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의 SPC 카드가 갖는 의미
박삼구 회장의 SPC 카드가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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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인수 가능성 높여…박세창 부사장 승계도 청신호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해부터 M&A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승계 구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주주협의회 실무자회의를 열고 박삼구 회장 일가의 금호타이어 지분에 설정된 담보권을 해지하고 매각제한을 풀어줄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삼구 회장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담보권 해지 예정 지분 규모는 박삼구 회장의 418만2481주(2.65%)와 박세창 부사장의 406만5693주(2.57%) 등 총 5.22%다. 채권단은 담보권 해지를 하지 않으면 인수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박삼구 회장의 입장을 고려해 인수자금조달계획서 마감 시한까지 2주 가량 연기하는 등 사실상 박삼구 회장 측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지분 ‘50%+1주’ 인수의 밑그림으로 제시한 방안은 박세창 부사장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 등을 모두 팔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SPC에 자금을 유치해 금호산업 지분을 사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경우 SPC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되고 박세창 부사장이 지주사 역할을 하던 금호산업 지분을 물려받아야 하는 부담 대신 SPC 지분만 물려받으면 승계가 무난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우여곡절 끝에 금호산업 인수 8부능선
그간 박삼구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격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 인수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46%), 금호터미널(100%),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IDT(100%), 금호사옥(79.9%)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금호산업 되찾기가 그룹 재건의 핵심으로 불렸던 이유도 이 같은 점에서다. 금호산업이 넘어갈 경우 그룹이 통째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M&A 시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을 사실상의 ‘그룹 쟁탈전’으로 보고 뜨거운 관심을 기울였다.
 
결국 호반건설의 단독 본입찰 참여와 유찰, 매각 금액을 둘러싼 채권단과의 줄다리기 끝에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닌 박삼구 회장이 지난 9월 23일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7228억원에 되사오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수대금 마련을 두고 채권단과의 줄다리기가 지속됐다. 예측됐던 것처럼 그룹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수 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박삼구 회장 일가의 자금 동원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외부에 알려졌던 방안은 금호고속 주식 100%를 백기사 칸서스HKB사모펀드에 매각해 이 금액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 정도다. 3900억원을 당겨 오는 대신 콜옵션을 달아 급히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호산업 인수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자금을 이용해 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고속 주식 매각은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 박삼구 회장 측이 내놓은 방안은 보유 지분을 팔아 SPC를 설립하고 투자금을 유치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SPC 카드로 올인 전략?
이 같은 줄다리기 끝에 박삼구 회장 측이 내놓은 방안은 보유 지분을 팔아 SPC를 설립하고 투자금을 유치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방안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박세창 부자의 담보권 해지에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결국은 ‘SPC 카드’가 최종적으로 금호산업 되찾기의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각 2.65%와 2.57%, 총 5.22%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2.84%를 보유, 우호지분을 포함한 지분은 총 8.06%가 된다.
 
이 중 박삼구 회장 부자의 지분 5.22%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담보권 해지를 요청했다는 것은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채권단은 매각 금액으로 세울 SPC의 지분을 박삼구 회장 일가의 지분 대신 담보로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회장 부자는 금호산업 지분도 팔기로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은 각각 5.04%와 4.86%로 총 9.90%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0.02%를 갖고 있다.
 
박삼구 회장 부자가 모든 지분을 팔 경우 동원할 수 있는 금액은 1500억~1600억원 대로 추산된다. 이 금액으로 SPC를 설립하고 부족한 자금에 대해 투자를 유치하는 ‘올인 전략’이 제시됐다. 박삼구 회장 부자가 그간 수 천억원의 사재 출연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소수 지분 정도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 재산을 투입하는 셈이다.
 
자본금 4500억원 안팎 규모로 SPC를 설립해 후순위로 출자되고 박 회장은 SPC 지분 30~40%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되는 구조다. 나머지 지분 인수 대금은 재계에 발이 넓은 박삼구 회장과 얽혀 있는 친인척이나 우호 세력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자들로부터 끌어 온다는 복안이다. 금호산업 본입찰 당시에도 언급됐던 대상이나 대한통운 인수 당시 백기사 역할을 했던 코오롱, 효성 고려강선 등이 백기사로 거론되고 있다.
 
▲ SPC 카드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양 측 채권단 모두를 납득시키면서도 박세창 부사장의 승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승계까지 도움?…일석이조
여기에 SPC 카드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양 측 채권단 모두를 납득시키면서도 박세창 부사장의 승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SPC 카드를 제외하면 박세창 부사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길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 지분을 확보하는 길 뿐이다. 박세창 부회장의 금호산업 지분은 4.86%에 불과한데 박삼구 회장은 현재 보유한 5.04%에 새로 인수할 ‘50%+1주’를 갖게 된다.
 
여차저차 자금을 끌어 모아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한다 하더라도 향후 승계에는 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55%에 달하는 지분을 승계받을 만한 자금도 없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지분도 따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PC 카드를 통해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할 경우 박세창 부사장은 본인의 SPC 지분 외에 박삼구 회장의 SPC 지분을 물려받는 것으로 승계를 완성할 수 있다. 특히 이 SPC가 내년 매각이 예상되는 금호타이어 지분도 사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지분을 따로 확보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덜게 된다.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지분 42.1%를 들고 있으며 내년 매각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역시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다.
 
다만 역시 문제는 자금이다. 박세창 부사장은 아직까지는 박삼구 회장이 설립할 것으로 예상되는 SPC 지분을 물려받을 만한 자금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박세창 부사장이 2005년 입사 후 이사에 상무, 전무,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으며 경영 수업을 착실히 받아왔다는 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인수 마무리 이후 승계 자금 마련 방안을 강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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