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효과 기대에도 실적 오히려 하락세

20일 업계에 따르면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탈의 지난 3분기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하락한 25.0%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위 AJ렌터카와의 격차가 줄어든 점이 상대적으로 뼈아프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말 26.6%의 점유율로 12%대를 유지하고 있는 AJ렌터카와의 격차가 좁혀졌다. AJ렌터카는 롯데렌탈의 하락세와 대조되며 안정성이 주목받는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역전 쓰리런 날렸던 롯데, 지금은...
롯데는 구 KT렌탈 인수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과정을 통해 업계에 많은 놀라움을 안겼지만, 실적 부진으로 아직까지는 치열한 경쟁 끝에 1조원이나 들여 인수한 것이 머쓱하기만 한 상황이다.
당초 알짜배기 기업으로 꼽혀 온 KT렌탈이 매물로 나오자 M&A 업계는 들끓엇다. 예비입찰에 10여개 안팎의 업체가 참여했고 본입찰에만 6곳이 뛰어들었다. 당시 본입찰에 뛰어든 후보들만 해도 어피니티, SK네트웍스, 한국타이어-오릭스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SFA-NH PE, IMM PE 등이다. M&A 업계의 국내외 쟁쟁한 ‘큰 손’들이 대거 참여했다.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KT가 최대한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본입찰을 두 번 진행하는 무리수를 두면서 일부 후보가 반발, 이탈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롯데가 인수전에서 승리를 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예비입찰당시부터 꾸준하게 워낙 낮은 축에 속하는 가격인 6000억~7000억원대를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차 본입찰에서 롯데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 단숨에 1조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소위 ‘역전 쓰리런’ 홈런을 날린다. 내내 비주류로 꼽혀오다가 막판의 한 수로 승리자가 된 셈이다.
특히 입찰 초기부터 KT가 계속 최소 1조원대를 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음에도 다른 후보들이 1조원을 하회하는 금액을 내놓던 상황에서 롯데가 갑작스레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베팅했다는 점은 업계에 큰 놀라움을 안겼다.

롯데가 이처럼 예상 외의 과감한 베팅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지나친 고가 인수로 인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 바 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흐른 현재 롯데렌탈의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다시 제기될 태세다.
우선 인수가격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의 3배 수준에 달해 지나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욕을 보이던 SK네트웍스가 2차 본입찰에 불참하자 오히려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점유율 하락에 이어 수익성도 신통치 않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8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에 비해 70% 이상 급감했다.
누적 매출액은 9395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영업이익도 600억원 가량으로 30% 정도 감소했다. 3분기 영업이익도 26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의 353억원에 비해 25% 가량 감소했다. 연결회사를 제외하면 롯데렌탈 자체 누적 순손실은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차라리 렌터카 회사를 하나 차리는 게 낫다”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다시 고가인수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시너지 효과 언제쯤?…“조금 더 시간 필요할 듯”
상황이 악화되자 심지어 영업이익이 하락한 2위 AJ렌타카가 돋보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8월 말 유진투자증권은 ‘롯데렌탈 부진이 주는 상대적인 안정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AJ렌터카의 영업이익 하락률이 롯데렌탈의 영업이익 하락률에 크게 못 미친다며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반기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작성됐던 이 보고서는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40%나 급감했지만 AJ렌터카는 3% 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면서 무리한 롯데그룹의 확장 전략보다 AJ렌터카의 실속위주 경영에 점수를 더 줬다.
유진투자증권은 “롯데렌탈이 공격적인 확장을 멈추면서 AJ렌터카의 안정적인 운영능력이 빛나기 시작하는 때가 왔다”면서 “렌터카 시장도 점유율 경쟁보다 실속 위주의 영업 환경으로 바뀔 전망이라 AJ렌터카가 주목받을 만하다”고 평했다.
롯데가 노렸던 시너지 효과도 아직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 당초 롯데가 막판에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유통과 서비스 등에 강점을 보이는 그룹 특성상 렌터카 업체와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롯데백화점과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JTB여행사 등 쇼핑·카드, 여행 등 다양한 소비자 접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렌터카 판매 연계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롯데가 KT렌탈을 품에 안고 롯데렌탈을 출범시키자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나 발휘될지 업계의 큰 관심이 쏠렸다.
이에 롯데렌탈은 롯데월드 등과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성과가 나타나는 분야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롯데그룹이 롯데렌탈을 제대로 그룹사에 녹여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아직 인수한 지 얼마 안 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평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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