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을’ 향군 조남풍 회장에 보훈처 ‘안절부절’ 왜?
‘슈퍼을’ 향군 조남풍 회장에 보훈처 ‘안절부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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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풍 회장 막가파식 행보에도 소극적 대처 일관 눈총
▲ 재향군인회 조남풍 회장이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를 아랑곳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가보훈처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그치고 있다. ⓒ뉴시스
당선 5개월여 만에 금권 선거와 인사 전횡 의혹에 휘말린 재향군인회 조남풍 회장이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를 아랑곳하지 않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국가보훈처는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그쳐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1일 재향군인회에 따르면 전날 미국·멕시코 방문 길에 오른 조남풍 회장은 이날 오후 1시(현지 시간)미국 볼티모어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미국 재향군인회(American Legion) 제97회 전국총회에 참석해 기조 연석을 할 예정이다.
 
또한 조남풍 회장은 오는 9월 13일까지 미국 정·관계 인사를 만나 상호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해외지회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3일부터 6일까지 멕시코시티를 방문하고 8일부터 12일까지 하와이를 방문해 재향군인회 지부 창설을 위한 준비회의도 주관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에는 국제협력실장, 국제협력부장, 감사실장이 동행했으며 이들은 모두 조남풍 회장이 후보이던 시절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이처럼 각종 논란에 휘말려 온 조남풍 회장이 2주 가까이 해외 출장을 떠나자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두 지역은 모두 지부 창설과 관련된 계획조차 없는 곳이다. 미국 재향군인회 참석까지는 납득이 가능하더라도 굳이 대내외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이 시기에 계획도 없던 지역에 지부를 창설하겠다며 2주 가까이 해외를 돌아다니겠다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얘기다.
 
재향군인회 측은 “조남풍 회장의 출장은 미국 측의 초청에 따른 것이며 몇 달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가 전부터 국정감사 기간에 해외 출장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 바도 있고 최근 특별 감사와 고발 등으로 재향군인회 내부가 어수선한 상태라는 점에서 조남풍 회장의 출장 강행을 설명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물론 재향군인회 측은 “국가보훈처 국감은 이달 18일로 조남풍 회장이 귀국한 후에 실시된다”고 해명했지만 세간의 시선은 차갑다. 일각에서는 조남풍 회장이 해외에서 출장 기간을 연장하는 식으로 국감을 회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는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1차를 진행하고 10월 1일에서 8일까지 2차를 진행한다.
 
◆뒤바뀐 갑과 을? 보훈처 되려 쩔쩔매
이처럼 조남풍 회장의 해외 출장 강행 논란은 감독 기관인 국가보훈처가 이례적으로 피감독 기관인 재향군인회에 쩔쩔 맨다는 인상을 세간에 재차 각인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남풍 회장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끈끈한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의 핵심 멤버였다는 점과 박승훈 국가보훈처장(육사 27기)이 조남풍 회장(육사 18기)의 육군사관학교 후배라는 점은 일견 조남풍 회장이 법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마저 준다. 명백히 법적으로 명기된 조직간 상하관계가 있음에도 개인적인 이력과 사적 권위를 바탕으로 안하무인식 행동을 거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를 방증하듯 박승훈 국가보훈처장이 조남풍 회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사퇴를 권고하자 조남풍 회장은 “육사 후배, 럭비부 후배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야 되겠느냐”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조남풍 회장은 수 차례 국가보훈처와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6~7월 진행된 특별 감사를 통해 조남풍 회장이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을 절차를 어기고 요직에 앉힌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의 임용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조남풍 회장은 취소 대상 임직원 25명 중 대다수인 21명을 재임용하거나 직위를 유지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안보연구소의 한 연구관은 오히려 연구소장으로 승진됐다. 이들은 공개채용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연령 제한 규정을 어기는 등 절차를 무시한 인사를 통해 채용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남풍 회장은 사퇴한 2명을 제외한 23명을 해임하고 다음 달 21명을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재임용했다.
 
재향군인회 측의 논리는 “보훈처 감사에서 지적된 채용 절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임직원들을 재임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52년 설립 이후 최초로 노동조합까지 결성되는 파국을 부른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인사 전횡이 감사에서 지적받았는데도 이처럼 국가보훈처의 명령에 대해 재임용이라는 꼼수로 대응한 것은 조남풍 회장이 국가보훈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는 평가다.
 
