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MBK의 ‘혹독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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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매각 난항에 명성도 흔들…‘아직 섣부르다’ 반론도
▲ 국내 사모펀드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던 MBK파트너스가 최근 인수 매물 처리에 난항을 겪으면서 혹독한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MBK파트너스 홈페이지
국내 사모펀드 최강자로 자리매김하던 MBK파트너스가 최근 인수 매물 처리에 난항을 겪으면서 혹독한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의 펀드설정액 규모는 1분기 기준으로 총 6조원에 달한다. MBK 1호(2005년)가 1조원, 2호가 1조5000억원(2008년), 3호가 2조9000억원(2013년), 프로젝트 펀드 등 기타가 9663억원(2005년)이다.
 
MBK파트너스가 이들 펀드를 종잣돈 삼아 기관투자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거나 금융기관의 차입 등을 통해 투자한 자산은 총 11조3000억원까지 늘어난다. 웬만한 대기업집단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잇따라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최고의 사모펀드로 거듭난 MBK파트너스는 최근 들어 잇따라 매각 작업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화려한 명성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위기론에 휘말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HK저축은행과 씨앤앰은 물론 최근 ‘대어’로 꼽혔던 코웨이 매각에서까지 흥행 참패를 겪으면서 MBK파트너스는 최근 수익에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홈플러스나 두산공작기계 등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MBK파트너스의 모습에 대해 투자은행(IB)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HK저축은행, 고육지책에도 매각 난항
현재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매물은 HK저축은행과 씨앤앰, 코웨이 정도다. 하지만 세 곳 모두 매각이 여의치 않아 해를 넘기게 됐다.
 
HK저축은행은 지난 2006년 MBK 1호가 설립된 이후 가장 먼저 포트폴리오에 담은 터줏대감이다. MBK파트너스는 HK저축은행을 1800억원에 인수한 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총 2500억원 정도를 들였다.
 
이에 MBK파트너스로서는 10년이나 지난 만큼 투자액과 이자 정도를 감안하면 최소 3000억원 수준은 받아야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제는 저축은행업계가 저금리와 법정 최고금리 하락, 경쟁 심화, 광고 제한 등의 악재로 시름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인수 후보들은 이를 이유로 일제히 1000억원대를 제시했고 MBK파트너스가 이를 거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HK저축은행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MBK 1호의 만기는 내년 6월이다. 따라서 마음이 급해진 MBK파트너스는 결국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를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도 인수가격은 추후 협상을 통해 확정하는 이상한 모양새를 취하는 고육지책까지 써야 했다.
 
하지만 반 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미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이나 한국토지신탁이 인수전에서 발을 뺀 만큼 JC플라워가 MBK파트너스의 요구 수준을 맞춰줄 리도 만무하다. JC플라워는 1000억원대 후반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울한 씨앤앰 매각…MBK 발목 잡나
HK저축은행과 함께 MBK 1호에 담긴 씨앤앰의 경우는 MBK파트너스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씨앤앰의 경우는 지난 2008년 MBK파트너스가 당시 씨앤앰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 맥쿼리와 함께 국민유선방송투자(KCI)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씨앤앰 지분의 90%를 확보하고 대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9000억원과 금융권 차입금 1조2000억원이 동원됐다. 여기에 2011년 강남케이블방송을 3800억원에 인수하면서 총 인수금액은 2조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과정에서 진 빚은 현재 MBK파트너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1년 만기 연장시 늘어난 빚은 총 2조1000억원에 달하고 이자만도 연간 1500억원에 육박한다. 매각이 지연될수록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2014년부터 꾸준히 씨앤앰 매각을 타진하고 있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향해 흘러가고 있다.
 
우선 IPTV의 급성장으로 케이블TV 업계가 극심한 시장 위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통신사들이 거대 자본과 전국적 가입자 기반을 앞세워 결합상품 등으로 IPTV 가입자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반면 케이블TV 업계는 정체 또는 가입자 유출로 시름을 앓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1조원 가량에 인수한 것은 치명타가 되고 있다. 업계 1위 CJ헬로비전이 1조원 정도에 팔렸는데 업계 3위 씨앤앰을 이 이상의 금액으로 사려고 하는 후보들이 나올 확률은 더욱 낮아지게 된 셈이다.
 
