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없는 불량 민원 빗발쳐…AS 신뢰도까지 흔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개설 한 달여 만에 가입자 수가 2천명에 육박하고 있는 ‘LG G2 터치 불량 사용자 모임’ 카페에는 G2 사용자들의 원성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고 있다. 카페 내의 ‘LG G2 터치 불량 게시판’에는 불량을 호소하는 글들이 이미 수 백여건 등록돼 있고 현재도 꾸준히 등록되고 있는 상태다.
2013년 출시된 G2는 400만~500만대 정도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잡았던 1000만대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실패를 맛본 후 재기에 성공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품이다.
많은 G2 사용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문제는 별 다른 파손이나 부주의한 사용 없이도 1년여 정도가 지나면 G2 화면의 다양한 영역에서 터치가 먹히지 않는 부분이다. 카페 회원들이 올린 터치 인식 테스트 화면 캡처들을 보면 상하좌우를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화면 중간에서도 광범위하게 터치가 인식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심한 경우 화면의 절반이 넘는 영역에서 터치가 먹히지 않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이 같은 터치 불량 문제는 LG전자가 화면에 채택하고 있는 ‘제로갭 공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커버 유리 완전 일체형’으로도 불리는 이 공법은 업계 최초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이 공동 개발한 기술로 지난 2012년 ‘구본무폰’으로 불렸던 옵티머스G에 최초로 채택됐다.
기존 방식이 커버의 유리와 디스플레이 사이에 터치필름 2장을 넣었다면 제로갭 공법은 커버 유리 자체에 터치필름을 코팅한다. 이 패널을 사용하면서 LG전자의 스마트폰들은 좀 더 두께가 얇아지면서도 특유의 노크 기능 및 독특한 터치감을 갖게 됐다.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G3 역시 이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제로갭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패널이 조금이라도 깨지거나 금이 갈 경우 터치가 먹통이 된다는 점에 있다. 커버와 유리 사이에 터치필름이 없는 일체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터치가 먹통이 되면 액정 전체를 갈아야 한다. 액정 교체 비용은 14만원 중반 정도다. 신형 휴대폰에 지급되는 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액정 교체 비용으로 선뜻 지불하기 쉽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삼성과 애플 등 다른 회사들도 저마다의 공법이 있는 만큼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제로갭 공법을 택한 것 자체를 폄하하기는 쉽지 않다. 깨지거나 금이 갈 경우만 터치 불량 문제가 발생한다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조심히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사용자의 과실이 없어도 대부분의 작동이 터치를 통해 이뤄지는 스마트폰에서 터치가 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터치 불량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 많은 G2 사용자들은 적게는 수 개월에서 많게는 2년여 간 조심히 다뤄서 잘 쓰고 있는데 갑자기 터치가 먹히지 않아 황당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는 사용자들은 주로 2013년 하반기에서 2014년 초반에 구매한 사용자들이 많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터치가 먹히지 않는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용자들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발열에 의한 회로 단선, 설계 자체의 오류, 제로갭 방식의 취약한 내구성 등을 꼽고 있지만 LG전자 측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이처럼 G2 사용자들이 오래 전부터 들끓고 있음에도 LG전자 측의 대응은 화를 오히려 더 키우고 있다.
우선 사용자들은 G2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1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터치가 문제를 일으키는 빈도가 급격히 늘어남에도 보증 수리가 1년에 불과해 과실이 없어도 사용 1년 후에 불량 문제가 발생하면 유상 수리를 해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실상 제조사가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 원인인데 소비자가 자비를 왜 들여야 하느냐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용자들은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제조사 책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 14만원에 달하는 액정 교체비용의 30~50%를 깎아주더라는 경험담도 올리고 있다. 이에 사용자들은 “항의하면 깎아주고 가만 있으면 전액을 내야 한다는 얘기냐”며 격분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나중에 제조사가 책임을 인정해 리콜이 될 경우 교체비용의 50%를 감면 받은 사용자는 전액을 지불한 사용자와 달리 해당 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얘기까지 돌면서 LG전자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어차피 사용 1년여 만에 터치가 문제를 일으키는 빈도가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면 교체를 해도 1년 뒤에 또 교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여기에 LG전자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터치 불량 민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슈화가 되지 않아 무상 수리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한국소비자원 등에 민원을 접수하고 있는 G2 사용자들은 리콜을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원이 빗발치자 한국소비자원은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해 조사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문제가 인정되면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제조사에 리콜을 권고할 수 있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면서 “제로갭 방식을 쓰는 LG전자 스마트폰은 아예 구매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LG전자의 오락가락 대응을 접하면서 AS에 대한 신뢰도 깨질 태세다. 한 누리꾼은 “대기업 제품을 비싸게 주고 사용하는 것은 AS 때문인데 과실도 없이 발생한 문제를 사용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회사 제품을 어떻게 믿고 쓰겠느냐”고 지적했다.
27일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G2 터치 불량 이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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