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추락’ 피자헛, 매각설까지 설상가상
‘순위 추락’ 피자헛, 매각설까지 설상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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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매각 반대 집회까지 이중고
▲ 15일 피자헛 가맹점협의회 회원들은 강남구 한국피자헛 본사 앞에서 ‘한국 피자헛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먹튀 매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뉴시스
오랜 기간 피자업계 부동의 1위로 군림해 온 한국피자헛이 최근 실적 악화 및 순위 추락에 매각설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15일 피자헛 가맹점협의회 회원들은 강남구 한국피자헛 본사 앞에서 ‘한국 피자헛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먹튀 매각’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집회에서 회원들은 ‘1+1 프로모션 비용 즉각 반환’, ‘과도한 프로모션 중단’, 마스터 프랜차이즈 반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한국피자헛이 100% 가맹점 체제로 전환하면서 제기되는 매각설에 따른 항의다.
 
한국피자헛은 글로벌 피자헛의 경영 전략에 따라 올해 75개 직영매장 중 61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14개도 연내 가맹점으로 모두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가맹점 전환이 마무리되면 기존 가맹점 278개에 75개 직영점이 더해져 총 350여개의 매장이 가맹체제로 전환된다. 100% 가맹 체제로 전환하는 셈이다.
 
더욱이 100% 가맹 체제 전환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규모 퇴직을 당했다는 소문이 나오는가 하면 피자헛 안팎에서 사업 철수설, 매각설 등 온갖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적 악화 한국피자헛, 국내 사업권 매각?
무엇보다 한국피자헛이 국내 사업권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은 실제 항의 집회로 이어질 만큼 강한 파급력을 몰고 왔다.
 
글로벌 본사인 미국의 염(Yum)브랜드는 최근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0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염브랜드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3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등급은 S&P 등급 체계에서 투기 등급에 해당한다.
 
한국피자헛도 국내에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오랜 시간 피자업계 굴지의 1위로 군림해오던 피자헛은 최근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에 자리를 내줬다. 2004년 3002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1142억원까지 쪼그라들었고 업계 순위는 3위로 추락했다. 7억원의 영업손실과 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모바일과 배달 위주의 트렌드를 읽지 못한 채 매장 내 이벤트에 집중했고 이탈리아 레스토랑 및 중저가 브랜드 점포가 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어려워진 염브랜드는 중국 피자헛 직영점을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했고 중국 사업부를 내년 말까지 염차이나로 분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피자헛 역시 100% 가맹점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6월 한국피자헛은 4개 매장을 폐점하고 당시 69개의 직영점 중 51개를 가맹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피자헛은 일정 이상의 수익을 내는 나머지 14개는 건강하게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본사 방침에 따라 100% 가맹 체제로 전환되게 됐다.
 
◆수 천여명 퇴직…강제성 여부 공방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퇴직과 관련, 끊임없이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피자헛은 지난 6월부터 10월 사이 임직원 수 천여명의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노조에 따르면 정규직 280여명에 단기 근무가 많은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 포함 총 3000여명 가량이 한국피자헛을 떠나야 했다. 다만 회사 측은 정규직 230여명 등 총 2100명이 퇴사했다고 밝힌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 초 스티븐 리 대표는 남아 있는 14개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530여명에게도 올해 연말까지만 근무하는 조건으로 11월 26일까지 사직서를 받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사측은 노조와의 협의에 따른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최대 250%에 달하는 위로금을 지급했고 신규 가맹점과 기존 가맹점, 다른 외식업체 재취업을 지원했다는 설명도 더해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들에게 고용 보장 및 처우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주장으로 비정규직 차별도 없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 측은 정규직의 퇴직 보상은 미흡했고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아무 보상도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는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일방적인 퇴사였다는 입장이다.
 
▲ 한국피자헛 측은 노조의 주장을 비롯한 각종 소문에 대해 모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피자헛
◆노조 “가맹 체제 전환시 로열티 상승”
피자헛 노조와 가맹점협의회 등은 사실상 피자헛이 사업권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바꾸고 직원들을 대거 내보내는 것은 사업권을 넘기든지 시스템을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변경하는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실제 피자헛 사업권에 관심을 보이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매각설은 “미국 본사가 수수료만으로 이윤을 남기는 먹튀 자본의 전형임이 드러났다”는 식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노조의 분석에 따르면 100% 가맹 체제로 전환될 경우 염브랜드의 수익성은 큰 폭으로 상승한다. 직영점의 경우는 미국 본사에 3%, 한국 지점에 3.8%를 내야 하는데 가맹점의 경우는 미국 본사에 6% 및 마케팅비 5% 등 총 11.8%를 내야 한다. 5% 가량의 수수료 차액이 발생하는 셈이다. 또한 직영 운영시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의 경영상 의무를 다해야 하고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하지만 가맹 체제 전환시 이 같은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다.
 
마스터프랜차이즈(MFC) 방식 도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은 본사가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의 파트너와 계약을 맺고 자사의 가맹사업 운영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100% 가맹 체제 전환이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 도입의 전철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파트너는 중간 가맹사가 돼 가맹자들과 계약을 맺고 관리하며 본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다. 다국적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로 일종의 로열티 장사다.
 
이 경우 가맹점주는 수수료 지급을 위해 인건비 및 재료비 절감에 나설 공산이 크고 직원들에 대한 처우뿐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의 질까지도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피자헛 “모든 소문 사실 무근”
일단 한국피자헛 측은 노조의 주장을 비롯한 각종 소문에 대해 모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피자헛의 설명에 따르면 100% 가맹 체제 전환은 본사 차원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다. 전세계 125개국에 진출해 있는 피자헛 중 현재 100% 가맹 체제가 아닌 곳은 영국과 우리나라 뿐인 점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가맹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발맞춘 조치일 뿐이라는 얘기다.
 
한국피자헛 관계자는 “가맹점 확대는 이미 포화상태에 직면한 국내 외식시장에서 경영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향상, 경영 합리화를 통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합리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피자헛은 매각설이나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 도입 등에 관한 소문 등은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피자헛이 염브랜드의 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권 매각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고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 전환도 검토된 바 없으며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피자헛 측은 가맹 체제로의 전환시 본사가 받게 되는 수수료가 5% 가량 높아진다거나 퇴직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가 없는 노조 측의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노사가 협의한 금액을 퇴사자에 지급했고 재취업 등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한국피자헛 측은 “염브랜드와 당사는 제3자 매각을 일체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지속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성장 전략 수립을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피자헛이 이미 14개의 직영점의 가맹 전환 여부를 둘러싸고 말을 바꾼 적이 있어 이 같은 계획을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여전해 연말 가맹점 및 노조와 한국피자헛 측의 분쟁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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