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 삼성-LG, 자동차 시장서도 ‘격전’ 예고
맞수 삼성-LG, 자동차 시장서도 ‘격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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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 진출 선언 의미는
▲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부품을 선택, 전자 부문에서 오랜 기간 혈투를 벌여온 LG전자와 무대를 옮겨 벌일 경쟁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 전장부품을 선택, 전자 부문에서 오랜 기간 혈투를 벌여온 LG전자와 무대를 옮겨 벌일 경쟁에 관심이 모아진다.
 
9일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담당할 전장사업팀을 새로 만들었다. 전장사업팀 수장에는 생활가전사업부 박종환 부사장이 선임됐다.
 
전장부품은 인포테인먼트·중앙정보처리장치(CID)를 비롯, 자동차에 탑재되는 각종 전기·전자 장치 부품이다. 특히 최근 전기로 굴러가는 전기차나 자율주행이 가능한 스마트카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장부품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는 중이다.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부품의 70%가 전장부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을 정도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전장사업팀은 부품부문장인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 직속으로, 삼성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전장부품 시장을 ‘콕’ 찝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이미 앞서 전장부품 사업본부를 출범시켰던 LG전자와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초기 인포테인먼트-반도체 분야 주력”
우선 삼성전자가 시장 안착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인포테인먼트 분야다. 인포테인먼트는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전장부품의 가장 기본 분야다.
 
삼성전자가 각종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에서 축적돼 온 노하우를 활용할 경우 시작부터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과 관련된 자동차 부품도 삼성전자의 초기 노림수다. 특히 자율주행에는 센서와 같은 첨단 동작 인식 장치가 필수적인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이 활용될 여지가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는 시스템의 두뇌로 불리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돼 있다. 이에 반도체 경쟁력은 초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강점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을 확보하는게 목표”라며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을 위한 물밑작업을 상당 수준 진행해 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아우디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 메모리업체 최초로 아우디의 ‘진보적 반도체 프로그램(PSCP)’에 참여한 바 있다.
 
이미 전장부품 사업에 뛰어든 많은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를 BMW, 폴크스바겐, 크라이슬러,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BMW는 전기차 i3, i8에 이어 새로 출시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SUV에도 삼성SDI 배터리를 채용한다.
 
삼성전기 역시 차량용 전장부품을 공급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CID용 풀HD급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IT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8년까지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364억 달러(약 4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각국 자동차 제조사가 ICT와 자동차가 접목된 스마트카나 전기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차량용 반도체의 시장도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 제네시스 EQ900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현대차의 반격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칩을 설계 주문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한 발 앞선 LG전자, 수성 자신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서 전장부품 사업에 진출한 전자업계 맞수 LG전자와 벌일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반대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시기를 놓쳐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서는 반대의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은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이미 LG전자는 2000년대 중반 HE사업본부 산하에 카 사업부를 세우고 인포테인먼트 장비를 개발하고 납품해 왔다. 여기에 지난 2013년에는 본격적인 스마트카·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예상하고 VC(Vehicle Components)본부를 신설, 판을 키워온 바 있다.
 
VC본부는 올해 1분기부터는 독자적인 실적을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신사업 특성상 R&D 지출 때문에 영업이익면에서 소폭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1분기 3826억원이었던 VC본부의 매출은 3분기 4786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더욱이 VC본부의 주력은 마침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분야다. 삼성전자가 시장 공략 카드로 꺼내든 카드와 겹친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다.
 
또한 LG전자 역시 향후 전기차 부품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미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협력사로 선정됐고 메르세데스 벤츠와도 자율주행 시스템의 핵심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LG전자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등 11종의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가 수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만만치 않을 듯” 우려도
한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에 호응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질 수 있지만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개발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국산 자동차용 반도체가 개발된 적은 있지만 대부분 안전이나 엔진, 몸체와는 거리가 먼 인포테인먼트 또는 보조 장치용이었다.
 
업계에서는 원래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엔진과 안전에 적용되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2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삼성전자는 현대모비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차의 반격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차의 반도체 칩을 설계 주문 방식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반도체 설계 전문 계열사로 현대오트론을 설립했고, 올해부터 2018년까지 스마트카, IT기술 개발에 2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 투자액 중 상당액이 자율주행용 반도체칩 개발 등에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수 년 내에 자체 개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직접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를 설계한다는 점에서 완성차 업계와 전자업계의 경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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