MBK파트너스로서는 투자했던 2조5000억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투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고 해도 2조원 안팎 이하로는 쉽지 않다. 그런데 CJ헬로비전이 1조원 가량에 팔렸으니 씨앤앰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SK텔레콤은 씨앤앰 인수를 타진했다가 가치에 비해 높은 가격에 인수 검토를 접은 바 있어 MBK파트너스의 속은 더욱 쓰린 상황이다. 현재 상위권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LG유플러스가 씨앤앰을 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현대HCN 등도 M&A 대상으로 거론되는 만큼 MBK가 원하는 금액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욱이 MBK 1호는 한미캐피탈을 사고 팔아 1조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둔 바 있지만 다른 포트폴리오에서는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다. HK저축은행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덩치가 엄청난 씨앤앰 매각에서 MBK 1호가 큰 손실을 볼 경우, 국내 M&A 시장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굳혀온 MBK파트너스의 위상 자체가 흔들리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MBK 1호에 담긴 씨앤앰의 경우는 MBK파트너스 최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씨앤앰
◆코웨이 매각마저 예상 외 흥행 참패
매머드급 덩치를 자랑하던 코웨이 매각마저 예상 외로 흥행에 참패하면서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위기론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 감지된다.
 
MBK 2호가 2013년 1조원을 주고 사들였던 코웨이는 사실 그간 MBK파트너스의 성공사례 중 대표작으로 꼽혀 왔다. 코웨이는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후에도 승승장구,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인 11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렌탈업계 1위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높은 매각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이나 CJ-하이얼 컨소시엄, 중국계 투자자 등 3곳이 인수적격자로 선정되는 등 치열한 인수전이 기대됐던 배경이다. 현재 MBK파트너스의 코웨이 지분 30.9%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인수가격으로 3조원 가량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칼라일그룹이 본입찰을 앞두고 돌연 인수 의지를 접으면서 흥행 열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는 상태다. CJ헬로비전 매각으로 유력 인수후보였던 CJ까지 지난달 30일 본입찰에 불참했다. MBK파트너스는 CJ의 본입찰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기 위해 본입찰의 마감시한까지 연장했지만 CJ는 결국 불참을 결정했다.
 
CJ는 코웨이 인수가로 2조원대 초반을 생각하고 있는 반면 MBK파트너스는 2조5000억원 이상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의 간극이 예상외로 큰 만큼 당분간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매물로 나올 예정인 보유 기업들의 실적도 신통치 않다. MBK파트너스가 2013년 인수했던 네파는 지난해 영업이익 929억원으로 2013년보다 21.4% 감소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네파는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시름을 앓고 있다.
 
2009년 인수했던 철강구조물 제조회사 영화엔지니어링은 건설시장 불황과 맞물려 지난해 4월 자율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순손실만 117억원에 달한다.
 
◆“위기론 부풀려졌다” 반론도
다만 아직 위기론은 섣부르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병주 회장의 스타일 상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굵직한 M&A 매물들이 많은데 몇 몇 기업들의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MBK파트너스는 MBK 1호와 MBK 2호를 통해 총 21개 기업에 3조3366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이 중 부분 회수를 통한 13건에서 3조3000억원을 회수한 상황이다. 일단 원금은 이미 회수했다는 얘기다.
 
최근에도 미국의 대형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에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 지분 51%를 약 1조8000억원 가량에 매각하는 데 에 성공, 원금 대비 2배 이상의 수익을 실현했다. 지난 8월 모건스탠리PE와 대만 파이스톤 컨소시엄에 팔린 차이나네트웍스시스템즈(CNS)는 투자 원금 대비 1.3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아직 ING생명이라는 히든카드도 남아 있다. 지난해 말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 가량에 인수한 MBK파트너스는 ING생명이 호실적을 거듭하면서 조기 매각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ING생명은 올해 상반기 1778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0% 가까이 순이익이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ING생명을 매물로 내놓을 경우 2조5000억원 가까이 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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