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던 씨앤앰 매각 늪 속으로…매각가 현실화되나

2일 SK 측과 CJ 측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건을 통과시켰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SK텔레콤은 나머지 지분 23.9%는 콜·풋옵션 행사를 통해 나중에 인수키로 했다. 자금 부담과 헐값 매각 논란 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 기간은 3년 후부터 5년 미만으로 총 소요 금액은 1조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SK텔레콤은 CJ 측과의 협력을 위해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한다. CJ헬로비전은 내년 4월 SK브로드밴드로 합병된다.
SK 측은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415만명의 케이블 방송 가입자와 88만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90만명의 알뜰폰 가입자를 끌어안게 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알뜰폰 업계 2위 사업자인 SK텔링크 가입자에 CJ헬로비전의 가입자까지 더해 점유율 50% 선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SK 측은 기존 SK브로드밴드의 IPTV 가입자 330만명에 CJ헬로비전 가입자를 더해 총 745만명의 고객을 확보, 848만명(IPTV 645만명, 스카이라이프 203만명)의 KT를 바짝 추격할 수 있다. 또한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 시장 가입자도 총 582만명으로 늘어 830만명의 KT와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씨앤앰, SKT-CJ M&A에 직격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키로 하면서 유료방송 업계는 그야말로 충격에 휩싸인 모양새다. 스카이라이프와 올레TV 등을 영위하는 KT는 물론 LG유플러스도 즉각 SK텔레콤의 이동통신업계 지배력이 방송 시장으로 옮겨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TV 3위 사업자 씨앤앰은 이번 인수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매각 작업이 표류하고 있는 마당에 1위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리게 됐다는 점에서다.
현재 시장에는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최대 주주로 있는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보유한 씨앤앰 지분 93.81%가 매각 대상으로 나와 있다.
씨앤앰은 비록 3위 사업자기는 하지만 16%라는 무시할 수 없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1위 CJ헬로비전이 28% 가량이고 2위가 태광그룹의 티브로드(22%)다. 이에 MBK파트너스는 매각가로 2조5000억원 가량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IPTV의 확산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씨앤앰을 매입한 MBK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MBK 1호의 만기가 올해라는 점 때문에 씨앤앰은 조만간 매각이 불가피하다. 이미 MBK파트너스 측은 수 차례 매각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 만난 MBK파트너스, 매각가 향방은?
하지만 MBK파트너스 측이 2조 5000억원 이상을 고집하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인수되면서 MBK파트너스는 요구가를 상당수 깎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100%로 환산할 경우 1조6666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매긴 씨앤앰 가격에 훨씬 못 미친다. 더구나 CJ헬로비전은 알뜰폰 사업자 1위라는 메리트도 있다.
반면 MBK파트너스가 매긴 씨앤앰의 매각가는 2조5000억원으로 알려진 상태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지난 2007년 씨앤앰 지분 93.8%를 2조2000억원에 인수했다는 점에서 최소한도의 차익은 남겨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씨앤앰 가입자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메리트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씨앤앰의 기업 가치가 CJ헬로비전의 기업 가치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받아들일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이번에 인수를 결정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은 그 자체로 씨앤앰을 인수할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던 바 있다. 유력 후보가 둘이나 줄어든 셈이다. 특히 SK텔레콤은 구체적으로 씨앤앰 인수를 타진했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CJ헬로비전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MBK파트너스의 속은 더욱 쓰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품에 안으면서 지배력을 크게 늘린 만큼 조급해진 다른 사업자들이 씨앤앰을 향한 관심을 되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티브로드를 보유한 태광그룹은 과거에도 수 차례 씨앤앰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에 휩싸인 바 있다.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이 SK 측에 안기면서 더욱 지배력을 공고히 할 경우 결국 다시 씨앤앰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PTV 시장에서 만년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씨앤앰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KT가 이미 유료방송 시장에서 공룡의 지위를 공고히 한 상황에서 SK가 이번 인수를 통해 KT의 대항마로 떠오르자 LG유플러스도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LG유플러스가 씨앤앰을 품에 안을 경우 총 457만명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SK(745만명)나 KT(848만명)을 넘기는 힘들지만 단박에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KT와의 진검승부를 위해 씨앤앰 인수 카드를 재차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에 이어 씨앤앰까지 인수할 경우 거의 1천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해 KT를 추월한다. 이밖에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HCN(가입자 134만명)도 씨앤앰의 인수 후보로 떠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은 결국 매각가의 현실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케이블TV 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진 가운데 MBK파트너스가 원하는 2조5000억원 가량의 매각가를 지불할 투자자는 사실상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씨앤앰을 인수해 덩치를 키워 차익을 남기겠다던 MBK파트너스의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가뜩이나 씨앤앰 구조조정 과정에서 갖은 잡음이 새어나와 이미지가 크게 나빠졌던 MBK파트너스가 결정적인 악재를 만나면서, 올해까지 마무리돼야 하는 씨앤앰 매각이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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