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SK텔레콤 분할·합병설 배경은?
SK그룹, SK텔레콤 분할·합병설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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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에 힘 싣기 나설까…공식 부인에도 갑론을박
▲ SK그룹이 그룹 내 핵심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SK텔레콤을 둘로 쪼개고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에 휘말려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보폭을 넓혀주기 위해 그룹 내 핵심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을 둘로 쪼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SK그룹은 한 매체의 계열사들 지배구조 개편 보도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에 “사실 무근”이라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는 전날 <매일경제>를 비롯한 일부 매체가 SK그룹이 SK텔레콤을 둘로 쪼개 SK하이닉스홀딩스를 출범시키고 그룹 지주사로 자리매김한 SK㈜와 합병해 공격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이다.
 
SK그룹은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기존에 시장에서 나오던 향후 SK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가정한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SK는 “이미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얘기한 바도 있다”면서 “삼일회계법인에 맡겼다는 부분도 사실이 전혀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관련한 소문이 꾸준히 돌았던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비슷하게 갈 것이라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자회사 격상 위해 SKT 쪼갠다”?
해당 보도에는 SK그룹이 SK텔레콤의 분사 작업을 추진키로 하고 이미 지난달 삼일회계법인에 관련 실무작업을 맡겼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이 보도는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하는 SK하이닉스홀딩스(가칭)을 신설하고 이를 지주사인 SK㈜와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를 다뤘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현재 지주사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한 단계 지위가 올라간다.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근 SK그룹이 SK㈜와 SK C&C의 합병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해소함에 따라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자리를 이동한다. 이로써 공정거래법상의 출자규제 등을 피할 수 있게 돼 공격적인 투자나 인수·합병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현재 지주회사법상 증손회사는 100% 출자법인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46조원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온전히 실현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SK하이닉스가 M&A를 진행하더라도 무조건 100%를 출자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날로 상승하는 상황임에도 배당을 실시하면 SK텔레콤을 통해 SK로 올라가는 구조라 배당세를 중복 지급하는 문제도 있다. 해당 보도는 이 같은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SK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줄어드는 배당세만큼 SK가 받는 배당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SK하이닉스로부터 438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 SK그룹은 조회공시에 대한 답변에서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며 “기존에 시장에서 나오던 향후 SK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을 가정한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장기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증권가, 장기적 가능성에 무게
SK그룹이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과거 SK와 SK C&C의 합병 시나리오도 잇단 부인 끝에 결국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증권가는 실제 이번 시나리오가 이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최근 수 년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경제 침체와 환율 동향, 스마트폰 성장 둔화, 중국 자본의 샌디스크 인수 등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까지는 계획대로 총 6조원 이상의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지만 향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 합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법상 규정 때문에 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부 지분 투자가 불가능하고 무조건 100%를 사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SK텔레콤을 제치고 그룹 내 최고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한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은 SK그룹의 명운을 가를 만한 중대한 요소다. 따라서 SK하이닉스의 보폭을 넓혀주는 카드로는 이만한 시나리오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6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돼 SK텔레콤의 1조8000억원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가총액도 이미 SK하이닉스가 23조원 가량으로 SK텔레콤의 19조원 가량을 추월했다.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처럼 SK하이닉스의 달라진 위상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9월 SK텔레콤은 5231억원을 들여 자사주 202만 주를 취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향후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사업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효과도 발휘한다. 한 회사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될 때 지주사에는 기존의 자사주 비율만큼의 사업회사 신주가 주어지게 되고 의결권도 부여받는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서는 자사주 매입이 주가 움직임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많은 상황이라 SK텔레콤의 자사주 매입이 이 같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보고 매입 후 전량 소각안을 들고 나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카드가 아니라는 의심을 떨쳐낼 수 있었다.
 
◆부정론도 만만치 않아
반면 상황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SK그룹의 주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
 
우선 SK텔레콤이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20.7%에 달한다. 4일 종가 기준으로 5조원에 가깝다. 하지만 SK㈜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7600억원에 불과하다. 지분인수를 위해서는 회사채라도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들의 입장에 관한 의견도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현행 주가를 이용해 합병 비율을 산정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40%에 달하는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의 표심을 잡을 수 있을만한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SK하이닉스홀딩스를 SK㈜가 흡수합병하는 경우 SK㈜의 덩치가 커지기 때문에 최태원 회장 지분이 희석된다는 단점도 있다. 최태원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SK㈜ 지분은 30% 가량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25% 가량으로 떨어지게 돼 상황에 따라 추가 자금 투입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해당 보도는 이 같은 단점은 쿠웨이트투자청과 대만 훙하이그룹 등 백기사가 있기 때문에 상쇄된다고 해석했다. 이 둘은 각각 SK㈜ 지분 3.48%씩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SK하이닉스를 지주사가 직접 지배하게 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실질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된다고 해석되는 측면도 있다.
 
현재 SK그룹이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8.15 특사로 이제 막 복귀한 상황에서 현재 그룹 차원의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인데 무리해서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착수할 리 없다는 분석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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