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들 냉정한 평가, 경쟁사와 대조…그룹 지배구조 개편 희생양되나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20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362억원에 비해 11.2%나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90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1003억원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다.
이 같은 올해 상반기 실적은 롯데카드가 지난해 상반기 초 전국을 뒤흔들었던 카드 3사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의 한 멤버였음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 롯데카드는 KB국민카드·NH농협카드와 함께 1억여 건의 고객 정보를 유출한 혐의가 적발돼 지난해 2월부터 3개월간 영업이 정지됐다.
그런데 역대급 악재를 맞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이는 함께 사태를 겪었던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가 실적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되고 있다.
◆신평사들, 롯데카드에 냉정한 평가
지난해 2월 정보유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부임했던 채정병 사장의 남은 임기는 어느 새 6개월에 불과하지만 실적 회복은 아직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카드에 대해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카드를 재평가하고 신용등급 AA(안정적)을 부여했다.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그룹의 영향력이 반영된 측면이 있고 신한카드나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경쟁사들이 AA+를 받고 있는 것에 비하면 다소 낮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신용카드이용실적(구매전용 제외) 기준 롯데카드의 시장점유율은 7.5%로 양호한 시장지위를 구축하고 있으나, 신한·삼성·KB국민·현대카드 등 상위 4개 전업카드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또 일회성 성격의 계열사 주식처분이익(183억)을 제외하면 지난해 제반 이익 규모 및 수익성 지표는 소폭 저하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롯데카드의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지난해 상반기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한 3개월 간의 영업정지 처분에 따른 여파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것을 순이익 규모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대손비용 증가 역시 순익 규모를 감소하는데 부채질 했다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가맹점 수수료율 추가 인하,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롯데카드의 시장지위가 낮은 체크카드 시장의 확대 등 최근 규제환경 및 업황을 고려하면 업계의 수익성 하락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출석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직접 약속한 만큼 롯데카드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사실상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신동빈 회장의 발언 이후 카드 수수료율 인하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카드의 회원 수 역시 사태 직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말 749만 명이었던 롯데카드 회원 수는 올해 3월말 기준 721만 명으로 20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또한 롯데카드는 올해 1분기 동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제재를 많이 받은 카드사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휴면카드수는 지난 3월말 기준 128만2천매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채정병 사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함께 징계를 받았던 타 카드사들이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롯데카드만 나홀로 뒷걸음을 치고 있다는 점은 채정병 사장의 경영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측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후퇴한 것은 지난해 영업정지 등의 여파로 마케팅 비용이 감소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회원수 감소나 민원 평가 등 여러 지표는 롯데카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형제의 난 희생양될까…지배구조 개편 맞물려 매각설까지

롯데카드 매각설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소위 ‘형제 간 다툼’을 벌이면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하면서부터 불거졌다. 관련법상 롯데그룹이 롯데카드를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텔롯데가 지주사가 되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를 2년 내에 정리해야 한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가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일명 금융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른 규정이다. 따라서 호텔롯데가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롯데그룹은 금융계열사들의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물론 지주회사 체제에 속하지 않은 관계사나 해외의 계열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있는 대안은 있다. 두산그룹 역시 수 차례 매각 시도가 실패한 끝에 해외계열사에 두산캐피탈을 매각하면서 위법 소지를 해소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경우 이 카드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인수가 가능한 해외 계열사로는 일본롯데 계열사 등이 꼽히는데 가뜩이나 국적 논란으로 크게 홍역을 치른 롯데그룹이 일본롯데로 롯데카드를 매각한다면 ‘꼼수’ 논란과 함께 다시 한 번 국민적 비난을 받을 공산이 크다. 신동빈 회장 등의 오너 일가가 직접 소유하는 방안도 있지만 막대한 자금이 문제다.
국회에서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는 있지만 여야간 입장 차이가 상당한 만큼 언제 통과될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이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물론 유통과 서비스가 주 사업인 롯데그룹 특성상 롯데카드의 존재감은 만만치 않다. 롯데카드 측 역시 매각설은 검토되지도 않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변환될 경우 롯데그룹에게 놓일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결국 롯데카드는 매각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던 LG그룹은 LG증권과 LG카드 등의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하고 금융업에서 손을 뗀 바도 있다. 카드업계 업황 부진의 파고를 유독 고스란히 맞고 있는 롯데카드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희생양이 될지, 롯데카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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