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 잇단 자체 할부금융 상품 내놓고 반격 채비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미 자체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는 삼성카드와 신한카드에 이어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할부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자체 상품인 ‘다이렉트 오토플러스’ 상품을 운영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지난 6월 자동차구매 금융서비스인 ‘오토할부플러스’를 출시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5월 꾸린 태스크포스(TF)를 지난 7월 캐피탈 금융부서로 승격시키고 연내 신차 할부금융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7월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추고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역시 다방면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이 일제히 할부금융업 진출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기존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사실상 폐지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자체 상품으로 만회하기 위해서다.
기존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이 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면 캐피탈사 이를 대신 카드사에 1~2일 안에 갚아주고 고객이 캐피탈사에 할부금을 갚는 구조였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일반 할부금융상품보다 낮은 할부금리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신용공여 기간이 1~2일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신용카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자동차 업계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현대차와 카드사들과의 잇단 협상 결렬 끝에 결국 사실상 폐지됐다. 결국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퇴출로 현대차와 손을 잡은 현대캐피탈은 독주 체제를 굳힐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출시되기 전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와 자동차 할부금융 제휴계약을 맺고 87%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상품 출시 후인 2013년에도 현대캐피탈은 전체 할부금융 매출액의 74.7%를 차지한 바 있다.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사실상 퇴출됐으니 다시 상황이 ‘원대복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현재까지는 이 같은 전망이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현대캐피탈은 올 상반기 17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의 851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1433억원에서 2075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내수 부진으로 시름을 앓던 현대차가 18년 만에 무이자 할부를 실시하거나 연 2.9%의 저금리 할부 상품을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전속 할부금융사로 참여한 현대캐피탈 역시 상당한 소득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캐피탈의 점유율은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 이전으로 회복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카드사들은 자체 할부금융 상품을 통해 이를 만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복합할부금융 시장 규모가 연간 5조원에 육박했던 만큼 이를 벌충하지 않고서는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신용카드 사업이 정체기를 맞고 있고 지급결제 업무를 둘러싼 핀테크 업체들의 시장 진출 역시 가속화되면서 카드사들로서는 수익 구조 다변화가 절실하다. 카드사들은 기존 복합할부금융 상품에서 캐피탈사가 담당하던 부분을 카드사가 담당하는 방식의 자체 할부금융 상품으로 대응하고 있거나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존 복합할부금융 시장에서 40%대의 점유율을 보였던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카드는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캐피탈과 영역이 중복될 수 있는 만큼 당분간 할부금융 상품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최근 할부금융업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지자 이 같은 행보가 매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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