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호 전 우정사업본부장 자율규제위원장에 내정 ‘시끌’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현재 공석인 자율규제위원장에 김준호 전 우정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금융투자협회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엄연히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단체다. 자율규제위원장은 지난 2009년 신설된 임기 3년의 직책이며 금융당국의 인가와 등록, 영업허가 업무 등을 자율규제 형태로 위임받고 시장 질서를 교란한 회원사들에게는 제재도 가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김준호 전 본부장의 내정 소식이 들리면서 금투협 안팎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7개월 간 비어있던 자율규제위원장 자리에 책임자가 없어 금융당국이 강조한 금융투자업계의 자율 규제가 속도를 내지 못하던 상황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인사가 중책을 맡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라는 반발이 나온다.
자율규제위원장은 자율규제위원회를 대표해 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사무를 총괄한다. 금융투자사들 사이에서는 ‘암행어사’로 통하는 만큼 폭넓은 전문지식과 관록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김준호 전 본부장이 있던 우정사업본부는 예금(은행)과 보험 업무만 취급한다. 증권과 자산운용, 선물 등에 대한 자율규제를 통해 업계의 발전 방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낙하산 논란도 고개를 들 태세다. 자율규제위원장은 황영기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상근으로 전환됐지만 지난 2월 박원호 전 위원장(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이 퇴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근으로 연봉이 3억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간 단체에 정부 출신의 인사를 내리꽂는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박원호 전 위원장 역시 ‘관피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가뜩이나 정부나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리에 정부 출신 인사가 잇따라 취임한다는 점에서 금투협은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금투협은 황영기 회장이 취임한 이후 지식경제부 장관 정책 보좌관 출신이자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던 한창수 전무를 영입해 관피아 논란을 겪은 바 있다.
더욱이 김준호 전 본부장의 내정 전 7개월 가량 공석이 채워지지 않았던 이유가 금융당국과 미래부 등 정부부처는 각각 소속 부처 출신의 퇴직 인사를 적극 추천하면서 금투협이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금투협은 조만간 총회를 열고 김준호 전 본부장을 공식적으로 임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호 전 본부장은 지난 7월 퇴임한 후 정부 공직자 윤리위원회에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요청해 취업 가능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한편 김준호 전 본부장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반대 의견도 나온다. 우정사업본부가 취급하던 은행과 보험이 금융투자업무와 전혀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증권·자산운용업계와 한 발 떨어져 있었던 만큼 규제 업무 차원에서 회원사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는 얘기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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