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최광 이사장, 정부와 인사권 갈등 ‘시끌’
국민연금 최광 이사장, 정부와 인사권 갈등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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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연임 불가 결정 놓고 충돌
▲ 국민연금공단 최광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결정하면서 정부와 충돌,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와 관련한 잡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뉴시스
국민연금공단 최광 이사장이 홍완선 기금운용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결정하면서 정부와 충돌,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와 관련한 잡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최광 이사장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연임불가를 통보했다. 이는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다.
 
가뜩이나 둘 사이는 그다지 원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광 이사장의 결정으로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둘 사이 불화설 도화선 됐나
홍완선 본부장의 임기는 일단 2년으로 오는 11월 3일 만료된다. 규정상 1년의 연임이 가능하지만 최광 이사장은 최종적으로 연임 불가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결정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를 둔 둘 사이의 시각차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이 500조원을 굴리는 글로벌 톱3 연기금으로 등극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공사화를 통해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꾀하고 있다.
 
홍완선 본부장 역시 이에 찬성하는 쪽으로 알려졌다. 홍완선 본부장은 “기금운용본부가 분리되지 않은 채 공사 체제에 남아 있으면 이사장이 인사나 예산 등에 간섭할 수 있어 우수한 인재를 쓸 수 없고, 이로 인해 해외 투자가 위축돼 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최광 이사장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광 이사장은 지난 2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기금운용본부가 (이미) 독립된 기금운용공사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공사 설립 여부에 따른 기금운용본부 체계·전문성의 차이는 크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을 둘러싼 시각차가 홍완선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야기했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최광 이사장이 주재하는 전략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연금 측은 둘 사이의 불화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는 국민연금에서 논의할 내용도 아니고 최광 이사장과 홍완선 본부장이 논의한 적도 없다”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각자 주장 팽팽…임명권 근거 놓고 충돌
문제는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정진엽 장관이 홍완선 본부장의 연임 불가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사권이 충돌한 셈이다. 최광 이사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이에 공사화를 둘러싼 둘 사이의 갈등은 보건복지부를 위시한 정부와 국민연금간의 인사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 감지된다. 보건복지부 내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산하기관장이 마음대로 연임 불가 결정을 내리는 월권을 행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국민연금 측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임명권은 공단의 이사장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내세운 법적 근거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이다. 공운법에는 임명권자가 임원(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다른 법률에 공운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우선시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공운법 상 임명권자가 연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조항도 거론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측은 협의 중인 사안을 급작스럽게 단독 결정한 최광 이사장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법적으로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본부장의 최종 임면권자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공운법 상 ‘다른 법령에서 상임이사에 대한 별도의 추천위원회를 두도록 정하면 그 법령을 따른다’고 한 규정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른 법령’인 국민연금법에는 ‘기금운용본부장의 계약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국민연금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절차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최광 이사장의 단독 결정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배제하고 이뤄졌기 때문에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그간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 간의 협의에 따라 결정돼 왔다. 전례 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정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최광 이사장은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CIO)의 연임불가를 통보했다. 이는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사진)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다. 사진 / 원명국 기자
◆공사화 논의 산으로?…보건복지부 행보 주목
이처럼 양자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면서 공사화를 둘러싼 논의는 엉뚱하게 인사권 갈등으로 번져갈 조짐이 감지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대책 회의를 갖고 최광 이사장에 대한 문책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정진엽 장관은 지난 8일 종합국정감사에서도 위증 논란을 겪었던 최광 이사장의 파면을 제청하라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의 요구에 검토해 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문책 방침이 확정될 경우 정진엽 장관은 대통령에게 최광 이사장의 파면을 요구하거나 후임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선에 반대하는 방식을 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의 입장도 확고하다. 국민연금 측은 법정 근거를 들며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사권은 이사장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은 1999년 11월 기금운용본부가 출범한 후 6명의 기금운용본부장 중 연임이 결정된 사례는 한 번 뿐이었다며 연임 불가 결정의 당위성도 적극 피력하고 있다. 또한 2010년에도 이사장의 결정에 따라 기금운용본부장이 연임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결국 보건복지부의 문책 방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보건복지부로서도 마땅한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비슷한 사례로 끊임없이 사퇴 요구를 받고 있음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한국투자공사 안홍철 사장이나 국가보훈처 산하기관임에도 국가보훈처를 무시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재향군인회 조남풍 회장 등이 있다. 둘 다 수장의 해임을 결정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주무 부서에서 마땅한 조치를 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광 이사장의 거취에 대한 전망 역시 이와 유사해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보건복지부 내부와 외부의 시선도 제각각이다. 내부 일부에서도 관련법상 기금운용본부장의 인사권이 최광 이사장에게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는가 하면 야권에서도 이에 동의하는 의원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사태가 정치 공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둘 다 정치적 배경이 든든하다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광 이사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 참여한 바 있다. 홍완선 본부장 역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대구고 동창이다. 대통령이 최경환 부총리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자의 갈등에 대해 뚜렷한 액션을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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