조남풍 회장은 지난달 29일 국가보훈처가 “사업 계획에 없어 승인을 받은 후 개최하라”고 권고한 ‘안보 결의 및 청년단 전진대회를 강행하기도 했다. 더구나 이 행사에서는 노조를 비판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노조원과 다른 직원과의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 박승훈 국가보훈처장(사진)이 조남풍 회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사퇴를 권고하자 조남풍 회장은 “육사 후배, 럭비부 후배가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면서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야 되겠느냐”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홍금표 기자
◆여론 밀려 뒤늦은 ‘직무 정지 검토’ 역풍
가뜩이나 국가보훈처는 인사 전횡과 금권 선거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요구를 받고도 또 하나의 핵심인 금권 선거 의혹은 손도 대지 않아 부실 감사 논란을 겪기도 했다. 게다가 조남풍 회장에 선거 자금을 댄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인물은 재향군인회에 800억원의 손해를 안겨준 장본인의 최측근이었다. 재향군인회의 부채는 현재 5500억원에 달한다.
 
결국 노조 등으로 이뤄진 ‘향군 정상화 모임’은 지난달 4일 조남풍 회장을 직접 검찰에 고발해야 했다. 이에 조남풍 회장은 고발장을 제출한 장모 노조위원장을 대상으로 감사실 소속 감사관 4명을 투입해 특별 감사를 벌이는 방법으로 맞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향군 이사회에 불신임을 요청하는 등 자체 정화 노력을 우선시하던 국가보훈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내놓은 카드가 겨우 ‘직무 정지 등의 검토’라는 점도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지난달 31일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방부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재향군인회에 대한 감사 결과 보고를 취합하고 있다”면서 “검찰에 고발돼 있어 지금 종합적으로 제재 조치 사항을 검토하고 있고 직무정지에 대한 내용이 제재에 포함될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무 정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도 아니고 직무 정지가 제재 조치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마저도 취재진이 직무 정지 포함 여부에 대해 질문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국가보훈처가 여전히 조남풍 회장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자연히 뒤따르는 대목이다. 세간에서는 진작부터 국가보훈처가 조남풍 회장을 고발해야 한다는 촉구가 잇따른 바 있다.
 
또한 이날 국가보훈처는 국방정보본부장을 수신자로 해 해외 출장을 떠난 조남풍 회장이 인사전횡 및 금권 선거 의혹과 관련된 수사 대상자임을 강조하고 해외에서 해당국의 행정부 수장 예방이나 재외공관장과의 공식행사 일정 협조 등을 업무 추진시 참고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국가보훈처는 출국 자체를 강력하게 막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공문이 소위 ‘액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 재향군인회 측은 국가보훈처의 직무 정지의 제재 포함 가능성 검토 방침에 “직무 정지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향군인회
◆“허술한 법 체계도 원인”
국가보훈처가 감독 기관임에도 명확하게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은 현 재향군인회법의 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에 따르면 제17조와 17조의2에 따르면 국가보훈처장은 재향군인회의 위법·부당한 수익사업 운영이나 수익금의 부당 사용 등의 경우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고 필요시 재향군인회의 회계 및 서류를 검사하고 재향군인회에 보고 또는 서류·자료들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또한 정관의 변경이나 예산·결산 및 사업계획에 관한 사항 등 역시 국가보훈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석상 재향군인회가 국가보훈처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근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원래 올해 2월 개정되기 전 17조는 “국가보훈처장은 재향군인회를 감독하며, 감독상 필요한 명령과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좀 더 국가보훈처장의 포괄적인 권한을 인정하고 있었다. 해석에 따라 국가보훈처의 개입 권한을 더욱 강력하게 인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제처가 밝히고 있는 해당 조항의 개정 이유는 “다른 보훈단체 규정에 맞춰 행정관청의 시정조치나 조사·검사 조항을 명확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조항의 개정 이유에서도 볼 수 있듯이 부실 대출 논란을 겪었던 재향군인회에 대해 국가보훈처장이 회계 감사 등의 법적인 관리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수익사업의 투명화를 꾀하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법조문의 포괄적인 감독과 명령 권한이 검사·제출 요구 권한이나 보고 요구 권한으로 대체되면서 국가보훈처장이 전체적인 지휘를 할 수 없는 단점이 발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뜩이나 국가보훈처장이 재향군인회장 등의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조남풍 회장이 수 많은 논란에도 1년 가까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한국투자공사 안홍철 사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다.
 
실제 국가보훈처가 직무 정지를 포함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재향군인회 측은 “직무 정지는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올해 2월 개정된 이 개정안의 시행일자는 노조 등이 조남풍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지난달 4일이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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