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 건도 패소 망신살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대법원 2부는 박동창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 최종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박동창 전 부사장은 2013년 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이사회 안건 자료를 미국의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감봉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로써 징계 당시에도 무리수라는 우려가 나왔던 ‘ISS 사태’는 결국 금감원의 패배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박동창 전 부사장의 자료 제공 이후 ISS는 KB금융의 주주총회 전 정부 측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지 말 것을 기관투자가에게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를 두고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박동창 전 부사장이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을 주려고 했다”면서 징계를 내렸다.
이에 대해 당초 1심 재판부는 “이사회에서 승인되지 않은 경영전략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행위”라면서 “박동창 전 부사장의 행위가 반복되면 이사회 내에서 일부 경영진의 재무적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지게 된다”면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지난 4월 원심을 뒤집고 금감원의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의 징계 근거였던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3 제2항이 적용되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날 대법원은 “이 사건 기록과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 보았으나, 상고인의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 호에 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관리 태만의 책임으로 함께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받았던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역시 징계가 취소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감원은 또 한 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박동창 전 부사장은 이 징계로 인해 금융권 재취업 금지는 물론 상당액의 성과급도 받지 못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굴욕은 이뿐 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마크샴푸 전 에르고다음다이렉트(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 사장에 대한 제재에 대해 재심의에 들어가야 했다. 법원이 금감원의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시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2년 손해율 조작이 있다는 내부고발을 통해 조사에 착수한 금감원은 검사 결과 손해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마크 샴프 사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렸다. 당시 금융당국에 따르면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돼 5.8%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고객 경쟁 차원에서 손해율을 조작해 3.1% 가량 보험료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크 샴프 사장은 자신이 일체 조정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문책 경고가 과하다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 조정에 대표이사가 개입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식의 의혹을 보냈지만 법원에서 패소한 금감원은 결국 정확한 증거를 대지 못한 채 체면을 구겼다. 당시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매각을 진행하고 있었고 마크 샴프 사장은 당시 대표 이사직을 임시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올해 초 10여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당시 부행장)과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사례도 금감원의 굴욕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2004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회계 처리를 문제삼고 감봉 3개월과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내려 두 사람의 옷을 벗겼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2004년 국민은행 회계부정 사건에 대해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주고 사실상 무죄라고 판결했다.
2009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당시 KB금융 회장) 역시 우리금융 회장 시절의 파생상품 투자손실 건으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가 3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승소했다. 지난해 KB사태와 관련해 임영록 당시 KB금융 회장 역시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자진 사퇴를 거부하자 금감원이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했지만, 결국 검찰은 올해 1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금감원의 무리한 제재가 잇따라 법원에서 취소되자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특정 인사를 자리에서 쫓아내고 낙하산 인사를 내려 앉히기 위해 무리한 징계를 내린다는 비판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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