 전·현직 농협 간부진으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검찰 측은 앞서 정 씨의 건축업체 등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관련자들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농협중앙회 측은 정 씨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NH개발이 부풀려진 공사비를 지급한 적도 없고 비자금 조성도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원병 회장, 동생 고문 회사에 일감 몰아줬나
검찰이 확보한 이 같은 정 씨의 건축업체 비자금 조성 정황은 당초 정 씨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H건축사사무소의 일감 몰아주기 수사가 진행되면서 함께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송파구에 위치한 H건축사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건축업체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이 건축업체의 실소유주 정 씨가 H건축사사무소 대표의 형이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H건축사사무소 역시 실소유주는 정 씨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검찰이 포착한 정황에 따르면 H건축사사무소와 이 건축업체를 포함한 7개 관련사들은 NH개발이 발주하는 사업을 독식해 왔다. 모두 정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업체들이다. 그 중 하나인 한 종합건축업체에는 최원병 회장의 동생이 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원병 회장을 향한 의혹도 짙어져 가는 상황이다.

H건축사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검찰은 압수 서류를 분석한 결과 단위농협 발주 시설공사의 80% 이상을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하고 있는 NH개발은 상당수를 H건축사사무소를 비롯한 정 씨의 관계사들에게 재하청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건설산업기본법상 1차 하청업체가 일정 비율 이상의 공사를 재하청하면 이미 이 자체로도 불법이다.

여기에 정 씨의 관계사들은 조직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연간 수십 건의 재하청 물량을 수주했다. 검찰에 따르면 H건축사사무소는 설계를 맡고 종합건설업체와 디자인업체는 시공과 조경을, 정 씨의 동생이 재직했던 회사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정 씨 관련사 직원들이 자체 소속이 아닌 NH개발 직원 자격으로 공사 현장에 투입됐다는 얘기까지 돈다. 업계에서는 이미 강원의 한 농협과 울산의 한 농협 공사 현장에 정 씨 관련사 직원이 NH개발 계약직 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해 위장 채용 및 불법 하도급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NH개발 경남지사는 2011년 단위농협이 발주한 193건의 공사를 다른 건설 업체에 넘겨 불법 하도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NH개발 측은 재하청 업체들을 선정할 때 가격경쟁 입찰로 선정하기 때문에 특혜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조만간 H건축사사무소 관계자들을 소환해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를 펼칠 예정이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농협의 자회사 NH개발이 NH농협은행 지점들의 시설공사 용역을 특정 건축업체에 몰아줘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의혹 수사도 한창
가뜩이나 최원병 회장이 용역 몰아주기 의혹에 앞서 이미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 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농협중앙회가 비리 복마전이라는 낙인마저 찍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검찰은 자본잠식상태인 리솜리조트에 NH농협은행이 지난 2005년부터 10년간 지속적으로 1649억원을 지원해 준 것을 두고 최원병 회장이 ‘특혜 대출’에 개입한 정황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리솜리조트의 자산은 3224억원, 부채는 3827억원으로 총 자본이 603억원 적자인 자본잠식상태였고, 2010년부터 영업이익을 한 번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리솜리조트는 371억7252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특혜 대출 혐의를 살피기 위해 지난달 29일 서울 논현동 리솜리조트그룹 본사와 계열사 4곳 등 총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농협중앙회가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최원병 회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거래를 밀어붙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정황을 살펴보면 농협중앙회는 2011년 리솜리조트로부터 충북 제천의 휴양콘도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 280억원을 추가로 대출해달라는 신청을 받고 심사기구를 구성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5명 중 여신심사단장을 포함한 일부는 “담보물이 부실하고 연대보증인도 세우지 않았다”면서 대출에 반대하자 농협중앙회가 심사위원을 교체해 대출을 밀어붙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농협 측은 퇴직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 단장은 대출에 반대하다 해고돼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법정에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 지난달 1심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다.

농협중앙회 측은 이에 대해 “리솜리조트 대출은 정당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여신협의체를 거쳐 정상적으로 취급된 것이며 지시나 특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리솜리조트 측이 적자로 돌아섰어도 10여년 간 꼬박꼬박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하는 등 정상 여신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반박도 나왔다.

하지만 리솜리조트는 최근까지 농협에서 총 1649억원을 차입했고 이 가운데 14%인 235억원만 상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리솜리조트 측에서 농협은행 고위층에게 리베이트를 건넸을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민선 4기 최원병 회장, 전임 회장 전철 밟을까 

▲ 농협법이 농협중앙회에 지주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감독권을 부여받은 농협중앙회 회장이 실제로는 인사와 예산 등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 / 홍금표 기자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잇따라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자 일각에서는 과거 농협중앙회 회장들이 차례로 굴욕을 겪었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농협은 1988년 중앙회장을 직접 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한 이후 1~3대 민선 회장 한호선·원철희·정대근 씨가 모두 비자금과 뇌물 등으로 구속된 전례가 있다.

직선제 도입 이후 초대 회장인 한호선 전 농협중앙회 회장은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재직하다가 농협 예산을 전용해 4억8000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4억10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1994년 4월 중도 하차하고 구속돼 2년 6월 실형에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재직했던 원철희 회장은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역시 1999년 4월 구속됐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뒤를 이은 정대근 회장 역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재직하다가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부지매각과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7년 7월 구속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최원병 회장은 정대근 회장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으며 2011년 연임에 성공,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초임 시절 최원병 회장은 전 회장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의혹들이 터져나오면서 검찰의 사정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MB맨 사정 움직임에 촉각
특히 포스코와 경남기업, KT&G 수사 등으로 검찰이 사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최원병 회장 역시 ‘MB맨’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도 검찰이 칼끝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는 평가다.

경북 경주 출신인 최원병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업고등학교 4년 후배로 회장 출마 당시부터 MB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지난 2007년 대선 직후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당초 유력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최원병 회장이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권력실세를 형성했던 영포라인이 지원사격을 가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2008년 농협은 은행권 최초로 청와대 입점은행으로 선정됐고,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년 말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당시 노조를 비롯한 농협 내부에서도 최원병 회장의 재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별 다른 영향은 없었다.

최원병 회장의 친·인척들이 수 차례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기소됐던 전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최원병 회장의 사촌동생은 최원병 회장이 과거 조합장을 지내다가 선거를 통해 자신이 조합장 자리를 이어받았던 안강(경주)농협조합장 선거에서 재선을 위해 옥중 출마했지만 금품 살포혐의로 구속됐다.

최원병 회장의 사촌 형도 2012~2013년 최원병 회장을 통해 하나로클럽 10여곳의 청소용역 계약을 몰아주고 농협은행으로부터 대출 편의를 봐주겠다며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다. 최원병 회장의 동생은 현재 검찰이 용역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H건축사사사무소 관련사의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특히 농협법이 농협중앙회에 지주자회사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감독권을 부여받은 농협중앙회 회장이 실제로는 인사와 예산 등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중앙회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 역시 사실상 농협중앙회를 감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총회의 의장과 이사회에도 모두 최원병 회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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